개미 Mr. Know 세계문학 25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개미 혁명>이나 <아버지들의 아버지>부터 어라?했지만 최근작 <뇌>와<나무>까지 읽으면서 정말 그런가봐..OTL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의 작품들을 한번 정리해 봅시다.그의 소설들만을 중심으로요,<여행의 책>이나<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등은 빼고.

개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처음 출간시만 해도,베르베르 마니아를 만들기에 충분했다.4.5까지 평점.

<개미>는 그의 출세작이자 굉장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제가 초등학교 4학년인가(사실 국민학교 세대지만;;)5학년 때 출간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처음으로 밤을 새며 읽은 소설이죠.거의 20년 동안 개미에 대해 연구한 지식과 이런저런 잡지식들,과학 정보 등을 버무린 독특한 소재와 두세 개의 파트를 나누어 왔다갔다하며 배치하고, 그 전개들이 서로 연관되는 구성은 당시만 해도 혁명적으로 신선했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상대적이고 절대작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내용들이나 성냥개비 여섯 개로 삼각형 네 개를 만드는 등의 수수께끼 등도 신선하고 독특한 양념이 되었지요.그리고 결정적으로 무척이나 재미있었습니다! 꽤 두꺼운 3권짜리였지만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어 밤을 새고 말았죠.전개도 빠르고 흥미진진해서 앞 이야기가 견딜 수 없이 궁금할 정도로.

제게 현대 유럽소설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한 소설이기도 하구요.그 때는 저처럼 이 책 밤새워 읽는 사람들 많았습니다.인문학적 지식들 뿐만 아니라,과학적인 지식들까지 버무려진 소설이란 것도 당시에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완전한 장르소설이라 보기도 힘들면서) 뭐랄까 좀 고급의 대중소설이란 느낌.

그래서 한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습니다.물론 프랑스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유독 한국에서서의 인기가 컸다죠.뭔가 한국의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었나 봐요.작가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 이후 한국 내에서 베르베르 마니아들이 우루루 생겨나 다음 작품들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자,개미의 2부? 라고 말해지는 <개미 혁명>에서는 한국인을 주인공급 조연으로 등장시키는 등의 배려를 합니다.

이 책으로 저도 베르베르 팬의 대열에 열성적으로 끼여들었습니다(지금은 실망하고 있지만) 혹시 그의 지금 작품들이 별로라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신다거나 아직 접해 보시지 못하셨다면 <개미>만큼은 꼭 추천합니다.지금 읽어도 신선하고(요새는 워낙 별별 작품이 많이 나와 예전만큼 그런 느낌은 아닐지 몰라도)재미있고,그러니까 상당한 수작입니다.

타나토노트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그래도 이때까지는 베르베르가 독특한 시각과 연구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타나토노트>는 개미 이후 2년만에 나온 그의 소설입니다.이름이 톡톡히 알려진 탓에 확인도 하지 않고 덜컥 샀지요(소장중인 건 개미와 타나토노트 둘뿐입니다)<타나토노트>는 임사 체험,그러니까 과학적 방법으로 영혼의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인물별로 파트를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법은 여전합니다.(그러고보니 에릭 시걸의 <프라이즈>도 이런 구성이네요.얜 노벨상 수상자들 세 명의 일생? 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것도 꽤 재미있게 읽었죠)여기까지만 해도 아직 소재나 글쓰기도 신선하고,글쓰는 솜씨랄까 그런 것도 꽤 괜찮습니다.개미보다 충실감은 떨어지지만.

97년 그 다음 작품인 <개미 혁명>이 나왔는데,<개미>의 2부격에 해당합니다.뒷얘기란 거죠.하지만 여러모로 개미에 비해 이야기의 몰입도나 충실성이 뒤떨어집니다.사실 안 나왔으면 좋은 기억만 간직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좀 씁쓸했죠.

