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1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나의 점수 : ★★★★

4.5! 최고수준의 재치있고 생각할 만한 정치풍자소설.절대 지루하지 않음! 진짜 재밌었음

코윈님,시온님,프리스티님,191970님(마비스님도?)이 분명 좋아하실 거라 생각되는 책.이 책의 장르는 정치풍자소설인데,냉전 당시의 분위기와 정세에 딱 들어맞으며,황당하긴 하지만 정말 있을 수도 있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데에서 더욱 작가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이야기 자체도 굉장히 재미있으며,재치있는 문체(디스크월드와 비슷한 류의 유머?)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빛난다.

14세기에 생겨난 길이 8킬로 폭 5킬로미터의 작은 나라 그랜드 펜윅 공국.(이 공국의 건국설화도 얼마나 웃긴지)와인 수출로 살아가는 이 약소국의 지도자 글로리아나 대공녀는 인구 증가로 인해 나라에 돈이 부족해지자 의회에서 여러 가지 계획을 논의합니다.그러다 나온 안 중 하나가 공산당을 조직하는 것.공산당이 생기면 공산주의의 전파를 막으려는 미국이 여러 원조를 해 줄 거라는 건데요.이 논의를 진행시키기 위해 찾아간 공국의 아웃사이더 털리 배스컴은 더욱 황당한 제안을 합니다.

바로 <미국과 전쟁을 벌여 지는 것>입니다.전쟁에 패한 나라는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며,미국은 참으로 희한한 나라라 자신에게 패한 나라에게 온갖 원조를 제공한다면서,그것이야말로 명예를 지키며 돈을 얻는 방법이란 겁니다.마침 전쟁 걸 명목도 있고,14세기 갑옷을 입은 20명의 궁수는 범선을 타고 맨해튼으로 향합니다.목적은 전쟁을 선포한 뒤 바로 항복하는 것.그런데 여기서 이런저런 사건들이 꼬여 일어나,이 펜윅 공국은 그만 이겨버리고 만 겁니다.그리하여?

정말 재밌었습니다.가장 웃겼던 장면은 갑작스런 공습훈련으로 지하철에 갇힌 수천명의 사람들이 담배가 부족해지자 "원자탄을 맞아도 좋으니 카멜이나 한 갑 내놔!" "필! 립! 모리스! 필! 립! 모리스!" 를 외치던 장면.우하하하!

너무 가볍지는 않은 블랙유머,풍자,특히 정치풍자를 좋아하시는 10대 후반에서 30대의 남녀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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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나의 점수 : ★★★★

오호라,여성의 미묘한 심리를 짚으시는 분이 여기 또 하나 있구나.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영화로 접하신 분들이 꽤 계실 것이다.바로 그 작품의 원작(과 다른 단편들)을 실은 단편집이 나왔다,실은 한참 전에.이야기들은 하나하나가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복잡미묘한 여성의 심리들을 멋지게 표현해 주고 있다.

영화와는 좀 다른,충실한 죽음을 즐기는 조제,자신의 이중인격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어른인 여자(사랑의 관) 누군가를 만날 때 매번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는 기술을 가진,자신만의 기준으로 사랑하고 살아가는 여자(눈이 내릴 때까지)여동생의 결혼에 맞닥뜨여 자신을 돌아보고 무언가를 알아채지만,모르는 척하려는 여자(어렴풋이 알고 있었어) 어린애같이 이기적인 남편과 이혼하며,미묘한 감정들,그리고 자유를 느끼는 여자.(사로잡혀서) 등등.

어른스럽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며,자신의 여성성을 받아들이고 그를 즐기는 여성상은,야마다 에이미와 상당히 닮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에이미의 작품해설이 붙어 있다.에이미를 좋아하시는 분들,그리고 조제...의 원작을 읽고 싶으신 분들,여성의 미묘한 심리를 엿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2-30대 여성에게 가장 어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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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 (양장)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바베트의 만찬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호오-글쓰는 솜씨가 심상찮은걸? 순수문학치곤 꽤 매력적이다.

<바베트의 만찬>은 이자크 디네센이라는 유명 여성 소설가의 단편집이다..(라고 하지만 처음 들어봤다 노벨문학상에 두번이나 노미네이트되고 유명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원작도 그녀의 소설이란다)

실린 단편들이 다들 저마다 매력이 있으며,무엇보다 작가가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라고 할까,탁월한 이야기꾼이란 말이 그야말로 이렇게나 잘 어울릴 만한 사람도 드물 듯.구성도 이야기도 어딘가서 들어본 듯도 한데,흥미가 가고 빨려들어 계속 읽게 된다고 해야 하나,그런 이상한 기분.

