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라니∙∙∙∙∙∙ 내가 얼마만큼 알고 얼마만큼 모르느냐에 따라, 스승은 때로는 신이 나서 때로는 분이 나서 목청을 높였다. 호기심과 천진성은 그의 본성이자 나의 본성이기도 했다. 과히 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내가 스승에게 강렬하게 끌리는 이유는 바로 그런 점 때문이었다. - P197
"선생님의 평생의 interest는 글쓰기, 스토리텔링이었고요." "그렇지. 글을 쓸 때 나는 관심, 관찰, 관계………평생 이 세 가지 순서를 반복하며 스토리를 만들어왔다네. 관심을 가지면 관찰하게 되고 관찰을 하면 나와의 관계가 생겨" - P214
나는 사람들이 책 읽는 이유가 두 가지라고 생각하네. 내가 모르는 걸 발견하려고 읽는 사람이 있고, 내가 아는 걸 확인하려고 읽는 사람이 있어. 대부분은 확인하려고 읽는 거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이 사람도 이렇게 생각하다니, 안심해도 되겠어.‘ ‘이게 진리지? 내 생각이 맞았네.‘ 그런데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생각이 아니야. 상기하 - P227
는 거지. 이미 알던 것을 깨워서 흔드는 거지. 책이라는건 그렇게 흔들어주는 역할을 해. 머리를 진동시키는 거지. 그런데 오히려 머리를 굳히는 책들이 있어. 굳은 머리에 아예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거지. 알고 보면 콘크리트 양생하는 거야. 그러니 내게 보편적인 것 말고 새로운걸 물어보게." - P228
"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있다네." "날개가 일이 미터 되는 큰 새 말이지요?" "그래. 알바트로스는 하늘을 날 때는 눈부시지만, 날개가 커서 땅에 내려오면 중심을 못 잡고 기우뚱거려. 사람이 와도 도망 못 가고 쉽게 잡혀서 바보새라고 한다네. 하늘을 나는 아름다운 알바트로스가 땅에 내려오면 바보가 되는 거야. 그게 예술가야. 날아다니는 사람은 걷지 못해 예술가들은 나는 사람들이야. 시인 보들레르처럼, 이상처럼. 그들은 알바트로스에서 자기를 본 사람들이지. 지상에서 호랑이처럼 늑대처럼 이빨 있고 발톱있고 잘 뛰는 놈이라면 예술가가 되겠나. 알바트로스니까 예술 하는 거야." - P239
제 머리로 선택한다면 그렇지. 그런데 요즘엔 생각도 좌우로 진영 나눠서 정해주더구만. ‘저건 좌니까 빨갱이! 저건 우니까 꼴통. 자판기 비슷해. "정의냐, 불의냐도 진영에 따라 답을 내죠‘ "(혀를 차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세. 지금 내가 자네와 이정도 대화를 하는 것도 내가 자판기가 아니기 때문이라네. 답이 정해져 있으면 대화해서 뭘 하겠나? 자네가 - P241
만약 내일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내 대답은 달라져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오늘의 대화가 중요한 거야. 우리가 내일이 대화를 나눴더라면 오늘 같지 않았을 걸세. 그래서 오늘이 제일 아름다워. 지금 여기. 나는 오늘도 내일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을 신뢰하지 않아. 신념 가진 사람을 주의하게나. 큰일 나. 목숨 내건 사람들이거든." - P242
선생의 말은 둥글면 둥근 대로 뾰족하면 뾰족한 대로 모두 연결되고 이어져 하나로 만났다.
남의 신념대로 살지 마라 방황하라. 길 잃은 양이 돼라.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다‘의 성경 구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길을 잃어야 한다는 선생의 말은 깊고도 깊어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것은 용기의 과제이기도 했고, 믿음의 문제이기도 했다. - P246
인생도 그렇다네. 세상을 생존하기 위해서 살면 고역이야. 의식주만을 위해서 노동하고 산다면 평생이 고된 인생이지만, 고생까지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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