아버지들의 아버지 -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평범한 프랑스 스릴러이자 추리가 되어버린 듯.
99년 그 다음 작품인 <아버지들의 아버지>가 출간됩니다.과학적인? 부분과 추리 형식을 섞은,평범한 작품이죠.몰입도도 떨어지고 재미도 별로입니다.이래서야 다른 작가와 다를 바가 없잖아! 라는 절규를 하게 만들었죠.인간의 조상,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미싱 링크를 찾는 학자의 죽음에 얽힌 뒷얘기들을 기자들이 풀어간다...너무 식상하잖아요! 개성적 글쓰기로 소재의 떨떠름함을 커버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별로 팔리지도 않았어요;;

천사들의 제국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타나토노트>의 2부격 소설.당신 정말 우려먹기밖에 할 수 없는 거요!
그 후2000년에 <천사들의 제국>이 출간됩니다.그 사이에 <여행의 책>이랑 <상대적이고 절대적인..>이 나왔는데 요것도 실망.<천사들의 제국>은 <타나토노트>에서 보여줬던 내세,환생,뭐 그런 이야기들이죠.하지만 최소한 <아버지들의..>보다는 훨씬 재밌어요.충실함이느껴진다거나 하진 않아도 최소한 재밌긴 하니까.남의 일생이나 이런 것들을 훔쳐보는 재미랄까 하는 것도 있고.역시 이 사람,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만은 있군,하고 생각했죠.

뇌 -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베르베르의 한계를 뼈아프게 느끼게 한다.정녕 그는 퇴보하고 있는 것인가?
<뇌>는 오랜만에 우려먹기가 아닌 새로운 소설입니다.02년에 나왔고,오랜만에 상당히 많이 팔려나갔죠.베스트셀러로 한참 팔렸으니까요.뭐 전작 두 개보다는 재미있긴 했습니다.세계 체스 챔피언의 죽음,그를 파헤치는 기자 둘.그에 얽힌 뇌,그리고 최후 비밀에 관한 접근들.술술 읽히고 전개도 빠릅니다만,어딘가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그런 거야 미국 쪽 작가들도 잘 쓴다구!)설렁설렁이라는 느낌.개미 등에서 봤던 충실한 느낌이 부족해! 웬지 필력이 딸린다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교정과 편집의 허술함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최신작.이제 베르베르는 이렇게 몰락하고 마는 것인가! 하지만 최소한 이야기꾼의 재능은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

<나무>는 아마 03년 가을인가 04년도 초에 나온 최신작.여러 단편,혹은 장편(손바닥 장)들 엮은 책이에요.기발한 아이디어가 조금씩 엿보이긴 합니다만 감동이라던가 감탄 등을 불러일으키진 않아요.당신,정말 여기서 주저앉고 마는 건가요? 안타까워졌습니다.하지만 역시 재미가 없진 않고(확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 베르베르가 이야기꾼으로의 재능은 아직 살아남아 있다고 보이네요.

자,이렇게 베르나르 베르베르 연대기? 를 한번 늘어놓았습니다.아직도 많은 독자와 팬을 지닌 인기작가이고,잘 나가는 이야기꾼이지만 초기작에 비해 쇠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게 총평에요.한때 열성 팬이었던 입장에서도.다시한번 열정을 되살려,자신만의 개성-아직도 먹히는-적인 글쓰기를 좀더 충실하게,꽉 짜여진 느낌으로 표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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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과 사회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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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한마디로 하자면 은근히 도발적이라고나 할까요.배수아(도 그렇게 심하게 보이진 않습니다만.만화나 일본소설 쪽엔 더한 거 많잖습니까)처럼 과격하게 도발적은 아닌데,그야말로 은근...하게.

