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가는 한때 다른 작가의 독자였던 시절이 있다.
선발대 작가들은 후발대가 지표로 삼을 독서 목록을 자신의 책 구석구석에 심어둔다. 누가 명령한 것도 아닌데, 추천 도서의 구절까지 손수 본문에 인용하고서 이것 좀 읽어보라며 안달을 한다. 역시 재밌는 책은 길을 지나가는 낯선사람도 붙잡고 추천하고 싶은 것이 애독자의 인지상정이다. - P22

좋게 말해 ‘소신 있는 사람‘이지, 사실은 독불장군에 가까웠다. 방어적인 성격은 늘 철옹성을구축하는 쪽으로 작동했다. 나는 내가 선호하는 것만으로꽉꽉 채운 성에 살았다. 굳이 싫어하는 것과 인연을 맺어상처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이런 삶의 방식은 나를 덜 힘들게 했고, 솔직히 말해 편리했다.
이러한 성향은 책을 고를 때도 티가 났다. 나는 오만하게도 소설을 언어예술의 정수라고 확신했다.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동화책은 아이가 읽는 책, 시는 어렵고, 자기계발서는 잠언의 묶음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일의고됨만 알고 타 분야의 수고로움은 알지 못했다. 알아보려는 생각조차 못 했다. 그런데 독립출판 수업은 고작 첫 시간만에 내 편견의 철옹성을 부숴 줬다. 앞만 바라보고 달리던 나의 고개를 친히 돌려 주며 내가 밟고 있는 마을 밖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내가 가장 못난 시절에 만난 사람들이 나를 바꾸었다. - P35

글은 행복할 때 안 써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인생이어딘가 불만족스러울 때만 책상 앞에 앉는다. 만사를 제쳐두고 마음의 응어리를 털어놓고자 글을 쓴다. 글쓰기는 자아성찰의 씨앗이다. 실컷 운 가슴에 할 수 있다는 용기의문장을 심어준다. 다시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 나는 이처럼고난을 딛고 일어선 후에야 마주할 수 있는 즐겁고 다정한순간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 주고자 글을 쓴다.
나는 오래오래 행복할 때도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작업하기 전에 외쳐본다. 울적한구덩이 조심! 안전 제일! 육체를 건강하게, 마음을 명랑하게! - P55

좋아서 시작한 일은 좋게 끝마치면 된다. 과정이 고통스러울수록 결과물이 더 우수한 것도 아니다. 괴로운 선택은가능한 한 피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나아가자. 길을 개척하는 것도, 그 과정을 어떠한 방식으로 현명하게 거쳐 나갈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도 오롯이 꿈꾸는 자의 특권이니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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