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을 덮으며, 나는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무엇이 중요한 일이고 아닌지는 그 순간엔 모른다. 둘째, 긴호흡으로 보면 무조건 나쁜 일도, 무조건 좋은 일도 없다. 그냥 다가왔다가 지나갈 뿐이다.
물론 지금 당장 그 사실을 깨닫기는 쉽지 않다. 인생의 국면마다 맞이하는 사건들은 저마다 ‘나를 무시하면 후회할 거야‘라고 다그치며 우리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중 정말로 중요한 일은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어쩌면 그 손에 꼽을 정도로중요한 일조차 다시 몇 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니게될지 모를 일이다. - P7

독자 여러분이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자기 삶에 맞게끔 덜어내고 더하며, 인생을 꾸려나갈 자신만의 기준을세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좌충우돌한 모습을 읽으며 쓰디쓴 인생에한 줄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이 책의 소임은 충분히 다한 셈이 되겠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엔 부디 우리 모두의 인생이 조금 더 알차고 가벼워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P11

두 가지 사례에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를 알아낼 수 있다. 바로 ‘그것을 손에 넣은 다음에도 소중하게 여기느냐다. 첫 번째 사례의 경우, 아이는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다는이유로 풍선을 원했다. 풍선을 획득한 순간 그 부러움 - P18

은 끝났다. 그래서 아이는 풍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고, 풍선을 잃어버렸을 때도 별 아쉬움이 없었다. 반면 두 번째 사례의 경우, 아이는 장난감 그 자체를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늘 가지고 다니며 소중하게 다뤘다.
그래서 장난감을 잃어버렸을 때 큰 상실감을 경험했다. - P19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인생은 B와D사이의 C다"라고 말했다. 삶이란 탄생 - P25

Birth와 죽음 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는 의미다. 인생을 수놓는 숱한 결정들 사이를 단순히 순간의 욕구에 휘둘려 다닌다면 참으로 피곤하지 않겠는가? 정말만족스러운 삶을 원한다면 인생을 긴 관점에서 바라본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자. 이것이 바로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우선순위이며,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길이다. - P26

반사reflex와 반응reaction의 공통점은 외부 자극에자동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의지나 판단이 끼어들 틈도 없이 말이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무조건 반사는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기본값이다. 배우고 싶어서 배우는 것도 아니거니와, 잊거나없앨 수도 없다. 반면 심리적 반응은 성장 과정에서 학습을 통해 형성된 습관이다. 이 말은 노력과 연습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 P29

이때의 반응은 ‘reaction‘이 아닌 ‘response‘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이 둘을 모두 ‘반응‘이라고 번역해서 사용하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 마치 한숨과 심호흡이 다르듯이 말이다. 똑같이 깊은 호흡이지만 한숨은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자동으로 내쉬는숨이라면, 심호흡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호흡 동작과 드나드는 공기의 흐름에 집중하는 숨이다. 한숨을 내쉬고난 뒤의 기분과 심호흡을 하고 난 뒤의 기분을 비교해 - P32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렇게 습관화된 반응을 이겨내고 의식을 집중해내린 반응의 경우 ‘응답‘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할 것같다. 반응이란 말은 수동적인 느낌이 들지만, 응답은더 의지적이고 능동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 P33

그래서일까. 은유 작가는 <다가오는 말들>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상대방에게 무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꾸역꾸역 답하다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 버리는 자신이 참으로 바보 같고 미웠노라고. 하지만 작가는 시간이 지나며 점차 상대의 무례함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목표를 바꾸었다. ‘울지 않고 말하기‘에서 ‘울더라도 확실히 말하기‘로 말이다. 울지 않고 말하려다 실패하고자기혐오에 빠지는 대신, 울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해내는 것. 멋지지 않은가?

나도 은유 작가를 본받아 무례하고 불쾌한 질문을받았을 때의 행동 지침을 세웠다. 앞으로 그런 질문을 - P38

받으면 순순히 대답해 주는 대신, 상대방의 의도를 되묻기로 했다. 나에게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와 나의 관계에서 통제권을 지키고 자신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미처자신의 무례함을 눈치채지 못했을 때도, 내가 불쾌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차분히, 넌지시 일깨울 수도 있다.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고도 말이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무례함에 자신만의 대처법을세워 둔다면, 얼굴을 붉히는 일 없이 불편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나와 상대방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그러니 당장은 입이 안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불편함을 상대에게 분명하게 전해 보자.
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권리는 나 자신에게 있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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