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델리스파이스는 <항상 엔진을 켜둘께>에서 "기다릴께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도록 항상 엔진을 켜둘께"라고 노래한 바 있다. 기약 없이 기다리겠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 P155

항상 출발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엔진을 켜둘께"라는 표현은낭만적인 고백인 동시에 이루어지기 힘든 장담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현실에서는 언제든 출발하기 위해서공회전으로 힘을 빼지 않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더 오래 기다릴 것이고, 더 온전하게 기다릴 수있을 것이다. 그렇게 잘 기다리면서 <항상 엔진을 켜둘께>를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출발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더오랫동안 간절할수록 이 노래는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 P156

누구에게나 ‘포기해야 할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고 할 수 있는 것도빤하기에 어쩌면 삶은 당연하게도 수많은 포기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 ‘포기의 순간‘이 너무 길어져서 일상의많은 부분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소개문 - P171

직접 일해보고 느끼길, 늘 회사가 아티스트를 속이거나 착취하는 것은 아니다. 더 손해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공유하는 과정이 빠져 서로 신뢰할 수 없다면 본질과 무관하게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업계에 들어오는 새로운 사람들이 "이번 공연의 출연료는 얼마입니까?" "이번 달에 정산되는 음원(또는 음반)의 매출은 얼마인가요?" 하고 물어보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회사는 그것에 답하는 것에 게으르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어련히 알아서 주겠지.‘ 하고 아르바이트비에 대해서 묻지 못했던 날도 있었다. 만약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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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인간 본성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본성이 무한히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심리적 역동성을 발달시키지 않고 그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인간의 본성은 역사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어떤 고유한 메커니즘과 법칙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심리학의 과제다.
‘적응‘이라는 개념을 논하기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과 거기에서 자연히 나오는 결론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논의는 심리적 메커니즘과 법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분명히 설명해준다.
‘정적‘인 적응과 ‘동적‘인 적응을 구별하는 것이 유용할 듯싶다. 정적인 적응이란 어떤 행동 양식에 적응할 때 성격 구조 전체가 바뀌지않고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중국인의 식습관이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서양식 식습관으로 바뀌는 것이 이런 종류의 적응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중국인은 이런 새로운 행동 양식에 적응하겠지만, 이 적응 자체는 그의 성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새로운 충동이나 성격 특징을 낳지않는다. - P31

이 책의 주요 주제는 인간이 타인이나 자연과의 원초적 일체감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자유를 얻으면 얻을수록, 인간이 ‘개인‘이 되면 될수록, 자발적인 사랑과 생산적인 일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결합시키거나 아니면 자신의 자유와 개체적 자아의 본래 모습을 파괴하는 끈으로 세계와 자신을 묶어서 일종의 안전보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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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뜻하는 school의 어원은 더 흥미롭습니다. 이 단어는 라틴어가 아닌, 그 이전의 고대 그리스어 ‘스콜레schole, orodi에서 출발합니다. 이 단어가 라틴어 ‘schola‘가 되고, 다시 영어로 ‘school‘이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스어 ‘스콜레‘의 본래 뜻은 ‘공부‘가 아니라, ‘여가‘, ‘한가함‘, ‘자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스인들에게 진정한 ‘여유‘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태함이나 지루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생계를 위한 육체노동이나 외부의 강요된 의무에서 벗어나,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공부하는 시간‘을 의미했습니다. 즉, 스콜레는 - P399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세계의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확보된 ‘휴식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자기 자신과 좋아하는 대상(취향)에 헌신하고 몰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상의 난이도에 비례해 실력이 계속 성장하는 ‘플로우‘ 경험이 부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공부해야 더는 불안하지 않습니다. 공부해야 남을 시기 질투하며 미워하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 P400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 경험에서 우리는 가장 완벽한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공부해야하는 겁니다. 감탄할 일이 없다면 감탄할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잊고 있었던 감탄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415

19세기 말,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와 덴마크의 생리학자 카를 게오르그 랑게Carl Georg Lange는 비슷한 시기에 거의 동일한 정서이론을 주장합니다. 1884년에 발표한 제임스의 핵심적인 주장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울기 때문에 슬픔을 느끼고, 때리기 때문에 분노를 느끼며, 떨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we feel sorry because we cry, angrystrike, afraid because we tremble‘  한편, 그 이듬해인 1885년에 랑게는이렇게 주장합니다. ‘감정은 신체 변화에 대한 감각이다The emotionis the sensation of the bodily changes".  이 문장을 좀 더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감정이란, 몸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우리가 느끼는 바로 그 경험이다. ‘감정은 마음이 아니라, 몸이 느끼는 방식이다‘라는 둘의 주장은 후대에 함께 엮어서 ‘제임스-랑게 이론james-Lange theory ofcmotion‘이라 불리게 됩니다.  제임스-랑게 이론을 적용하면, 내 우울한 일상을 바꿀 수 있는 아주 간단하고 확실한 해결책이 보입니다. 감탄의 습관을 들 - P416

이면 됩니다. 감탄할 일이 생겨서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감탄하면 감탄할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 P417

