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우리 대다수와 달리)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든 내면 깊숙이 자신의 여유를만끽하고 있다. 그들은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 군림하는 신과 같은 존재이거나, 아니면 저 느긋한 사자, 혹은 고양이를 닮은 존재이기도 할 테니까.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느릿느릿하게‘의 태도란 누군가의 - P181

그래서 나는 산책의 느릿함에 주목하는 것이다. 산책하는 이들 앞에 펼쳐진 세상은 여유롭고 평화로운 어떤 것이니까. 그때산책하는사람이 느릿느릿하게 삶의 기어를 내린다는 것은 이 세계의 ‘미친 흐름‘을 멈춘 뒤 그 흐름을 나의 리듬에 맞추고자 하는 무심한 실천이 된다. 이런 실천이야말로 이 미친 세상에서 산•책하는 일이 품고 있는 가장 놀라운 힘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 P182

그는 그런 식으로 세상에 흘러넘치는 신비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자신의 두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의 깊이, 세계의 신비에 매 순간 놀라고 있을 따름이다. 그는 그런 은밀한 경탄의감정을 자신 안으로 꾹꾹 눌러두며, 자신에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실의 겉치레에 불과한 언어를 버리고,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털어놓고 싶은 욕망을 버린채, 그는 태연하게 자기가 가던 길을 밟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는 어쩌면 자신이 지나쳐 온 길에 대하여, 아니, 자기 자신에 대하여 ‘단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 태도‘의 아름다움을 알고있는 것이리라. 말을 아끼고, 쑥스러워하고, 자신을 숨기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것인지도. 아니, 그는 이런 식의묘사에도 관심이 없을 게 분명하다. 그는 오래도록 산책길을거닐며 자신의 무심한 걸음걸이를 닮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말없이 어딘가를 걷는다. 거기에 무슨특별한 이유가 있을 리 없다. 단지 그게 그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일 테니, 그는 그냥 무덤덤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다. - P215

우리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어찌 됐든 나는 지금도 나만의아름다움을 창조해내고 있다. 나는 때때로 좌절과 파탄이 섞인박자에 허우적대겠지만, 결국에는 반드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멈추지만 않는다면, 내 삶을 오랫동안 꿋꿋하게 살아낼 수만 있다면. 나의 리듬은 내 맥박이 뛰는 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내 삶을 이렇게 ‘리듬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나의 시간은길고 여유롭게 확장될 수 있다. 나는 삶을 ‘리듬적으로" 파악한연후에야 나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고, 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날들을 향한 기대와 전망, 그리고 조화로운 연속성을 간직할 수 있다.
나는 그간 걸어온 것과 비슷하게 내 삶을 연주해 갈 것이다.
동시에 나는 과거와 닮았으면서도 조금씩 절묘하게 변주되는새 리듬의 향연이 내 앞에 펼쳐질 것을 알고 있다. 모든 것은 새롭고도 반복되며, 반복되면서도 새롭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풍성해진다. 나만의 리듬은 내가 움직이는 한 끊임없이 흐르고 두툼해지며 내 영혼을 북돋아 주리라.

어떤가? 이것은 산책길의 풍경과도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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