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은 우리를 향해 어떤 사이냐고 묻는다. 그러면 남편은 대답한다. "우린 잉꼬부부예요. 부부니까 같이 다니죠." 그럼 나는 핀잔을 준다. "창피하니까 말하지 마." 그런데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잡을 길이 없다.
남편은 자신의 장애도 내 장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게 얼마나 내게 위로가 되는지 이 남자는 알까? - P26
예전엔 내 장애 때문이라 생각해 화부터 났는데 이젠 생 - P36
각을 바꿔가고 있다. 이것이 원래 내 생김새인데, 내 손은예전부터 이래왔는데, 나마저 타박하고 미워하면 되겠나. 내 손하고 친해지는 연습을 하자. 화초에게 ‘예쁘다 예쁘다‘ 말 건네듯 내 손에게도 ‘예쁘다 귀하다‘ 말 건네야지.
나는 나를 예쁘게 꾸미고 싶다. 난 마음이 젊은 멋쟁이은옥 할머니가 되고 싶다. - P37
나는 친정 가족에게 지난 10년의 결혼생활을 있는 그대로 고백했다. 결혼생활이 창살 없는 감옥과 같았다는 것. 내가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식이라서 더욱더 마음 아파하실부모님을 알기에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는 것. 이혼녀로 살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는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 오빠는 진즉 이야기를 하지 그랬냐고 나를 다독였고, 부모님은 내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셨다. 이미 가족들도 다알아버린 시점에서 나는 헤어져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이젠 참지 말아야지. 이제부터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지. 나의 결혼생활은 10년 만에 끝을 맺게 되었다. 남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아주 작은 미련조차도 없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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