단편들의 모든 주인공은 남성 중심주의적 사회에 은근하게 저항?까진 아니고, 비웃으면서 현실적으로 대응하네요.위장의 방법으로.("무궁화" 나 김연실 양의 어쩌고는 좀 아니지만)

뒤의 평론에서는 그녀의 주인공들이 <위장>으로 체제가 요구하는 여성의 존재를 연기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다고 하네요.주인공들은 일종의 악녀이지만,영화속의 굉장한 팜므 파탈같지는 않아요.여성 자신의 시선으로 세계를 해석하고,자신의 언어로 말한다..이것이 제가 본 정이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지금까지의 주류 여성작가들의 방법은 독백이나 자신 속으로의 침잠,자의식의 세계로의 여행이 아닌 방법으로요.사실 그것도 참신했어요.자기 얘기,자기 얘기,독백...그런 데 좀 질려가고 있던 중이었거든요.(처음에는 유시진의 자의식 가득한 만화가 신선하고 아주 멋졌지만 이제는 좀 거북해지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이 위장술들이,씁쓸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유쾌합니다.주인공 그녀들은,현실에서 욕망을 충족하고,행복해지기 위해서(돈이나 사회적 성공같은 것들)사회가 원하는 ,소위 남자들이 원하는 여성성을 위장하고 연기합니다.그리고 그것들은 대부분 성공해요.그래서 그녀들은 욕망을 충족하고 나름의 승리를 얻는 거죠.

진짜 자신을 속이고 사회에 자신을 맞추고 위장하는 일,물론 자존심 상하고 비열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하지만 그런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어요.그건 그녀들 자신의 선택이니까.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그리고 그녀들을 그렇게 만든 건 그렇게 해서가 아니면 여성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가 아주 어려운 사회니까요.그녀들은 무척이나 현실적인 겁니다.이렇게 만드는 사회에 대해 생각하면,씁쓸해지는 거죠.사실 그것이 무시할 수 없는 대부분의 진실이라는 것.그리고 그렇게 속여가며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여성들은,어떻게 보면 통쾌하기도 하더군요.정이현의 글솜씨도 그렇구요.

이런 사회에 살아가는 여성으로서,그리고 그 나이대로서 뭔가 온갖 기분이 뒤섞여 밀려오던걸요.여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자기 얘기로 가득한 내면소설보다는 훨씬 있을 법한,현실적인 여성의 삶이에요.



표제작 <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신분 상승과 원하는 삶을 얻기 위해 남성을 이용하려는 한 여대생의 이야기입니다.신데렐라 콤플렉스라 해도 좋겠죠.하지만 그녀는 왕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여러 방법으로 노력합니다.그리고 가장 큰 무기는,<처녀성> 입니다.팬티를 사수하라! 자기가 첫 남자이기를 바라는,대부분의 남자들.그런 남자를 얻기 위해서 그녀는 처녀성을 마지막 비밀무기로 쓰기 위해 사수합니다.그리고 이 남자라는 확신을 얻은 뒤 그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지만,결과는?

<트렁크>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에게 닥친 사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성공을 위해 상사와의 불륜 관계를 계속해왔고,그가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자 새로운 지사장을 발판으로 삼기로 결정한 여자.하지만 그 외에도 그녀는 유능하고 항상 자기관리에 최선을 다합니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고,그래서 상사를 이용하는 거죠.

어느 날 자신의 트렁크에서 시체를 발견한 그녀는 옛 정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몰아붙이고 강간합니다.그런 그를 죽이고 그 시체를 넣은 가방의 지퍼를 잠그며 그녀는 생각합니다,스스로의 힘으로 하지 못할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라구요.그녀는 그 다음날 멀쩡하게 교회 예배를 드리고 지사장의 차에 올라타며 생각합니다.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라고.

<소녀시대>는 열일곱 소녀의 주변 이야기입니다.그녀는 부모와 세상을 한심하고 보고 있습니다.교수라는 직함이지만 여자 꼬실 생각뿐인 아버지와 허영덩어리인 어머니.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말로만 아이 교육이 어쩌네죠.아버지의 휴대폰에 남은 ,원조교제 여성? 의 메시지를 보며 피식피식 웃는 그녀는 그 여자를 만나기로 합니다.하지만 그 여자 또한 임신을 이유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며 엉엉 웁니다.

