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일개 생선인지 지금껏 보지 못한 끔찍한괴물인지 알 수 없었으나 선형은 그것을 두 눈으로똑똑히 확인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삼촌의 열쇠와 이 공간이 저 소리가 그를 이끌었다. 한 발을 내디뎠다. 유리 너머로 꼭 사람을 닮은 그림자가 비쳤다. - P42

유리 바깥을 아무리 닦아도 시야는 선명해지지 않았다. 딛고 올라설 게 없나 주변을 살폈다. 청소용품을넣어둔 플라스틱 상자 몇 개가 보였다. 내용물을 쏟고상자를 쌓아 위에 올라섰다. 하수구에 머리를 처박은것 같은 습기와 불쾌감이 몰아쳤다. 아래를 내려다본그는 비스듬히 늘어뜨린 생명체를 발견했다. 해초처럼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천천히 움직이는 탁한 눈동자. 물은 수조의 3분의 1밖에 차 있지 않았는데, 골반에 붙은 다른 지느러미와 물갈퀴가 달린 기다란 손가락이 수면을 칠 때마다 찰박이는 소리가 났다.
"인어네."
삼촌은 지하에 인어를 숨겨놓은 것이다. - P43

피니는 다른 세상, 다른 차원의 운율로 노래했다.
수천 년 전 혹은 수만 년 후의 노래였다. 귓바퀴 솜털이 곤두서면서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선형은 짧은 순간 인지 가능한 시공간의 벽을 초월했다. 바다와 우주와 땅의 밑바닥을 보았다. 별안간 깨달았다. 피니의노래를 듣기 전의 자신과 들은 후의 자신은 완전히다르다. 한번 미지의 영역을 맛본 고막은 계속 인어의노래를 원할 것이다. 지하실의 두 번째 문을 밀었다.
그 너머에 심해가 있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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