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 인간은 다섯 단계의 감정을 거친다. 연인의 이별 통고로 삶의 위기에 처한 캐롯의 경우를 보자.
캐롯이 거치는 감정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충격→ 슬픔, 아픔 → 후회, 불암감, 두려움, 공황장애, 트라우마→이해, 연민 있는 그대로 기억하며 연인에게 감사하기대본에 짧게라도 이 과정을 표현해줘야 연인의 아픈 이별이 오디언스에게 전달되고, 공감도 얻는다. 이런 과정 없이 바로 ‘망각, 환승 혹은 화해‘로 이어진다면 주인공 캐릭터에 공감하기란 그 누구도 어려울것이다. 주인공의 감정 흐름을 바탕으로 하나하나의 감정들을 소중히다루며 스토리를 전개해야 한다. 장르에 상관없이 작가가 주인공에게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은 주인공의 감정을 존중하는 일이다. 평가나심판이 아니다. 작가가 주인공의 감정을 존중해야 시청자들도 그 감정을 수용할 수 있다. - P90

주인공답다는 것은 특별한 시련과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시련과 고난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결국그는 이를 통해 성장하고 강해진다. 주인공의 고통을 묘사하는 일이작가에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회피한다면 주인공도,
작가도 성장하지 못한다. 주인공의 시련과 고난은 극본 구성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다. 작가는 시련과 고난의 설계자이며 고통의 세밀화가다.
괴로움, 상처, 고통, 아픔을 겪으며 주인공은 비로소 진실을 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성장한다. 시청자는 주인공의 고난을 간접 체험하고,
그 극복 과정을 함께 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이것이 드라마소비의 핵심이다. - P93

어프로치란 당신만의 경험, 상상력, 아이디어, 메모를 ‘인출‘해주인공의 직업이나 작품의 핵심 키워드에 결합하는 작업이다. 대본의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주인공이나 콘셉트가 아니다. 당신만의 고유한 접근법, 특별한 디테일, 남다른 세계관이다. - P100

메모 카드를 쓸 때는 정보, 팩트, 사건보다 당신이 느낀 그때 그 감정들이 더 중요하다. 당신이 느낀 감정을 당신만의 해석을 담아 당신만의 단어로 적어보자. 발견한 것, 떠오른 아이디어 모두 좋다. 감정과 감각은 금방 휘발되고 망각되거나 조작되니 즉시 써서 그대로 남겨보자.
메모 카드의 또 다른 장점은 글 막힘의 교착 상태를 풀어줄 비장의카드가 되어준다는 점이다. 한 장의 메모 카드를 놓고 대여섯 문장을추가해보자. 이런 식으로 한 씬이나 한 시퀀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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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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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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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이동식)

친구야
길을 가다 지치면
하늘을 보아
하늘은 바라보라고 있는거야
사는 일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니까
살다보면
지치기도 하겠지만
그러더라도 그러더라도
체념해 고개를 떨구지 말라고
희망마저 포기해
웃음마저 잃지 말라고
하늘은 저리 높은 곳에 있는 거야

정녕 주저앉고 싶을 정도의
절망의 무게가
몸과 마음을 짓눌러 와도
용기를 잃지 말고 살라고
신념을 잃지 말고 살라고
하늘은 저리 높은 곳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친구야
어느 때이고
삶이 힘듬을 느끼는 날엔
하늘을 보아
그리곤 씨익하고 한번웃어 보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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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길 위에서>는 출판되지 못했다. 7번 국도를 다녀온뒤에도 내 삶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여름은 지나갔다.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 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 P37

인생의 모든 순간은 딱 한 번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영영멀어진다. 말하려다 그만두고 말하려다 그만두고 그저 "아름다운 계절 중양절 또 돌아왔군요"라고 노래하는 이유는 지나간 순간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을이니까 그 사실이 나를 아프게 하지만, 또 나를 일깨우기도 한다.
나뭇잎이 또 저렇게 졌다가 봄이 되어 다시 돋는 동안, 사람들은 한 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자명한 사실 앞에 지금 단 하나의 가을이 놓여 있다. 그러니 이 가을 앞에서나 역시 말하려다 그만두고 말하려다 그만두고 "아, 서늘해서 좋은 가을이어라"라고 노래할 수밖에. - P62

내게는 바로 그런 게 겨울다운 겨울이다. 지난 한 해 나는정말 힘든 시기를 거쳐 왔다. 내가 힘들었다면,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힘들기만 했다면,
겨울까지 우린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어려운 일못지않게 즐거운 일도 많았다. 그 사실은 이 겨울이, 얼얼할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증명한다. 바람이 매서우면 매서울수록 우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겨울다운 겨울에 우리는 우리다운 우리가 된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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