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행복은 완벽한 글 하나를 쓰는 거야. 그런데 그게 안 되는 거지. 그러니까 계속 쓰는 것이고.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글은 실패한 글이라네. 지금까지 완성된 성인들 중에 글을 쓴 사람은 없어.
예수님이 글을 썼나? 공자가 글을 썼나? 다 그 제자들이 쓴 거지. 역설적으로 말하면 쓰여진 글은 완성되지 못한 글이야. 성경도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인간이 쓴 글이고. 세상의 모든 경전, 문자로 쓰여진 것은 결국 완성되지 못한 그림자의 흔적일 뿐이네. 나 또한 완성할 수 없으니 행복에 닿을 수 없어. 그저 끝없이 쓰는 것이 행복인 동시에 갈증이고 쾌락이고 고통이야. 어찌 보면 고통이 목적이 돼버린 셈이지." - P266

그 진실을 알려면 또 골방에서 나와야 해. 필록테테스가 그때 뱀에 물려 무인도에만 있었다고 가정해보게. 전쟁에서 이기는 승리의 참의미를 알았겠나? 그 스스로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겠어? 상징적인 자기 인생의 전쟁에서 말일세. 영원히 못 이기는 거야. 그런데 결국 광장으로, 트로이 전쟁터로 나갔잖아. 상처와 활이 하나가 됐을 때는, 아무도 끝내지 못했던 그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거야. 인생을 해결할 수 있는 거라네." - P273

우리가 서양에 지는 게 바로 이 자아라는 거네. 동양인들은 그냥 있어. 내 육체와 내 정신을 바라보는 나, ‘난바보야‘ ‘나는 죽어가‘ ‘나는 아파‘라고 말하는 나가 없기 - P277

때문에 집단주의에 쉽게 매몰되는 거라네. 일렬로 죽서는 거야."
"나를 바라보고 나를 장악하고 내게 명령하는 나....."
"그래. 내가 나의 의지가 있으면 그건 70억 명하고 대립하는 거야. 나는 절대로 타자가 될 수 없기에." - P278

"기본적인 노력과 능력은 당연히 갖춰야겠지. 그런데 정말 크게 잘되는 스타는 하늘이 도운 거야. 책 낼 때마다 베스트셀러 되는 작가도 있고 안 되는 작가도 있어.
책을 아무리 지성과 정성을 다해서 써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개발새발 대충 쓴 것 같은데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있거든. 나중에 읽어보면 확실히 베스트셀러는 그때의 대중을 끄는 힘이 있어. 문운이야. 애낳으면 천재도 낳고 둔재도 낳는 것처럼, 똑같은 사람머리에서 똑같은 책을 읽고 써도 책마다 그 운이 다른거야." - P309

‘나는 용서할 사람이 아니라 용서받을 사람‘이라는 선생의 말이 칼날처럼 머리에 박혔다. 피조물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속에 자신을 던져넣고 보는 당신의 선험적 겸손에 나는 또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 P380

"선생님,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당신의 삶과 죽음을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면 좋겠습니까?"
"(미소 지으며) 바다에 일어나는 파도를 보게. 파도는 아무리 높게 일어나도 항상 수평으로 돌아가지. 아무리 거세도 바다에는 수평이라는 게 있어. 항상 움직이기에 바다는 한 번도 그 수평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다네. 하지만 파도는 돌아가야 할 수면이 분명 존재해. 나의 죽음도 같은 거야. 끝없이 움직이는 파도였으나, 모두가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간다네. 본 적은 없으나 내 안에 분명히 있어. 내가 돌아갈 곳이니까.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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