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장
도는 텅 비어 있다. 그러나 그 작용은 끝이 없다. 깊기도 하구나! 마치 만물의 근원같다. 신비롭기도 하구나! 마치 진짜로 있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이 누구의 자식인지 모르겠다. 하느님보다도 먼저 있었던 듯하다. - P59
•노자가 "사만물지종萬物之"이라는 구절로 하고 싶은 말은 도가마치 ‘만물의 종주‘ 같아서 모든 만물이 그 도로부터 연역적으로 발생되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이것을 통해서 노자가 도를 실체나 만물의 발생 근원으로 보고 있지 않음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도는 실체나 본체로 이해될 수 있는그 어떤 것이 아니라, 이 자연이 존재하는 형식이자 그렇게 존재하도록 하는 원칙 내지는 그런 사실을 가리키는 범주이다. 도를 만물발생의 근원이나 실체 혹은 본체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자연의 존재 형식을 보여 주는 범주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 P62
다섯째 장
천지는 인하지 않다. 만물을 모두 풀강아지로 여긴다. 성인은 인하지 않다. 백성을 모두 풀강아지로 여긴다. 천지 사이는풀무와 같구나! 텅 비어 있지만 작용은 그치지 않고,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생명력이 넘친다. 말이 많으면 금방 한계에 봉착한다. 중을 지키는 것이 제일이다. - P65
물은 자신 앞에 있는 사물들을 장애물로 생각하거나 그것들과 갈등을 빚는 일이 없다. 그저 휘감고 돌거나 비켜갈 뿐이다. 사물들은땅에다 뿌리를 박고 위를 향해 성장한다. 사람들도 똑같다. 그러나 물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 낮고도 더러운 곳을 향해흐른다. 그리고 그 낮고 더러운 곳에 머물며 다른 사물들에게 수분을공급하고 이롭게 한다. 거기서 생명을 불어넣고 또 새로운 싹을 틔우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바로 도를 체득한 자의 모습이다. 그러므로도가 운행하는 모습과 가장 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몸을 낮취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갈등도 없고, 갈등에서 생겨나는 허물도 있을 수 없다. - P81
아홉째 장
계속 채우려 드는 것보다는 멈추는 것이 더 낫고, 잘 다듬어 예리하게 하면 오래 갈 수 없다. 온갖 금은보화를 집안 가득 채우지만 그것을 지킬 수가 없고, 부유하고 높은 자리에 있다 하여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는 꼴이다. 공이 이루어지면 물러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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