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불안 - 어느 도시 유랑자의 베를린 일기
에이미 립트롯 지음, 성원 옮김 / 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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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섬 오크니에서 온몸으로 자연과 계절 변화를 느끼며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 《아웃런》의 작가 에이미 립트롯의 신작. 한 여성이 도시의 밤과 야생 동물을 탐색하고, 달의 주기와 철새의 비행경로를 추적하며, 사랑과 욕망의 힘에 속절없이 굴복했던 베를린에서의 한 해를 담은 일기이다.

고립된 섬마을에 살던 그가 베를린행 편도 비행기 표를 끊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술을 마시지 않게 된 이후로도 이따금씩 허무함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그는, 새로운 장소에서 전에 없던 것들을 마주하기 위하여 망설임 없이 떠난다.

베를린에서 그는 도시 유랑자의 삶을 살아간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채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삶. 이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는 셰어 하우스의 침대를 임대해 지내며 공장에서 차를 포장하는 단순 노동 임시 계약직을 통해 돈을 번다. 불안정한 생활이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자유로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또 가끔씩 고개를 드는 부정적인 마음까지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치열하게 기록해낸다. 밤이 되면 그는 나이트클럽에서 테크노 춤을 추며 약에 취해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공원에서 라쿤과 참매 등 도시 야생 동물의 흔적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어지럽고 화려한 도시의 밤과 도심 속에서도 고요히 생동하는 야생의 풍경이 무척 매력 있게 대비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괜찮게 지내려고, 긴장을 늦추려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려고 노력하지만, 더 많은 것을 향한 사나운 갈망에 계속 휘둘렸다. 나에게 동기를 부여했던 바로 그 욕구와 자기 확신이 나를 좌절시켰다. 고통은 내 야심의 부산물이었다.

파도에 두들뎌 맞게 되었을 경우에는 더 얕은 물로 나거나 파도를 지나 해안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p21~22

종종 이 자유―이 책임의 부재―는 나에게 자산이다. 이 가벼움. 이때 나는 나를 잘 간수할 수 있고, 이기적이고 즉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아, 하루가 길고, 입술이 풀로 붙어버린 것 같고, 오래 말을 하지 않아서 내가 존재하기는 하는지도 잘 모르겠을 때, 외로움이 심하게 무르익어버렸다고 너무 자주 걱정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무겁게 짓눌러줄 무언가 아니면 누군가를 찾고 있다. p45

나보다 몇 살 어린 B는 내가 무언가에 짓눌릴 일 없이 살아 온 게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짓눌리고 싶어."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가볍게 흘러다니며 살았다. 결정을 내리고 그것에 매이고 싶다. 모든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는 상태가 신물난다. 나를 내리눌러다오. 나는준비가 되어 있다.그래서 나는 온라인에 접속한다. 독일 은행 계좌와 납세자식별번호와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이 도시에는 싱글이 많다. 영원한 청소년들, 마흔 살 된 학생들, 런던이나 뉴욕에 싫증난 음악가와 얼치기 예술가들. p80

"나는 이 도시에서 종종 그런 기분을 느낀다.

연결이 끊어지고, 불필요하고

무게감이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외로움을 동기 삼아 나는 가야 한다."

어느 도시 유랑자의 베를린 일기

- 온전한 불안

자전적 에세이 '아웃런'의 저자인 에이미 립트롯의 신간

'온전한 불안'의 리뷰요청 메일을 받았을 무렵엔

다시 재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보완하고 면접을 대기하고 있었을 때였다.

코로나를 핑계로 3년여의 자발적 휴직...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한 편으론 무기력했던 일상을 뒤로 하고

앞으로 생기있고(?),

규칙적인 하루하루를 꿈꿔왔었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왜 면접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했었을까?!...

불합격 소식을 접하고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였지만

한동안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게 나이 때문이건

한동안의 경력단절 때문이건

이제 현실적으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것을 받아 들인다는 것이...ㅠ.ㅠ

온전한 불안...

그런 상황에서 읽게 된 책이어서인지

연결이 끊어지고

불펼요하고

무게감이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저자의 소설같기도 한

에세이에 풍덩 빠져 든 것 같다.

평일 낮 대형카페 구석자리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책을 읽는 네 주변의

헤드셋을 쓰고 열심히 공부 하는 학생,

다정한 연인들의 눈맞춤,

저건너 카랑카랑한 영업사원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외딴섬에 표류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흡입력있는 책이었다.

누군가 나를 구원해주길 간절히 바라며 말이다.

책을 덮으며

그럼에도 다시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주저 앉을 내가 아니지...

두통없이 세상속으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 날...

손에 넣기 위해 노력했던 새로운 삶을 향해 다시 남쪽으로 차를 몰고

고향 섬과 가슴앓이를 가져간다.

하늘의 패턴과 석조 조각품과 갈매기를 찾는 중이다.

회색갈매기들은 토지 이용의 변화에 적응해서 살아남기만 한게 아니라 번성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각자 자기 몫의 고통이 있다는 걸 안다.

발을 액셀러이터에 올린다. p179


** 이 책은 출판사 클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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