그녀는 그 여자의 중절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서 교복을 입고 이상한 사진을 찍고,비웃어줍니다.절정의 순간은 모자라는 돈을 위한 납치 연극이죠.예전에는 좋아하던 오빠의 도움을 받아 납치극을 연출한 그녀는 아버지의 여자와 오빠에게 돈을 주고 나머지는 통장에 넣어 둡니다. 현금만을 사용하는 머리도 있죠.그런 소동이 끝난 후 생각합니다.소녀시대란 것,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교복을 위로 올리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도 있고,최악의 상황이라면 치사하지만 울어버리면 된다고.어차피 그런 세상인걸요.그런 그녀가 귀엽게 느껴진 건 저뿐일까요?

<무궁화>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위험한 중독적 사랑에 빠진 한 여자.그 여자의 연인은 아이가 있는 유부녀입니다.그녀들에게는 세상의 벽이 너무나 막막합니다.그런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서로 꼭 껴안고 싶어> 찾아간 모텔에서 "주무시고 가실 거잖아요,지금은 대실만 되니까,밤에 오세요."란 말을 내뱉는 점원입니다.불륜의 공화국?인 모텔에서마저 버림받는 두 여자.이중으로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부분 읽을 때 정말 화도 나고 눈물도 핑 돌더군요.동성애자 중에서도 여성이라는 것은,훨씬 더 어렵다는 거죠.여성,동성애자,그리고 불륜까지 삼중고;; 그래서 그녀는 연인인 그 여자가 사라졌을 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그녀에게 폐가 될까봐.

이 외에도 결혼에 이르는 이야기를 연극처럼 보여주는 <홈드라마>-아아 정말 빤한 전개군,이런 생각이라 피식피식 웃게 되는-와 남편들을 죽음으로 이끌어갔지만 "파리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성미"라고 말하는 여성의 이야기인 <순수>등, 멋진 이야기들이 많습니다.서술 방식이나 스타일도 다들 다른 등 꽤 신경도 썼어요.물론 재미있답니다.순수문학치곤 상-당히.오랜만에 읽은 아주 멋진 단편집이었고 멋진 작가였습니다.남성들한테는 좀 불쾌할 수도 있겠군요.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는 ,저처럼 통쾌하고 냉소를 불러오지만 씁쓸한,그런 이야기들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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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의 교실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12
야마다 에이미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4년 12월
평점 :
절판


풍장의 교실
야마다 에이미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닷컴(웅진.com)
나의 점수 : ★★★★

주자면 4.5? 의외로 그녀의 예전 작품은 아쿠타가와의 냄새를 풍긴다.(풍장의 교실은 아쿠타가와 후보작)육체를 매개로 한 감정의 흐름이란 독특한 스타일에 플러스.표제작 <풍장의 교실>은 도회지에서 전학온 초등학생 여주인공이 집단 따돌림을 겪으며 죽음을 생각하다 대처법?을 생각해내는,그러니까 평범한 이야기인데 표현이나 심리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성숙한 여성의 사고와도 같은 것을 가진 여주인공은,모두를 죽여,풍장(새에게 쪼아 먹히게 하는 것)시키겠다고 생각한다.

<나비의 전족>은 빛나고 사랑받는 여자친구 에리코에게 묻히고 소유되어 전족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여주인공이 술이나 담배,섹스를 통하여 거기에서 벗어나려 하고(남자를 알게 되고 사랑을 하면서 에리코에게서 독립된 나를 만들어 그 영향력에서 탈피하고 싶다는),결국은 성공하였지만 나중에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아무리 나중에 알아봐도 에리코가 나쁜 거 맞아;;

사실 가장 맘에 들었던 <제시의 등뼈>는 매력적인 일본 여성 코코가 외국인 남성 릭을 만나고 처음으로 사랑하게 되면서,릭의 아들 제시와 겪는 일들이다.사랑의 규율을 모르고,증오에 의해 키워진 아이라고 생각한 제시.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코코는 그의 등뼈에 쌓여 있던 증오의 돌소금이 깨졌다고 생각한다.관계의 시작의 가능성을 보녀 주는 ,의외로 그녀치고는 따뜻한 글이다.

