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훗날 나의 직감이 사실로 밝혀지므로 아직 젊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비웃음을 들을망정 선생님을 꿰뚫어 본 내 자신이 기특하고 한편으로 기쁘다.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
그럼에도 자기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두 팔 벌려 끌어안을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었다. - P20

"누구를 좋아해본 적 있나?"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연애해보고 싶지 않은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을 건 없겠지."
"아, 네......."
"자네는 조금 전에 두 남녀를 보고 빈정댔어. 그 말 속에는 간절히 사랑을 원하지만 상대가 곁에 없다는 불만스러운 감정이섞여 있었네."
"그렇게 들리셨나요?"
"그렇게 들렸네.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지. 하지만...... 잘 듣게. 사랑은 죄악이야. 알겠나?"
나는 놀라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 P37

"논쟁이라면 질색이에요. 남자들은 걸핏하면 논쟁이지요. 그것도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내 눈에는 빈 술잔을 지치지도 않고 주고받는 사람들처럼 공허하게 보인답니다.
사모님의 말을 듣자 순간 뜨끔했다. 다소 신랄하게 들릴 수도있겠지만 지나친 말은 아니었다. 사모님은 자기의 주장을 상대가 인정하게끔 하고 거기서 일종의 자부심을 느낄 만큼 현대적이지 않았다. 그러기보다는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진심을 소중하게 여겼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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