‘인정‘이 머리로 하는 승인이라면, ‘감탄‘은 그 승인이 감정으로 구현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존중‘이 더해집니다. 존중은 우리가 서로 감탄할 수 있게 해주는 상호작용의 문법입니다. 존중의 맥락이 존재해야, 감탄도 경험하고 인정감도 느낄 수있습니다. 존중은 삶의 목적을 확인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그래서 그토록 존중받고 싶어 하는 겁니다. - P426

나는 소통에 문제가 많은 사람입니다. 내가 소통에 관한 책을 쓰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그러나 ‘훌륭한 선수‘가 ‘훌륭한 감독‘이 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이 헤매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수 때 지긋지긋하게 헤매본 사람이 좋은 감독이 됩니다. 내가 감히 소통에 관한 책을 쓰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웬만하면 조용히 있으려고 하지만, 한번 말을 시작하면 죄다
‘잘난 체‘로 끝납니다. 어쩌다 한번 흥분해서 말을 시작하면, 남에게 상처 주는 말만 골라 하는 듯합니다. 남에게 준 상처는 고스란히 내게 돌아옵니다. 그래서 여수에서 개 한 마리 데리고 혼자살며, ‘내 소통 방식‘에 대해 아주 자주 고민합니다. 그래서 내가 쓰는 소통에 관한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감히 생각합니다. - P432

이어령 선생님은 생전에 한국 학자들이 ‘누구를 전공했다‘는이야기를 참 불편해했습니다. 내가 ‘비고츠키 전공자‘라고 말했을 때, ‘언제 비고츠키를 뛰어넘을 거여?‘ 했습니다. 비고츠키를 뛰어넘었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쓰면서 문화심리학자로서 나만의 생각과 이론을 정리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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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노래가 더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고인 채로 살아있으면 좋겠다. 때로 주변으로 흘러넘친다면 그 과정에서 노래는 닳고 닳아가며 생명을 연장할 것이다. - P100

그렇게 긴 시간 모두의 목소리를 통해 조금씩 다듬어지면서 노래는 완성된다고 믿고 싶다. - P101

누구나 삶의 궤적을 살아오면서 거치고 나면 잠시 멀어지는 것들이 있을 텐데, 졸업식 역시 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번 두 번의 졸업을 거듭하며 우리는 분화되고 또 다른 길을 가게 될 뿐 되돌아가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매년 함께한 학생들과 헤어지는 선생님들은 어떤마음일까. 마치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해마다 피어나는 눈부신 친구들을 만나고 보내면서 나이테를 더해가고 있 - P108

지 않을까. 선생님들의 눈에는 이 계절 꽃눈을 품고 눈을 뜨는 나뭇가지 사이로 지난 시간 동안 스쳐갔던 꽃잎들이 비처럼 흩날릴지도 모르겠다. - P104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다음 날에는
이게 대체 무슨 소용인가 싶었죠

영원히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 했었나 봐요
하지만 그래서 멈춘다면
나는 무엇이 되는 걸까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내일을 잊어버려야 해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거울을 보지 말아야 해요 - P116

영원한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사랑에 빠지지 말아야 해요

완벽한 노래를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무엇도 남기지 않았어야 해요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그래도 해야 해요

브로콜리너마저, 〈되고 싶었어요>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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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던 다른 동물, 예컨대 사자나 상어는 수백만년에 걸쳐 서서히 그 지위에 올랐다. 그래서 생태계는 사자나 상어가 지나친 파괴를 일으키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발달시킬 수있었다. 사자의 포식 능력이 커지자 가젤은 더 빨리 달리는 쪽으로 진화했고, 하이에나는 협동을 더 잘하도록 진화했으며, 코뿔소는더욱 사나워지도록 진화했다.
이에 비해 인간은 너무나 빨리 정점에 올랐기 때문에, 생태계가 그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인간 자신도 적응에 실패했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대부분 당당한 존재들이다. 수백만년간 지배해온 결과 자신감으로 가득해진 것이다. 반면에 사피엔스는 중남미 후진국의 독재자에 가깝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사바나의 패배자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차 있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치명적인 전쟁에서 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참사 중 많은 수가 이처럼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
- P43

사피엔스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생태적으로 전혀 다른 오지의 서식지에 그처럼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다른 인간 종들을 망각 속으로 밀어넣었을까? 튼튼하고 머리가 좋으며 추위에 잘 견뎠던 네안데르탈인은 어째서 우리의 맹공격을 버텨내지 못했을까? 논쟁은 뜨겁게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그럴싸한 해답은 바로 이런 논쟁을 가능하게하는 것, 즉 언어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 P53

인지혁명 이후 생물학과 역사의 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생물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행동과 능력의 기본 한계를 결정한다. 모든 역사는 이런 생물학적 영역의 구속 내에서 일어난다.
2. 하지만 이 영역은 극도로 넓기 때문에, 사피엔스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할 수 있다. 사피엔스는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점점 더 복잡한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진다.
3. 결과적으로, 사피엔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들의 행동이 역사적으로 진화해온 경로를 서술해야 한다. 우리가 생물학적 속박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면서 선수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운동장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는 라디오 아나운서와 다를바 없다.
제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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