그녀의 신선하고 새로운 표현들이 가득하고,그녀다운 자유로운 사고의(술과 담배와 섹스보다 불량한것은 정신적 폭력이라는)하지만 주인공을 사랑하는 가족들.무엇보다 독특했던 건 신체(육체)에서 시작하여 마음으로 나아가는 사랑과 관계였다.위안자로서의 육체,육체에서부터 시작하는 관계.그 섬세한 표현들.새로운 시각이었다.


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열림원
나의 점수 : ★★★★★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
엄청 좋아하는 작가인 요시다 슈이치의 아쿠타가와 수상작.표제작<파크 라이프>는 주인공 남성이 전철에서 독특하게 만나고,공원을 통해 만나는 한 여성과의 관계를 서술하다,사랑의 예감을 느끼는 것에서 마무리된다. 여성에 관한 이야기 말고 공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세세한 묘사도 오랜만이라 신선하고 기분좋다.

확실히 고유의 스타일을 가지는 문체와 표현들.눈에 띄게 독특하거나 신선하지 않지만 일상의 언어들을 배열하는 방식이 멋지다.뒤의 중편<플라워스>는 <파크 라이프>와는 또다른 약간은 과격한/삷과 사건들이 있다.작은이삿짐(인가 택배인가)회사 안에서의 비뚤어진 인간 관계와,한순간의 폭발.씁쓸하지만 기묘한 맛이 있다.실은 요시다 슈이치 대 팬이라,마구 추천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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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서류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박철화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H 서류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박철화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첩보원의 보고서가 가장 큰 재미.에메 스타일.

독특하게도,알바니아 쪽 계열의 작가가 쓴 그쪽 이야기입니다.학문적 모험과 정치적 희생양이 버무려진 웃기면서 씁쓸한 소설.하지만 단언하건대,재미있습니다.
배경은 언제일까? 녹음기가 처음 발명된 시절,알바니아의 N군에 아일랜드 학자 두 명이 녹음기를 들고 호메로스의 서사지의 근원을 탐구하기 위해 찾아옵니다.하지만 알바니아의 내무부 장관을 비롯,N군의 시장 등은 그들을 스파이로 의심하여,첩보원을 배치하고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결국 그들은 녹음기로 서사시의 마지막 발자취를 담지만,세르비아-알바니아의 민족적 갈등 때문에 녹음기는 파괴되고 맙니다.그들의 방문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지만 또 많은 것을 남겼지요.

이 글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엿듣기의 예술가 첩보원 뒬 라수팡트입니다.그는 보고서 쓰는 솜씨도 얼마나 멋드러지는지 항상 군수의 질투를 받고 있지요.그 외에도 여러 인물들이 어이없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만,정작 두 학자와 서사시의 이야기는 냉엄하고 비극적인 현실입니다.재미와 생각거리를 놓치지 않은,멋진 소설입니다.꼭 놓치지 마시길.

다음은 요새 꽤 잘 나간다는 카다레의 다른 작품 <꿈의 궁전>에 대한 청비님의 포스팅입니다.하루키의<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세계의 끝 부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진 않나 보네요.
이스마일 카다레 <꿈의 궁전>

고문하는 요리사
뤽 랑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유쾌한 블랙유머의 향연

이 또한 웃기기 그지없습니다.은퇴를 앞둔 교도소 주방장에게 사건이 일어납니다.교도소의 폭동이죠.폭동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집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데까지는 좋았습니다.그런데 그들이 주인공 블레인씨를 비판하며 <고문하는 요리사>라는 플랭카드를 걸면서 문제가 생기죠.블레인씨는 교화인들에게 이상한 음식을 먹여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만드는 것을 취미로 삼아온 것이었죠.블레인씨는 자신에게로 쏟아지느는 비난의 화살을 막기 위해 교도소 내의 온갖 비리를 폭로하기 시작합니다.자,이제 어떻게 될까요?

