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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의 미술관 - 지식 없이 즐기는 그림 감상 연습 ㅣ 자기만의 방
최혜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5월
평점 :
지식 없이도 그림과 깊이 만나도록 안내하는 ‘그림 감상 실용서’다. 미술관과 미술 애호가인 최혜진 작가가 수년간 실천해온 그림 감상법을 담았다. '그림에게 묻고 답하기'라 이름 붙인 이 감상법은 지식과 이론으로 이해하는 감상이 아닌, 작품과 순수하게 교감하며 즐기는 길을 알려준다. 그림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막막했던 이들에게 든든한 감상 노하우를 제공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궁금했습니다. 미술은 애당초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예술일까요? 대학교에서 미술사나 미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영영 도달할 수 없는 이해의 영역에 미술이 있는 걸까요? 그림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 걸까요? p12
나는 그림을 왜 보는 걸까? 무엇을 위해 미술 관련 책을 읽고, 미술관에 갈까? 대답은 쉽게 나왔습니다. “감동하고 싶어서지.” p25
이제 저는 미술관에 가기 전 예습하지 않습니다. 어떤 작품을 보게 될지, 누구에게 끌림을 느낄지, 무엇을 얻고 나올지 모르는 채로 자신을 불확실성 안으로 던져봅니다.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는 작품이 이어질 때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일순간 어? 하면서 시야의 초점이 또렷이 맞는 작품,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도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 작품, 지나치고 나서도 어쩐지 눈길이 자꾸만 가서 뒤돌아보고 싶어지는 작품과 만납니다. p26
이런 의미심장한 체험을 통해 저는 우리가 사전 지식 없이 낯선 그림을 마주할 때 결국 자신 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어 비춰본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믿지만, 같은 대상을 봐도 사람마다 보는 내용이 다른 것이죠. p74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종류의 그림에 유독 끌리는지, 그림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지 ‘자각’하는 일은 의미 있습니다. 미술관 밖, 실재 세계를 스스로가 어떤 자세로 대면하고 있는지 우회적으로 알게 해주니까요. p107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문자답을 통해서 덩어리로 뭉뚱그려져 있는 인상, 감정, 느낌을 세세하게 풀어내는 이유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예요. 그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림이 내 인생의 어느 맥락과 맞닿아 있는지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죠. 이야기하기는 자존적인 삶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p127
그러므로 그림을 마주 보며 스스로에게 무엇을 느끼는지 질문하는 일은, 그리고 그 대답에 귀 기울이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작고 미약할지언정, 자기 자신에게 살아 있다는 실감을 선물하는 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주눅 들지 마세요. 많이 아는 사람, 경험 많은 사람, 학위를 가진 사람에게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합니까?’라고 묻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어주세요. ‘지금 느낌이 어때?’라고요. p314
코로나19로 가보고 싶었던 전시회를 못가고 지내온지
어느새 6개월이란 세월이 지났다.
스마트도서관에서 우리 각자의 미술관을 데려오며
읽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제가 그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처럼 나역시
일단 무식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그림감상에 대한 얘길 했었던 것 같다.
어찌보면 모르는게 당연하건데도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섹션은 '있으려나 미술관'이다.
화가의 의도는 잠시 잊고 자신의 반응을 신뢰하고
끌리는 그림을 발견하면 감탄사를 아끼지 않아도 되는...
작품사진을 찍어도 되고 생각되는 무엇이든 적거나
그림을 그리고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미술관...
에일리프 페데르센, 주시, 1889년
폴 세잔, 이탈리아 소녀, 1896년
책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들외에 많은 그림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번에 마음을 사로잡힌 그림은 위의 두 작품이다.
에일리프 페데르센이란 화가는 처음
바다를 '주시'하고 있는 다섯명의 사람들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재밌어 보이는 이 장면은
각자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상상과 함께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폴 세잔의 이탈리아 소녀는 한 번 따라 그려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이었다. 생각나김에 전시기간을 놓친 '모네에서 세잔까지'를 검색했더니
한가람미술관에서 지난 6월 20일부터 앵콜전시중이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