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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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몬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4.5 미국 중산층의 일상과 심리(특히 파멸해가는 부분들)를 현실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단편들.단편집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 읽어봐야 될 듯.

레이몬드 카버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현대소설계에서 한 획을 그었다.무라카미 하루키인가 류가 자신이 카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존경한다고 말해서 알려지기 시작했단다.특히 드물게 단편소설들로 유명해지고 인정받았는데,안톤 체홉의 스타일과 많이 닮았다고 일컬어진다.(읽어보니 그렇더라)간결함 속에 진실을 담아내는 점이.그리고 모든 것의 끔찍함,정상성의 붕괴란 주제와 표현은 카프카와 닮았다.

간결한 문체와 짧은 길이(대부분 10장 남짓)안에 그는 미국 중산층의 가정 문제-부모자식과 이웃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주로 부부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대화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많은 대화가 이뤄지지만 읽는 중에 서로 닿지 않고 어긋나는 그들의 관계를 느낄 수 있다.부부이지만 그들은 서로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하며,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다.

적은 페이지 수 안에서 그들은 몇 가지 일상적인 일들을 겪다가,돌연히 깨닫는다.혼자라는 것을,자신들(과 자신들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단순하고 명료한 문체로 카버는 이렇게 일상의 끔찍함을 해부한다.하지만 그것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며,짧은 글 전체에 녹아 있다.서서히 대화와 행동들을 통해 드러나다가-한순간에 찾아오는 절망과 깨달음,끝. 그는 일상이 가장 단순하고 가장 평범하기 때문에 가장 끔찍하다고 했단다.

그의 글에는 (밀크우드님의 표현대로라면) 말로 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주인공들은 무언가가 천천히 쌓여 오다가-한순간 깨닫게 된다,모든 것은 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명료하고 간결한 문체와 짧은 길이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대단한 응집력! 이런 면에서 단편소설을 읽기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추천.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최고로 형상화해 내고 있다.

그리고 일상의 문제와 중산층 부부의 심리들을 생생히 표현해낸 글솜씨가 참으로 대단하다.대화와 행동들만으로 우리는 그들과 그들의 문제에 대해 스며들듯이 알게 된다.정말로 평범하고 현실적이고,그래서 더 끔찍한 문제들.그리고 소설은 이후에도 그들의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그 점조차 무척이나 현실적이다.그러니까 단점의 하나는 ,우울하다는 것.사실 현실적이라 더욱 찝찝하기도 하다.

(해설은 <제발 좀 조용히 해요> 뒷부분의 것 조금 참고)

<제발 조용히 좀 해요>의 표제작인 동명의 소설은 남편이 부인의 불륜을 알게 되고 겪는 변화를 그리고 있다.누가 봐도 완벽한 부부의 표본인 둘.하지만 2년 전의 사건에 대해 그는 계속 의문을 품어왔고,운명의 그날 밤 그는 진실을 알게 된다.조용히,한순간,모든 것은 전과 달라졌다. 하룻밤을 절망과 분노와 괴로움으로 헤맨 그는 집으로 돌아와 욕실에 처박히는데,부인은 계속 용서를 빈다.그는 소리친다-"제발 조용히 좀 해요!" 그리고 끝.

<이웃 사람들>은 옆집 부부가 집과 고양이를 돌봐줄 것을 맡기고 여행을 떠난 후 주인공 부부가 서서히 옆집의 물건들을 가져오고 ,음식을 먹고,물건들을 사용하는 등의 행동들에 빠져드는 이야기이다.부부는 서로 그 기묘한 취미를 무척이나 즐기게 된다.그러다 열쇠를 안에 두고,문을 잠가버리는 일이 일어난다.그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그 즐거움을 빼앗긴 것에 대해 절망하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움츠린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카버의 다른 단편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두 부부가 만나 사랑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들이다.집착하는 사랑,서로에 대해서 목숨거는 사랑,여러 사랑들을 이해할 수 없어하고 그에 대해 나누는 얘기들.

<춤 좀 추지 그래?>
(아마도 부인에게 버림받은) 한 남자가 야드 세일로 온갖 가재도구들을 팔고 있는데,젊은 커플이 그 앞을 지나가다 멈춰선다.그는 물건을 둘러보는 커플에게 말을 걸며 음악을 틀어 놓고 그들에게 춤추길 권한다.부인과 함께했던 침대를 비롯한 물건들을 팔면서,사랑하는 듯한 젊은 커플을 보면서,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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