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양장)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바베트의 만찬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호오-글쓰는 솜씨가 심상찮은걸? 순수문학치곤 꽤 매력적이다.

<바베트의 만찬>은 이자크 디네센이라는 유명 여성 소설가의 단편집이다..(라고 하지만 처음 들어봤다 노벨문학상에 두번이나 노미네이트되고 유명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원작도 그녀의 소설이란다)

실린 단편들이 다들 저마다 매력이 있으며,무엇보다 작가가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라고 할까,탁월한 이야기꾼이란 말이 그야말로 이렇게나 잘 어울릴 만한 사람도 드물 듯.구성도 이야기도 어딘가서 들어본 듯도 한데,흥미가 가고 빨려들어 계속 읽게 된다고 해야 하나,그런 이상한 기분.

북구의 작가이니만큼 그쪽 부근의 묘한 민담 같은 분위기도 풍기고,약간 고풍스럽다고 해야 하나,전체적으로 고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캐릭터 표현이 별로인 건 아닌 듯한데 워낙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강해서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묻혀 버리는 감마저 있다.그러니까 한마디로,이야기의 매력이라는 걸 느끼고 싶은 분에게 강력추천한다.(줄거리 소개를 보고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2-30대의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하실 듯...(이지만 남성분들도 재밌으실 터다)



표제작 <바베트의 만찬>은 정말 재미있었다.젊은 시절 굉장한 미인이었고 로맨스도 있었지만 미혼으로 늙은 신앙심 깊은 자매.이 자매는 지인의 소개로 프랑스 혁명기에 몸을 피해 온 여성을 가정부로 들이게 된다.묵묵히 일을 하고,요리솜씨가 기가 막힌 그녀,바베트.오랜 기간 동안 함께 지내며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정을 느끼게 되는데,그러던 어느 날 바베트가 큰 액수의 복권에 당첨된다.

노자매는 그녀가 프랑스로 돌아갈까 봐 걱정하지만 그녀의 고향이니 그러려 한다면 잡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바베트는 엉뚱하게도 지금껏 돌봐 준 은혜를 갚기 위해 그녀들과 근처의 이웃들에게 만찬을 대접하게 해 달라고 한다.평소 남들을 도우며 금욕적으로 살아온 노자매는 그것이 사치라 생각되었지만 바베트의 첫 부탁이자 소원이라는 말을 듣고 승낙한다.그리고 처음 보는 요리재료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운명의 만찬이 시작되는데...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바베트>라는 캐릭터의 비밀이 밝혀지는 수수께끼 풀이의 재미도 있고,노자매의 회상도 재미나고,마지막의 만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참 가슴을 찡하면서도 흐뭇하게 만든다.그런 마법의 만찬이라니,한참을 상상하게 만들고 만다.

두번째<폭풍우>는 세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 대한 매력적인 오마쥬다.연극 극단을 경영하는 쇠렌센은 항상 <폭풍우>상연을 꿈꾸어오다 그 꿈을 실현하기로 마음먹는다.그리고 자신이 남주인공 노마법사?역을 맡고 또다른 주인공인 요정 에어리얼의 역을 신인 여배우 말리에게 맡기기로 한다.숨겨진 보석이었던 말리를 완벽한 에어리얼로 탄생시키는 쇠렌센.그리하여 상연을 위해 극단은 배를 타고 항해하던 도중 굉장한 진짜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그 폭풍우 속에서 몸을 던져가며 배를 구하기 위해 싸운 말리.그들은 무사히 마을로 도착하고 그녀는 영웅이 된다.선주의 집에서 묵으며 그의 아들과 사랑을 키워가기도 하는데,쇠렌센은 자신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에어리얼이 변해가는 것이 탐탁치 않다.연극 상연이 준비되고,기묘한 상황 속에서 말리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진짜,멋진 오마쥬.참 매력적이다.사실 쇠렌센 씨가 참 맘에 들던데 삼각관계가 되었어도 좋으련만..(먼산)

세번째 이야기 <불멸의 이야기>는 어쩐지 천일야화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냉정한 수전노 클레이는 선원들 사이에 흘러내려온 아무도 겪지 않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풀어놓는 이야기(선원이 금화를 주며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노인의 말을 듣고 따라갔더니 노인은 자신이 만들 수 없는 후계자를 원하여 노인의 미인과 하룻밤을 보내고,다음날 아침 금화들과 함께 돌아가게 된다는)를 듣고는,이상하게 이야기에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던 클레이는 급기야 그 이야기를 자신이 현실로 만들기로 한다.그렇다면 누군가 한 사람만은 <진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고,자신은 그 모험담의 창조자이자 신이 되는 것.그리하여 이야기는 착착 진행되고,클레이는 자신이 이야기를 조종하는 기쁨을 맘껏 누린다.하지만 판단 미스가 있었으니 선원이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만 것.과연 클레이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꺄아-마지막 부분이 대박이다.그리고 사실 클레이 만만찮은 냉정하고 묘한 비서 엘리샤마 댑따 취향이야!!

네번째 이야기인 <진주 조개잡이>는 이국적 풍미가 느껴지는 글.천사에 대한 신도있는 연구를 하는 청년 이슬람 학자를위험인물로 간주한 궁정대신들은 그릐 연구를 그만두게 하기 위해 무희를 천사로 분장시켜 그에게 보낸다.학자는 덕분에 연구에서 손을 떼지만 그에게 빠져버린 무희는 진실을 고백하고,실의에 빠진 그는 여행을 떠난다.그리고 오랜 후..

마지막 이야기<반지>는 상대적으로 짧고 새신부의 심리적 상황을 주로 표현한 글이라 이야기의 매력은 약하다.하지만 기묘한 환상적인 분위기만은 또렷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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