북구의 작가이니만큼 그쪽 부근의 묘한 민담 같은 분위기도 풍기고,약간 고풍스럽다고 해야 하나,전체적으로 고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캐릭터 표현이 별로인 건 아닌 듯한데 워낙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강해서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묻혀 버리는 감마저 있다.그러니까 한마디로,이야기의 매력이라는 걸 느끼고 싶은 분에게 강력추천한다.(줄거리 소개를 보고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2-30대의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하실 듯...(이지만 남성분들도 재밌으실 터다)



표제작 <바베트의 만찬>은 정말 재미있었다.젊은 시절 굉장한 미인이었고 로맨스도 있었지만 미혼으로 늙은 신앙심 깊은 자매.이 자매는 지인의 소개로 프랑스 혁명기에 몸을 피해 온 여성을 가정부로 들이게 된다.묵묵히 일을 하고,요리솜씨가 기가 막힌 그녀,바베트.오랜 기간 동안 함께 지내며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정을 느끼게 되는데,그러던 어느 날 바베트가 큰 액수의 복권에 당첨된다.

노자매는 그녀가 프랑스로 돌아갈까 봐 걱정하지만 그녀의 고향이니 그러려 한다면 잡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바베트는 엉뚱하게도 지금껏 돌봐 준 은혜를 갚기 위해 그녀들과 근처의 이웃들에게 만찬을 대접하게 해 달라고 한다.평소 남들을 도우며 금욕적으로 살아온 노자매는 그것이 사치라 생각되었지만 바베트의 첫 부탁이자 소원이라는 말을 듣고 승낙한다.그리고 처음 보는 요리재료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운명의 만찬이 시작되는데...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바베트>라는 캐릭터의 비밀이 밝혀지는 수수께끼 풀이의 재미도 있고,노자매의 회상도 재미나고,마지막의 만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참 가슴을 찡하면서도 흐뭇하게 만든다.그런 마법의 만찬이라니,한참을 상상하게 만들고 만다.

두번째<폭풍우>는 세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 대한 매력적인 오마쥬다.연극 극단을 경영하는 쇠렌센은 항상 <폭풍우>상연을 꿈꾸어오다 그 꿈을 실현하기로 마음먹는다.그리고 자신이 남주인공 노마법사?역을 맡고 또다른 주인공인 요정 에어리얼의 역을 신인 여배우 말리에게 맡기기로 한다.숨겨진 보석이었던 말리를 완벽한 에어리얼로 탄생시키는 쇠렌센.그리하여 상연을 위해 극단은 배를 타고 항해하던 도중 굉장한 진짜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그 폭풍우 속에서 몸을 던져가며 배를 구하기 위해 싸운 말리.그들은 무사히 마을로 도착하고 그녀는 영웅이 된다.선주의 집에서 묵으며 그의 아들과 사랑을 키워가기도 하는데,쇠렌센은 자신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에어리얼이 변해가는 것이 탐탁치 않다.연극 상연이 준비되고,기묘한 상황 속에서 말리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진짜,멋진 오마쥬.참 매력적이다.사실 쇠렌센 씨가 참 맘에 들던데 삼각관계가 되었어도 좋으련만..(먼산)

세번째 이야기 <불멸의 이야기>는 어쩐지 천일야화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냉정한 수전노 클레이는 선원들 사이에 흘러내려온 아무도 겪지 않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풀어놓는 이야기(선원이 금화를 주며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노인의 말을 듣고 따라갔더니 노인은 자신이 만들 수 없는 후계자를 원하여 노인의 미인과 하룻밤을 보내고,다음날 아침 금화들과 함께 돌아가게 된다는)를 듣고는,이상하게 이야기에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던 클레이는 급기야 그 이야기를 자신이 현실로 만들기로 한다.그렇다면 누군가 한 사람만은 <진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고,자신은 그 모험담의 창조자이자 신이 되는 것.그리하여 이야기는 착착 진행되고,클레이는 자신이 이야기를 조종하는 기쁨을 맘껏 누린다.하지만 판단 미스가 있었으니 선원이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만 것.과연 클레이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꺄아-마지막 부분이 대박이다.그리고 사실 클레이 만만찮은 냉정하고 묘한 비서 엘리샤마 댑따 취향이야!!

