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람은 무의식에서 여러 가지 작동을 한다. 그래서정말 고민이 되는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져도 답이 나오지않을 때는 아예 다른 일을 하는 게 좋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아니면 잠을 자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다른일을 하는 동안에도 무의식은 고민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와 상관없는 소설을 읽다가도 해답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잠시 다른 세계에 갔다가 돌아왔을 때 많은 부분이 정리되는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 다른 세계가 바로달리기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마음의 상처, 후회, 안타까움이 가득했던 시간들과 아름답게 헤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달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처음 시작이 힘든 데다 꾸준히 하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이다. 달리기만의 문제라기보다 세상 모든 이치가 다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꾸준히 하는 것의 힘은 늘 대단하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를 삶의 우선순위로 둔 뒤 꾸준히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들의 도움을 받곤 한다. - P101

처음에는 한 번에다 달리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일단 천천히 뛰어보는 게좋다. 너무 괴로우면 중간 중간 멈춰도 된다. 일단 어떻게든하루를 달리고 나면 다음 날은 전날보다 조금 편해지거나조금 더 멀리 달릴 수 있게 된다. 그 사실이 정말 중요하다.
스스로를 조금 더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어제는 5분을 달렸으니까 오늘은 10분을 달리겠다는 ‘시간 목표를 세워보는 것도 좋다. 아니면 ‘거리 목표도 상관없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달리는 시간과 거리가 늘어나면 몸도 적응을 하기 시작해 달리기가 예전보다 덜 힘들게 된다. 결국은 시간과 마음가짐의 문제인 셈인데, 그 시간 동안 스스로의 발전을 느끼며 자신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다. - P103

완주한 사람, 완주자를 영어로 ‘finisher‘라고 한다. 중도포기하지 않고, 기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끝내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을 말한다. 나도 하는 모든 일에서 피니셔로 살아오긴 했지만 처음 풀코스 마라톤을 뛰어보고 나서야 이것이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할 수 있었고, 어려움이 큰 만큼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라톤에서 기록보다 완주가 더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사랑하라」에서 주인공은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긴 여행을떠난다. 이탈리아에서는 먹는 것에 집중하고, 인도에서는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는 자유롭게 사랑하는 삶을 살고는 전에 없던 행복을 발견한다. 이 모든 과정이 마라톤에도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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