유쾌하고 씁쓸하게.최근 프랑스나 독일 쪽엔 이런 소설들이 많네요.뭐 너무 무겁지 않게 읽기에 좋습니다.독창적 아이디어도 돋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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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하성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몇몇 중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작가다.특히 한국 작가의 비율은 극히 낮아지는데,권지예나 박민규,성석제보다는 애호도 순위에서 한 랭크 위라고나 할까.포스팅이 늦은 이유는 그의 모든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쓰고야 말겠단 고집을 계속 부려왔기 때문이다.아직 <옆집 여자><곰팡이꽃>과 단편 몇 개를 읽지 못했는데,이러다간 도대체 언제 쓰게 될지 몰라서 읽은 대여섯 작품만으로 일단 해보기로 했다.뭐 또 읽고 또 쓰지 뭐.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나의 점수 : ★★★★

한국소설 중 꽤나 마음에 들었던 작품.

하성란,맘에 들어!!

오랫동안 라이프로그를 차지했던,그녀의 가장 최신 개인 소설집이다.사실 그 이후에도 많은 문학상 수상작품집들에서 그녀의 단편을 찾아볼 수는 있으나(물론 다들 수작이다)일단 이 포스팅에선 개인 소설만을 염두에 두기로 했다.사실 마이크로 묘사로 유명했던 그녀의 경향이 <삿뽀로 여인숙>근처에서 슬슬 바뀐다 싶더니 거의 이제 정착한다는 느낌이다.사실 초기작인 <루빈의 술잔>에서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겠으나,그 책은 대중적으로 접근하기가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일단 가장 흥미있는 걸로 그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푸른수염부터 나가기로 했다.약간 비굴하게도 느껴지지만 좋은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서 그정도야 감수해야지.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동명의 단편소설을 대표로 내건 단편집이다.모든 작품들이 하나같이 깊이와 재미를 담고 있으며,사회적인 문제들과 개인의 삶의 연관에 대해 이야기한다.그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현실에 대한 직관과 웬지 희미한 듯한,하지만 현실의 사람들인 그녀의 인물들.내가 좋아하는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들과 딱 맞는 단어의 사용.그리고 무엇보다 발전한 점은,"재미있다"이다.

솔직히 말해 <삿뽀로..>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마이크로 묘사를 기반으로 한 현대인의 삶,그리고 생각을 사람들에게 던져준 좋은 순수문학 작가였지만 재미는 없었다.하지만 <내 영화의 주인공><삿뽀로 여인숙>등에서 그녀는 점점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때만 해도 이 변화에 그녀 스스로 적응이 힘든 듯했고,어정쩡한 수준의 글에 약간 실망도 했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재미와 작품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은 듯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으며,인생과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들의 향연.표제작 <푸른수염의 첫번쨰 아내>는 푸른수염의 마지막 아내 대신,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어떻게 해서 죽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컬트영화적인 요소와 미스테리적 요소들로 흥분과 기묘함이 뒤섞인 글이라니,옛날의 그녀와는 딴판이지만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시선만은 변하지 않았다.그 외에도 화성 씨랜드 참사를 다룬<별 모양의 얼룩>이라든가,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파리>라든가.그녀의 소설의 중심은 사회 속에서 부서지고 흔들리는 <인간>이다.나는 항상 인간을 다루는 소설이 좋고,소설가가 좋다.

읽은 것은 이 외에 <내 영화의 주인공><루빈의 술잔><삿뽀로 여인숙><눈물의 이중주><식사의 즐거움>인데,이 중 전화점이랄까 분수령이 되는 두 작품에 대해서만 더 말해 보자.

