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듯 세상을 대할 때 우리 안의 호기심은 깨어난다. 타성에 젖어 무심히 흘려보냈던 일상의 조각들이 고유한 빛깔과 질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지막인 듯 대할 때 우리는 소중함을 깨닫는다. 시간의 유한함을 직시하는 순간, 오늘이라는 하루는 함부로 소비할 수 없는 고귀한 축복으로 거듭난다.
인생의 충만함을 결정하는 것은 일상을 마주하는 시선의 깊이다. 매 순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기는 마음은 우리를 현재에 온전히 머물게 한다. 그 시선의 끝에서 우리는 발견할 것이다. 가장 익숙했던 자리에 가장 찬란한 생의 진실이 숨어 있었음을. - P26
가끔은 눈을 뜨는 연습보다 눈을 감는 연습이 필요하다. 보이는세계에서 한발 물러나는 일은 마음을 자신에게로 되돌려 놓는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의 시선을 요구하지만, 진짜 삶은 눈을 감았을 때 들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눈을 감는다는 것은 내면을 열어두는 것이며, 보이는 세계 너머의 감각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일이다. - P28
독서는 시대의 이면을 통찰하고, 권력의 모순을 비관하며, 자신을성찰하는 숭고한 행위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책을 멀리할 때, 사회는 비판적 사고력을 상실하고 자극적인 선동에 취약해진다. 가시적인 억압은 자유에 대한 갈망을 깨우지만, 독서를 외면한 대중은 자신의 사유가 잠식당하는 줄도 모른 채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한다.
한 시대의 품격은 시민들의 읽는 습관에 의해 결정된다. 문화를지키는 일은 소음 속에서도 책을 펼쳐 드는 개인의 고요한 저항이다. 우리가 문장을 읽고 끊임없이 질문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권력도 우리 내면의 세계를 무너뜨릴 수 없다. 지성의 생명력은읽고 사유하는 깨어 있는 정신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