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며 누구나 긴장감을 느낄 것이다. 행복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제안하면서, 나 또한 그럴 만한 학문적 내공이 있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일종의 모험을 해보려 한다. 인생도, 축구도 수비보다는 공격이 역시 제맛이라 생각하며. - P11

우리의 머리에 떠다니는 생각은 쉽게 보이는 부분이지만,
그것이 우리 행동의 주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페르시아왕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전령병이지만, 그가 패전의 진짜 이유는 아닌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오해를 하면 인간을 그저 ‘생각하는 단백질 덩어리‘로 착각하며 살게 된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문제도 생각이라는 아주 좁은 테두리 안에서 논하게 되고, 결국 행복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게 된다. - P23

오랜 교육을 통해 학습된 잣대로 본다면 우리의 동물적인 모습보다 합리적 측면이 더 좋아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는 불변의 사실이 아니고, 당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수의 의견일 뿐이다. 그것은 문화와 시대에 따라 변한다. - P24

행복에 대한 책에서 왜 이성이나 본능 같은 주제를 굳이 다루느냐고? 이런 비유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행복을 소리라고 한다면, 이 소리를 만드는 악기는 인간의 뇌다. 이악기가 언제, 왜, 무슨 목적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지를 알아야 행복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이 악기의 주인, 즉 인간에 대한 심층적 파악이 필요하다. 생각은 그의 모습 중 아주 작은 일부다. 그는 보면 볼수록 동물스럽다. - P28

다윈 대 아리스토텔레스. 중요한 대립이자 갈림길이다. 행복을 어디에 대입시켜 논하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결론이 나온다. 문득 경부 고속도로의 추풍령 휴게소가 생각난다. 경부 고속도로의 중간쯤 위치한 이곳은 상행선 하행선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휴게소다. 호두과자 한봉지 사들고 이곳을 출발할 때 어떤 차선에 진입하느냐에 따라 세 시간 뒤의 도착 지점은 완전히 달라진다. 광화문 혹은 해운대.
행복을 탐구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결정적 갈림길이 나타났다.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되는 철학에 바탕을 둔전통적인 관점이고, 또 하나는 새롭게 개통된 진화론이라는 코스다. - P49

진화와 행복의 복잡한 실타래. 몇 문장으로 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니 우선 다윈과 진화론에 대해 조금 친숙해지자.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마저 정리한뒤, 두 관점이 왜 행복의 이해에 큰 대척점이 되는지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 P50

공작새 꼬리가 이 책의 관심사는 아니다. 하지만 공작새 꼬리는 진화론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생명체가 가진 모든 생김새와 습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도구라는 점이다. 너무 중요해서 다시 한 번 쓴다.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다. 특히 ‘모든‘이란 단어에 주목하자 - P55

공작새의 꼬리를 다시 떠올려보자. 그 꼬리는 오직 짝짓기만을 위해 설계된 매우 거추장스러운 도구다. 바로 이 공작새 꼬리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멋진 꼬리가 공작새들의 짝짓기 경쟁에서 승부를 가르듯, 멋진 마음을 가진 자들이 인간의 짝짓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공작새는 꼬리를, 인간은 마음의 능력을 펼치지만, 밀러에 의하면 판이하게 다른 이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동일하다. 유전자를 남기기 위함이다. - P57

드디어 결정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왔다. 행복감 또한 마음의 산물이다. 창의력과 마찬가지로 행복도 생존을 위한 중요한 쓰임새가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은 삶의 최종 목적이라는 것이 철학자들의 의견이었지만, 사실은 행복 또한 생존에 필요한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마치 피카소의 창의성 같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는 두 사람의 표정이 엇갈린다. 약간 당혹감을 보이는 아리스토텔레스 선생. 반면 다윈 선생은 슬쩍 미소를 머금는 것 같다.
"흣, 이제야 뭔가 감을 잡는군."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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