루빈의 술잔
하성란 지음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그녀의 초기 단편집 <루빈의 술잔>.지금의 그녀와는 천양지차다.지루할 정도로 꼼꼼한 마이크로 묘사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다.고의적으로 깊이를 제거한 꼼꼼하고 치밀한 묘사,주관이 극도로 자제된 문장들.이런 묘사를 만나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새로운 경악으로 다가온 문체 뒤에 숨겨진 것.그것들로 표현되는 현대의 서걱거릴 정도로 건조하고 지루한 도시인의 일상.소통의 불가능성.그리고 좌절.당시 김영하나 배수아 같은 새로운 감각을 앞세운 신예가 활동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 셈이다.

그녀의 이런 스타일은,최근의 속도감 있는 소설들에 익숙해진 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으로는 무척이나 당혹스럽고 어색하다.그래서 아마 끝까지 다 읽는 데에는 상당한 의지와 인내와,거부감을 이겨내는 것이 필요할 듯.심리가 아닌,그저 풍경과 사물들에 대한 지독할 정도의 묘사들은 차라리 소리 없는 울음처럼 다가온다.그녀의 인물들은 사물과도 같이 지루하고 정적이다.타자와의 관계가 없는 인물들.그들은 저항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표제작 <루빈의 술잔>은 자신과 주민등록번호가 같은 여자를 알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다.주인공은 그 여자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그리고 그녀가 없는 동안 그녀의 집에 들어가고,그녀 근처의 사람들을 만나고,물품들을 사용한다.하지만 그녀는 주인공의 존재를 알게 되고,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게 되면서 이 기묘한 동거,그리고 그녀와 주인공의 관계는 바뀐 비밀번호와 열리지 않는 문으로 차단되고 만다.

이 외에도 그녀의 데뷔작인 신춘문예 당선작인 <풀>과 <두 개의 다우징><내 가슴속의 부표>등이 인상적이었다.그녀의 이런 초기성향은 솔직히 재미는 떨어지고 가끔 지루하기도 하지만,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란 점(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것)에서 가장 큰 장점이랄까를 가지고 있다.그녀의 최신 경향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그녀의 본질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으므로)가끔 이런 그녀의 옛 글들이 그리워지곤 한다.그녀만의 스타일을 접한다는 면에서,<푸른수염..>다음으로 추천하는 글.


삿뽀로 여인숙
하성란 지음 / 이룸
나의 점수 : ★★★★

예전의 스타일이 상당히 사라졌음.발전일지도 모르지만,난 옛날이 더 좋았는데.

<삿뽀로 여인숙>은 그녀의 과도기적 작품이다.마이크로 묘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로 가는 중간의 글.<내 영화의 주인공>의 허술함보다는 훨씬 나아서 과도기의 추천작이라면 이것.그런데 이 작품은 묘하게 권지예의 초기작과 닮은 분위기를 풍긴다.

주인공 진명은 쌍둥이 남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끊임없이 달린다.그를 잊기 위해 노력하지만 언제부턴가 "와타시노 나마에와 고스케데스"란 환청이 들려온다.그를 찾아야겠단 생각이 든다.하지만 그 와중에도 남동생 선명을 사랑했던 여자 미래,진명을 사랑하는 남자 김정인 등과의 기묘한 관계를 이어간다.이들을 잇는 고리는 바로 삿뽀로.마침내 그녀는 삿뽀로 여인숙을 찾아,고스케를 찾아간다.그리고 결말.

사실 조각난 글들의 모자이크식 이야기같은 느낌도 늘고,독자엑 상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아 조금 뭔소린가?싶기도 하다.하지만 읽고,다시 읽고,..하게 된다.마이크로 묘사는 덜해졌지만 구성의 묘와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는 살아있다.이상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그리고,하성란을 추천한다.한국소설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최소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재미있게 읽었다면,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작가에는 김영하나 배수아,김훈,성석제나 은희경만 있는 게 아니니까.하성란이나 권지예,심윤경 등은 또 다른 스타일을 꾸준히 밀고 나가고 있다.여성 작가들에 대한 비판도 알고 있지만,한번 읽어본다 해서 나쁠 것도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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