네번째 이야기인 <진주 조개잡이>는 이국적 풍미가 느껴지는 글.천사에 대한 신도있는 연구를 하는 청년 이슬람 학자를위험인물로 간주한 궁정대신들은 그릐 연구를 그만두게 하기 위해 무희를 천사로 분장시켜 그에게 보낸다.학자는 덕분에 연구에서 손을 떼지만 그에게 빠져버린 무희는 진실을 고백하고,실의에 빠진 그는 여행을 떠난다.그리고 오랜 후..

마지막 이야기<반지>는 상대적으로 짧고 새신부의 심리적 상황을 주로 표현한 글이라 이야기의 매력은 약하다.하지만 기묘한 환상적인 분위기만은 또렷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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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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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몬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4.5 미국 중산층의 일상과 심리(특히 파멸해가는 부분들)를 현실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단편들.단편집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 읽어봐야 될 듯.

레이몬드 카버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현대소설계에서 한 획을 그었다.무라카미 하루키인가 류가 자신이 카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존경한다고 말해서 알려지기 시작했단다.특히 드물게 단편소설들로 유명해지고 인정받았는데,안톤 체홉의 스타일과 많이 닮았다고 일컬어진다.(읽어보니 그렇더라)간결함 속에 진실을 담아내는 점이.그리고 모든 것의 끔찍함,정상성의 붕괴란 주제와 표현은 카프카와 닮았다.

간결한 문체와 짧은 길이(대부분 10장 남짓)안에 그는 미국 중산층의 가정 문제-부모자식과 이웃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주로 부부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대화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많은 대화가 이뤄지지만 읽는 중에 서로 닿지 않고 어긋나는 그들의 관계를 느낄 수 있다.부부이지만 그들은 서로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하며,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다.

적은 페이지 수 안에서 그들은 몇 가지 일상적인 일들을 겪다가,돌연히 깨닫는다.혼자라는 것을,자신들(과 자신들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단순하고 명료한 문체로 카버는 이렇게 일상의 끔찍함을 해부한다.하지만 그것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며,짧은 글 전체에 녹아 있다.서서히 대화와 행동들을 통해 드러나다가-한순간에 찾아오는 절망과 깨달음,끝. 그는 일상이 가장 단순하고 가장 평범하기 때문에 가장 끔찍하다고 했단다.

그의 글에는 (밀크우드님의 표현대로라면) 말로 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주인공들은 무언가가 천천히 쌓여 오다가-한순간 깨닫게 된다,모든 것은 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명료하고 간결한 문체와 짧은 길이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대단한 응집력! 이런 면에서 단편소설을 읽기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추천.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최고로 형상화해 내고 있다.

그리고 일상의 문제와 중산층 부부의 심리들을 생생히 표현해낸 글솜씨가 참으로 대단하다.대화와 행동들만으로 우리는 그들과 그들의 문제에 대해 스며들듯이 알게 된다.정말로 평범하고 현실적이고,그래서 더 끔찍한 문제들.그리고 소설은 이후에도 그들의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그 점조차 무척이나 현실적이다.그러니까 단점의 하나는 ,우울하다는 것.사실 현실적이라 더욱 찝찝하기도 하다.

(해설은 <제발 좀 조용히 해요> 뒷부분의 것 조금 참고)

<제발 조용히 좀 해요>의 표제작인 동명의 소설은 남편이 부인의 불륜을 알게 되고 겪는 변화를 그리고 있다.누가 봐도 완벽한 부부의 표본인 둘.하지만 2년 전의 사건에 대해 그는 계속 의문을 품어왔고,운명의 그날 밤 그는 진실을 알게 된다.조용히,한순간,모든 것은 전과 달라졌다. 하룻밤을 절망과 분노와 괴로움으로 헤맨 그는 집으로 돌아와 욕실에 처박히는데,부인은 계속 용서를 빈다.그는 소리친다-"제발 조용히 좀 해요!" 그리고 끝.

