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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평점 :
세상에 행복이란 게 존재한다면 잠시 머무는 이 계절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곁에 와 손짓하고 있지만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쉽기에 알맞은 시절에 챙겨야 하는 작은 기쁨들, 이 책은 바로 그 '제철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을 통해 스쳐가는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나누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신지 작가가 가장 환한 계절에 신작 에세이 《제철 행복》을 선보인다.
그간 '시간을 내서' 행복해지는 법, '순간을 기록'하는 법 등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관한 다정하고도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꾸준히 이야기해온 김신지 작가. 이번에는 그 눈길이 '24절기'에 머문다. 한 해를 사계절이 아닌 ‘이십사계절’로 나눠, 계절의 속도에 발맞춰 걸으며 눈앞의 행복을 놓치지 않고 더 촘촘히 행복해지는 법을 전해준다.
종종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해 잊고 산다. 그러다 '꽃놀이도 못 가다니 이게 사는 건가' 싶어 서글픈 때도 온다. 《제철 행복》에서 김신지 작가는 "'이게 사는 건가'와 '이 맛에 살지' 사이에는 모름지기 계획과 의지가 필요한 법"이며, "제철 행복이란 결국 '이 맛에 살지'의 순간을 늘려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무 대가 없이 찾아온 이 계절의 즐거움을 나에게 선물해주는 일, 그렇게 '내가 아는 행복'의 순간을 늘려가는 일이 바로 제철 행복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행복은 제철순으로 찾아오고, 부지런한 자만이 제철 행복을 얻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절기별로 소개하는 이 무렵의 행복을 공들여 마주하고 제때 챙겨야 하는 '제철 숙제'들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우리의 1년은 좀 더 나은, 좀 더 행복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
<인터넷 알라딘 제공>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앞두었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사실이 못내 좋다.
요행을 바라기보다 삶에 성의를 다하며 좋은 기분을 챙기고,
겨우내 언 마음을 스스로 녹이려 했던 사람들.
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기쁜 일이 찾아오기를……
그 바람을 행동으로 옮기며 오지 않은 시간에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보는 마음,
우리는 오랜 세월 미신이 아니라 그 마음을 물려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입춘의 숙제는 하나.
꼬박꼬박 때를 맞춰 찾아오는 봄처럼,
지치지 않는 희망을 새해 숙제로 제출할 것.
희망은 어디 숨겨져 있어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사람의 마음에 새것처럼 생겨나는 법이니까.
새싹을 틔우는 게 초목의 일이라면 희망을 틔우는 건 우리의 일.
다시 봄이다.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이라 힘주어 말해도 좋은p31
만개의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알기에 매일을 아까와 할 할수 있겠지.
집에 놀러온 친구를 전철역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오는 길이나
야근후 퇴근길에는 같은 길을 을일부러 몇번씩 오가곤 했다.
걸어서 3분 남짓 되는 벚꽃터널을 늘리듯이 오래 걷고 싶어서.
벚꽃이 피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덩달아 부풀어 오른다.
그건 해가 갈수록 귀해지는 감정이어서 또 봄을 기다리게 되고.
올해도 내 마음이 잘 부풀어 오르나 지켜본다.
오븐 너머로 부풀어 오르는 빵을 지켜보듯이.
잘 구워지고 있나, 내 마음. 봄볕에 여전히 부풀어 오르고 있나.
그게 마치 마음이 살아 있다는 확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p80
요즘에 바깥은 얼마나 환한지. 연두와 초록 그 사이 어디쯤의 나뭇잎들,
짙은 향을 바람결에 배처럼 띄워 보내는 하얀 꽃들.
익숙해서 자주 잊지만 신록은 말 그대로 새로운 초록.
올해 처음 돋은 잎에서 보이는 초록을 말한다.
나무가 늘 한자리에서 계절에 따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도,
우리는 해마다 새로운 나무를 만나고 있는 셈이다.
이맘때 숲이나 강을 걷다 보면 이 모든 것을 누리는 데 시간만 있으면 될 뿐
아무 돈도 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공기는 폭신하고 햇살은 따스하며 풍경에선 윤기가 난다.
누구도 가질 수 없기에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자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창밖으로 이 계절에 이토록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데 어째서 그걸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사는 걸까. p107~108
계절마다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쏟으며 사는 일이 좋다.
기쁘게 몰두하는 일을 어쩌면 '마음을 쏟다'라고 표현하게 된 것일까.
여기까지 무사히 잘 담아온 마음을 한군데다 와르르 쏟아붓는 시간 같다.
그렇다면 내게 초여름은 '바깥'에 마음을 쏟고 지내는 계절.
좋아하는 바깥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즐기고 그게 곧 잘 사는 일이라고 믿으며 지낸다. p141~142
언제 봄이 오나 했는데
어느새 며칠후면 입하다.
가을을 좋아하던 난,
봄은 왠지 모르게 늘 잔인한 계절이었고
여름과 겨울은 대학생들의 방학특강으로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도 느끼지 못한채 바삐 보냈던 것 같다.
이번 봄은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여름이 온다는게 반갑다.
각기 다른 아름다운 사계절을 보내며
제철에 맞는 음식을 먹고
숲길을 걸으며
이제는 사진과 그림으로 그 계절을 다시 남겨 볼까 한다.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