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악녀 이야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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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치아 보르자, 카트린 드메디시스, 마그다 괴벨스, 측천무후 등 동서양 굴지의 악녀 12명을 선정해 소개한다. 어떤 이는 내면의 마성이 이끄는 대로 애욕에 불타며 살인과 파괴를 일삼았고, 어떤 이는 권력욕에 눈이 멀어 잔학무도의 극한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부사와 다쓰히로는 단순히 권선징악의 가치판단으로 악녀를 논하지 않는다. 그녀들만의 강렬한 임팩트와 특이함, 비극성 등 진한 캐릭터와 서사에 주목하여, 다양한 시대와 국가, 다양한 여성의 삶을 '시부사와 스타일'로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한편 사람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보르자 가문의 독약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확실한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 전해져오는 말에 따르면 그 독약은 ‘칸타렐라’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눈처럼 희고 맛도 좋은 분말 형태의 약으로, 대개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효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독살자는 반지에 박힌 보석 안에 몰래 가루를 숨겼다가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상대의 음료수에 가루를 뿌린다. 체사레도 루크레치아도 이런 기술에 매우 숙달되었던 모양이다.

루크레치아가 밤마다 사내를 구하러 로마 밤거리를 헤맸다는 전설도, 성적 능력이 결여된 남편을 가진 불행한 그녀의 결혼 생활을 감안하지 않으면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녀야말로 강제적 정략결혼의 희생자였다. p14


런던탑에 있던 감옥을 나와 25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는 사실 매우 허영심이 강한 여인이었다. 모든 남자가 자기를 사랑하고 모든 정치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 궁정에는 여성의 수가 극단적으로 적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합해서 1,500명 정도로 구성된 신하들 중 여성은 침실 시녀가 서너 명, 사적인 공간에 소속된 시녀가 7~8명에 불과했다. 그 밖에 좀 더 낮은 신분의 여성까지 포함해봐야 고작 30명 정도에 불과했다. 절로 납득이 간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왕이 남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그야말로 여왕 대접을 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p60


끊임없이 무언가에 쫓기듯 이것저것 놀이를 바꾸어가며 새로운 유행을 좇던 그녀의 광적인 향락 습성은 도대체 어떤 성격에 기인할까. 신앙심 깊은 엄격한 어머니로부터 경고를 들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머니는 대체 저에게 무엇을 하라는 말씀이신지요? 저는 따분해질까 봐 두렵습니다.”

왕비의 이런 표현은 18세기 말의 정신 상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붕괴 직전의 고요함일지도 모른다. 혁명이 발발하기 전, 모든 것이 충족되어 있던 귀족 사회에서는 따분함 이외의 그 어떤 정신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면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춤을 계속 춰야 했다.p117


측전무후의 상세한 전기를 쓴 중국의 린위탕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무후는 여인으로서 이례적이었으며, 그녀와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유명하 여인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클레오파트라도 아니고 예카테리나 2세도 아니다. 엘리자베스 1세여왕의일부분과 카트린 드메디시스의 일부분, 즉 전자의 힘과 후자의 잔인함이 한 몸에 존재한다." p185

이탈리아 루크레치아 보르자, 헝가리 바토리 에르제베트,

프랑스 브랭빌리에 후작 부인, 잉글랜드 엘리자베스 여왕,

스코틀랜드 메리 스튜어트, 프랑스 카트린 드메디시스,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 로마 아그리피나,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프랑크제국 프레데군트와 브룬힐트,

중국 측천무후, 독일 마그다 괴벨스

동서양의 12명의 악녀를 소개한 '세계의 악녀 이야기'

처음 출판사의 리뷰의뢰를 받았을때

잠시 '크산 티페'를 떠올렸었다.


오래전 김씨가 '착한줄 알고 결혼했는데 속았다'며

내가 '크산 티페' 같다며 놀리던 생각이 나서...

영국의 엘리자세베스 여왕을 비롯해서 내가 알고 있는 악녀는 절반도 되지 않았는데

악녀든 악처든 책속의 그녀들은 내가 상상하던 그 이상이었다.

영화와 뮤지컬로 만난적이 있어서인지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나마 친근하다.

당장 내일 먹을 빵이 없어 힘든 백성이 있다는 걸 절대 알 수 없는

뼈속부터 섬세하고 우아한 로코코의 왕비...

최후는 처참했지만

그럼에도 흐트러지거나 자신감을 잃지 않는 모습은

메리 스튜어트 여왕의 마지막 죽음의 모습과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더워서 별다방 구석에 자리를 잡았는데

권력, 살인, 파괴, 근친상간, 향락 등 극악무도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서늘한 기운 때문인지, 에어컨 찬바람 때문인지 으스스 춥군.

이번 주말엔 책에 언급된 크리스티앙 자크 감독의 영화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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