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달프면 걸어라"는 조언이 아니라도 길을 걷다 보면 가만히 손 내밀며 아는 체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음 짓는 뭇 생명들의 환대까지 받노라면 사는 게 별거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 내지 깨달음은 당연하다. 특별한 사람도, 별난 인생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 P11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언제나 나 자신이다.
그러니 나를 만나고, 나와 화해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도없다. 그 모든 것이 길 위에 있다. 몸이 감당하는 수고로움이어느 순간 희열이 되고, 막막하기만 하던 마음도 열리면서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스스로를 만날 수도 있는 공간이길이기 때문이다. 생각이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성찰마저도 길 위에서는 흔하다. - P12

반항은 삶에 가치를 부여한다.
한 생애 전체에 걸쳐 펼쳐져 있는 반항은 그 삶의 위대함을 회복시킨다.
편협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인간의 지성이 자신을 넘어서는 (부조리한)현실과 부둥켜안고 대결하는 광경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은 없을 것이다.

- 알베르 카뮈, <시시포스 신화>

길을 걷고, 산을 오른다는 것은 자신이 딛고 서 있는 땅과바위를 타고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몸의 힘겨운 여정인 동시에,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자신의 꿋꿋함을 시험하는 시련이자 투쟁의 기록이다. 지속적인 반복이 주는 단조로운 권태, 그리고 땀범벅의 몰골과 후들거리는 다리, 주저앉고 싶어지는 질긴 욕망 등으로 요약되는 육체적 고통, 그리고 이따금씩 출몰하는 걷는다는 행위에 대한 근원적인 의구심까지.. 극복해야 할 대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온전히 내 몸,
두 발만을 사용하여 앞으로 나아간다는 아주 단순한 행위가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유다. - P29

하지만 어쩌랴. 혹여 발이나마 열심히 움직이다 보면 발에서 가슴으로 가는 역순환의 문고리 하나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얄팍한 욕심이, 기어이 어디론가 등을 떠민다. 그러니, 또 걸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길에는 동행도 있으니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더러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길 위에서 열정과 자유를 찾아 세상을 떠돌던 - P36

‘그리스인 조르바‘와 같은 도반을 만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 하니 믿어볼 일이다. - P37

조르바에게 행복이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일할 땐 일을 하고, 키스할 땐 키스를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이 그가 사는 방식이다. 그 최선의 순간에 그의 열정이 샘솟는다. 그가 결혼할 목적으로 모은 돈을 몽땅 털어 산 산투르(줄이 100개라는 이란의 전통 현악기)를 연주할 때도 그렇다.
연주할 때면 산투르 외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그는, 그것을 열정이라 부른다. 그리고 열정을 쏟아부을 때, 그는 자유롭다. 또 어쩌면 자유롭기 때문에 열정이 솟아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 P46

그에게 자유는 인간과 동격이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이유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 자유는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얽매이지 않는 방법은 욕심내지 않는 것.
그리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행동하는 것. 욕심내지않으니 비굴할 이유가 없고, 단순하게 사니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기적이니 행복하지 않을 이유야 당연히 없다. - P47

삶의 노정에서 나날의 걱정으로 길을 잃을 때, 구원의 문은 우리 스스로 열어젖혀야 한다. 우리를 대신해 살아줄 수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옳고 그름을 따지느라 삶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조르바는 묻는다. 머리로 사는 삶의 무의미함과 건조함이 조르바를 숨 막히게 하는 것이다. 뜨거운 피가 흐르는 가슴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단 말 - P50

인가. 머리로? 웃기는 소리 말라고 조르바는 다그친다. 가슴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조르바에게 삶은 자유, 그 자체다.
마음이, 가슴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 그것이 자유이기 때문이다. 관념의 벽을 허물고, 도덕의 담장을 뛰어넘을 때, 그곳에 조르바의 자유가 있다. 열정 안에 스스로를 남김없이 던져 넣을 수 있을 때, 운명에게 제 자신을 순순히 맡길 수 있을 때라야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 P51

"나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잃는 것"이라 했던 간디의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내가 내 안에만 머물지 않을때, 내가 어느 것에도 묶여 있지 않을 때, 그렇게 나를 잃을때, 두루 보고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고정된 세계관은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을 보게 하고, 듣게 하고, 또 알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깨닫는 둔탁하면서도 청아한 소리들의 변주. 걷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소리를 문득 깨달은 것이다. 오래전 화전을 일구며 살던 사람들이 쌀과 소금을 지고 넘나들었다던 군넘이 고갯마루에 올라 허리를 펴고 눈을 들자 비로소 숲이 보이고, 숲에서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후두둑 - 싹아 - 타악기의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울림인 듯, 하프 연주자가 현을 뜯어 흩뿌리는 떨림인 듯 적당한 볼륨의 소리가 숲을 맴돌다 슬그머니 내게로 온다. 비와 바람과 숲이 들려주는 합주였다. - P58

예순을 넘긴 중늙은이의 몸으로 미지의 땅에서 겪어야 할수많은 난관과 두려움을 감수하며 1만 2,000km라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긴 여정을 떠나게 한 그의 열정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었던 것일까?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의 땅을,
그것도 황무지와 사막의 땅을 기어이 걷게 한 열정의 바탕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것이었다. 바로 "침대 위에서 죽지않기 위해서"라고 그는 고백한다. 침대 위에서 뒹굴며 사는 인생이란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는 증표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자신만의 도약을 꿈꾸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삶의 끝이야 이미 정해져 있다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받아들일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 방법이 걷기였던 셈이다. - P65

재미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이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선택의 자유 = 재미‘인 것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그에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누군가억지로 떠밀어 산을 오르라 했다면 산을 오르는 이들 중 몇이나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겠는가. 그들이 굳이, 기어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스스로 결정하고, 제 발로 왔기 때문이다. - P77

이제 나는 우리가 저마다 두 개의 삶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나는 무엇인가를 배우는 삶이고,
또 하나는 배운 대로 사는 삶이다.

-말로 모건, <무탄트 메시지> - P100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안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 법정 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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