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리와 송 과장의 대화를 들으며 권 사원은 생각한다. 권 사원도 한때는 인스타와 페이스북을 열심히 했다.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면 부럽다.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계속 보다보면 어느덧 아는 사람이 된다. 나만 아는 사람,
그들은 나를 모른다. 현실에서 본 적 없는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잘난 사람들이니 나보다 잘나가도 아무런 감정이 없다.
그런데 전부터 알던 친구들이 잘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끔자괴감이 든다. - P266
나는 그대로인데 친구들은 앞서가는 듯 보이니 나는 상대적으로 불행해 보인다. 그들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다. 그들은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들은 저렇게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그들은 저렇게 몸매가 좋은데 나는 왜 축 쳐진 살들뿐일까. 그들은 저렇게 다 성공했는데 나는 왜 그저 뚜벅이 회사원일까. 그저 상대적일 뿐인데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 감정이 어느 때부터인가 힘들어져 권 사원은 SNS 보는 것을 접었다.
드르렁 퓨우우우우우. 저 앞에서 누군가 코를 곤다. 송 과장은 코 고는 아저씨를손가락으로 톡톡 깨운다. 코 골던 아저씨가 흠칫 놀라더니 다시 잠든다. - P267
오늘의 감정을 슬프거나 괴롭거나 아프다고 하기는 싫다. 최근에 읽은 자기계발서들이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말고 좋은 경험으로 삼으라고, 하도 강요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어떡하지? 나는 억울한데, 정말 억울한데, 내가 일을 못해서 진급하지 못한 거라면 납득을 하겠다. 하지만 만년 과장의 진급을 도와주기 위해 내가 희생된것은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
내가 회사에 바라는 것은 뭘까.. 대단한 게 아니다. 나를 뛰어난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절차와 공정한 평가를 바랄 뿐이다. 내가 회사나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다면 그에 합당한대가를 치르면 된다. 반대로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면 나도 피해를 받고 싶지 않다. - P302
이게 잘못된 생각인가. 내가 이기적인 건가. 회사생활을모르는 건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꼭 그걸 누군가를 짓밟거나 불이익을 주면서 해야 하는건가
승진에 목숨 거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다 참는데 왜 너는 못 참느냐고 말할지도모른다. 다른 사원들은 아직도 복사하고 커피 타는데 너는 중요업무라도 맡으니 배부른 소리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모르겠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내가 이까짓 진급 누락을가지고 크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미 결정되어 뒤엎을 수도 없는 일에, 별로 뒤엎을 가치도없는 일에 이토록 감정을 소모하고 있는 내 자신이 더 안타깝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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