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가겠습니다

(김정한)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려 했습니다
그래서 아픈 것 같습니다
더 많이 아프기 전에
더 많이 지치기 전에
이제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
내가 원하는 것들을
내 안에 담았던 것들을
하나둘씩 비우기로 했습니다
하나둘씩 떠나보내기로 했습니다
물질적인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제는
조금씩만 사랑하고
조금씩 비우며 살겠습니다
한꺼번에 비우려면 너무 버거울 것 같아
아주 조금씩 비우며 살기로 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잊혀지고, 지워지고, 떠나가겠지만
내 맘에 담았던 사랑,
내 손때 묻은 소중한 것들을
버리고 지우기가 힘드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비워가며 살기로 했습니다
사랑하는 것들을 비운다는 것은
내 살점을 떼어내는 고통이 따를 테지만
더 아프기 전에, 더 지치기 전에
조금씩 비우며 살겠습니다
내가 간직한 소중한 물건의 이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만을
가슴에 안고 가겠습니다
그냥,
다아 비워질 때까지 비우며 가겠습니다
세상과 처음 만났을 때 그때처럼
빈 몸으로 홀가분히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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