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지 않는 것은 패배를뜻하는 것일까?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을뜻하는 것일까? - P8

달리기를 통해서 내가 깨닫게 된 일들은 수없이 많다. 뛰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이 달리기를 하기에는제일 좋은 때다, 아무리 천천히 뛴다고 해도 빨리 걷는 것보다는 천천히 뛰는 편이 더 빠르다. 앞에서 누군가 사진기를들고 달리는 사람들을 찍고 있다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등을 곧추세우고 웃어야만 한다(안 그러면 반라 차림에 일그러진 얼굴로 괴로워하는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지도 모른다) 등등등.
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 P9

나는 여기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를끝낼 때마다 나는 어마어마한 만족감을 느끼는데 그건 단지계획대로 달렸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는 동안에는 나를 둘러싼 세계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희로애락과 같은 인간의 감정에서 초월한, 더없이 편안한 상태 - P20

에서 달리는 사람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건 잠을 자면서 달린다는 소리다. 마찬가지로 잠을 자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베트남의 속담은 다음과 같다. "공동체를 떠난 수행자는 파괴될 것이다.
산을 떠난 호랑이가 인간에게 잡히듯이." 내 식대로 고치자면, 삶의 수많은 일들을 무감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순식간에노인이 될 것이다.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행복해하고 괴로워하라. - P21

고통이 아니라 경험에 집중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행하는건 삶을 살아가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우리의 삶 역시 끝이 있는 여행이지만, 그 사실을 매 순간 염두에 두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 P24

사전에는 활수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 뜻은 "무엇이든지 아끼지 않고 시원스럽게 잘 쓰는 씀씀이"라고 나와 있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활수 좋게 산다는 게 어떤 뜻인지 알게 된다.
오랫동안 나는 이런 활수의 상태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궁금했다. 처음에는 몸이 건강해지니까 그런 여유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달리기 시작하는 이유가 거기 있었으니까.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보니 달리기 자체에 몰입하는 시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전혀 뛰고 싶지 않은데도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몸 때문이 아니라 마음 때문에 달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 - P26

어서는 아마도 매일 뭔가를 끝낸다는 그 사실에서 이 기쁨이오는 게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 고통과 경험이 혼재하는 가운데, 거기 끝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자발적으로 고통이아니라 경험을 선택할 때, 그리고 달리기가 끝나고 난 뒤 자신의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때, 그렇게 매일 그 일을 반복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삶을 만끽하려는 이 넉넉한활수의 상태가 생기는 것이라고. 어쨌든 아직까지 그 이유는모른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가능하리라. 달리기는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시작할 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때는반드시 그렇다. - P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