<이웃 사람들>은 옆집 부부가 집과 고양이를 돌봐줄 것을 맡기고 여행을 떠난 후 주인공 부부가 서서히 옆집의 물건들을 가져오고 ,음식을 먹고,물건들을 사용하는 등의 행동들에 빠져드는 이야기이다.부부는 서로 그 기묘한 취미를 무척이나 즐기게 된다.그러다 열쇠를 안에 두고,문을 잠가버리는 일이 일어난다.그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그 즐거움을 빼앗긴 것에 대해 절망하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움츠린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카버의 다른 단편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두 부부가 만나 사랑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들이다.집착하는 사랑,서로에 대해서 목숨거는 사랑,여러 사랑들을 이해할 수 없어하고 그에 대해 나누는 얘기들.

<춤 좀 추지 그래?>
(아마도 부인에게 버림받은) 한 남자가 야드 세일로 온갖 가재도구들을 팔고 있는데,젊은 커플이 그 앞을 지나가다 멈춰선다.그는 물건을 둘러보는 커플에게 말을 걸며 음악을 틀어 놓고 그들에게 춤추길 권한다.부인과 함께했던 침대를 비롯한 물건들을 팔면서,사랑하는 듯한 젊은 커플을 보면서,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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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즈 지음, 용경식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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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즈 지음, 용경식 옮김 / 작가정신
나의 점수 : ★★★★

지성은 저주이다!! 이야-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의 나와 참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라 참 즐겁게 읽었다.

주인공 앙투안은 보기 드문, 순결한? 지성인이다.어릴 적부터 사고를 갈고 닦았으며,온갖 공부를 해온 그는 덕분에 민감과 회의를 가지게 되었고,사회의 많은 것들을 알기 때문에 더욱 상처입는다. 모든 것에 정당한 태도를 견지하기 위해 애써온 탓에, 일곱 살 때부터 삶에 권태를 느꼈고 힘든 삶에 미쳐버릴 지경이다.지성만이 불쑥 발달해 버렸다고 느끼는 그는,그 지성이 자신을 행복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깨닫는다.두뇌는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으며,모든 일들을 즐길 수가 없는 삶-그에게 지성은 고통만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처음엔 알콜 중독자가 되어보려 노력하지만-최소한 실제적인 고통,지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고통받기 위해서-알콜 민감증이라 한참을 혼수상태에 빠져 포기하고,다음엔 자살을 시도하려 하지만 자살 강좌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는 자살하려는 마음도 없어져 버린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그는 지성을 포기하는 것-바보가 되기를 결의한다.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는 신경쓰지 않고,돈과 쾌락 등 즉물적인 것에 열광하는 속물이 되기를 원한다.그가 보기에는 바보가 지성인보다는 훨씬 행복하니까! 그리하여 그의 네 친구들(이들도 지성인이다) 앞에서 바보 선언을 선포한다.지성은 저주이며 질병이다,나는 바보가 되겠다! 친구들은 그를 말리지만 그는 바보로서 살며 세상에 섞여들고 살아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예전의 생활들을 정리하고,바보 되기에 돌입한다.어린 아이들의 노동을 생각해 절대 입지 않던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입고,착취의 수단이라 여기던 패스트푸드점에 가고,항상 유기농과 친환경 기업의 제품,사람들을 현혹하는 광고를 하지 않는 물건만 사던 그는 얼마 전만 해도 지옥처럼 생각하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육체를 가꾸기 위해 헬스클럽에 간다.그를 도와주는 것은 빨간 알약-아마도 안정제? 에로작이란 이름을 보아 프로작같은 우울증 치료제인가?



그런데 그는,정말로 행복해졌다.패스트푸드가 맛있다는 것도,세상의 아름다움도 처음 알고 보았다.그는 자신의 그런 삶에 만족했고 성공한 옛친구를 찾아가 일자리를 얻고 증권 중개인으로 성공해 부자도 되었다.그의 바보 되기는 성공한 듯 보였다.그런데 어느 날 유령이 찾아와 그의 그런 모습을 조롱하고,그의 친구들은 그를 예전으로 돌려 놓으려 한다.그래서 그는?

아주아주 멋진 글이다.상당히 재미있고,표현들도 멋지고,술술 읽히며,파격적인 소재이기도 하고,무엇보다 주인공의 생각에 충분히 동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지성은 저주이다라는 그의 절규가.이런 시도-바보가 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당신이 지성 때문에 너무나 괴롭다면,한번 시도해 보는 건 나쁘지 않을 거다.그리고 지성에 대해 여러 가지 면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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