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의 주제와 의미는 바다를 노니는 고래들처럼 거대하고도 자유롭다. 어디서 무엇을 읽어내든 그것은 독자의 자유다. 아니, 바로 이것이야말로 거대하고 자유로운 주제가 지닌 미덕, 모든 것을 확대하는 엄청난 미덕이다! 우리는 그 주제의 크기만큼이나 확장된다.
이 책을 덮은 뒤, 나는 멜빌이 "내게 콘도르의 것으로 만든 펜을 다오! 내게 베수비오산의 분화구를 잉크통으로 다오!"라고 외치던 심정이 이해되었다. 비운의 생을 살다 떠났지만, 멜빌은 고래처럼 웅장한 작품으로 결국 시대를 건너 살아남았다. 《모비 딕>은 내게 다시 읽을 날을 조용히 기다리게 만드는, 깊고도 단단한 고전이다. 바다 한가운데를외롭게 항해하던 피쿼드호의 모습과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였던 선원들의 모습이 지금도 아득하게 떠오르는 그런 책이다. - P211
일흔이 넘은 심덕출 어르신이 발레 슈즈를 신고 마흔의 스트릭랜드가 파리로 떠나고 모지스 할머니가 여든 넘은 나이에 화가의 꿈을 펼쳤듯, 우리들 각자에게도 서랍 속 깊이 감춰둔 꿈하나쯤은 있을지 모른다. - P218
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경험은 불확실하며, 판단은 어렵다."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이 경구는 의술에만국한되지 않고, 예술가의 삶 전반에 깊은 울림을 준다. 찰스스트릭랜드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이 문장의 의미를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듯 살아간다. 가정도, 체면도, 인간관계도 미련 없이 내던진 그의 모습에서는, 유한한 인생을 무한한 예술로 연장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기회는 절대로 기다려주지 않고, 진실한 예술은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다. 스트릭랜드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 - P223
확실성에도 주저하지 않았고, 예술을 향해 단호히 걸어갔다. 《나빌레라》의 심덕출 또한 자신의 남은 생이 그리 길지않다는 자각 앞에서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을것이다. 그의 선택 역시, 짧은 인생 속에서 오랫동안 가슴에묻어둔 꿈을 마침내 꺼내어 마주하려는 한 인간의 조용한결단이었다. - P224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의 형식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목적도 답도 없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쓴다. 희망은 늘 내일을 말하지만, 그 내일이 와도 희망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언제나 기다리는 존재다. 기다림은때때로 허망하지만, 그 허망함마저도 삶의 일부일지 모른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좋은 날이 오기를, 자유로워지기를,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기를, 평안한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기다릴 것이 있어야 삶에 소망이 생긴다. 그러니 각자가 - P232
기다리는 인생의 ‘고도‘는 모두 다를 수 있다. 행복, 구원, 사랑, 만족, 삶의 의미, 또는 그 어느 날 슬며시 다가올 죽음일수도 있다. 무엇이든, 그 기다림의 총합이 모여 삶이 된다. 나에게 이 책은 내 삶의 ‘고도‘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였다. 쉽지 않은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나니, 무수한 기다림으로 이어진 삶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조금은달라져 있었다. - P233
《월든》은 단순히 자연주의를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근원을 되돌아보게 하는 깊은 철학이담긴 책이다. 나는 오늘도 도시에서 분주하게 살아가지만가끔은 내 마음속 월든 호숫가로 조용히 떠날 채비를 한다. 그곳에서 소로우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단순하게, 본질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나답게 살아가기로 다짐하며.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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