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점심약속에 5분 늦는다고 양해 문자를 보내면 바로 답이 온다. ‘저도 지금가는 중입니다.‘ 나는 그가 이미 그자리에 도착했는데도 상대를 배려해 그렇게 답하는 것임을 안다. ‘괜찮아요‘ 라든가 ‘천천히 오세요‘라는 답은많아도 이건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그런데 이 모두는 누구의 억측처럼아예 타고난 것도 아니고 얕은수의 여우짓도 아니다. 타인과 살아가는 내 삶을 더욱 풍성히 하려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관계와 사람이 소중하다는 전제가 없으면 결코 안되는 것들이다. 부모가 떠났을 때 자식이 부모를 멋있었다고 기억하고, 닮고 싶다고 생각하도록 살았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그. 그보다 한참 후배인 나는 예순이 넘어서그의 나이가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그를 닮게 된다면 참 좋겠다. 나는 오늘도미리그를 닮아가며 어느분의 문자에 답을 한다. ‘저도 지금가는 중입니다.‘ - P25

나는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왜 내게 왔고, 또 왜 그렇게 서둘러 떠나버린걸까. 그러나 머지않아 깨달았다. 그녀는 사람들에게서 받으려 하지 않았다. 재희는 자신보다 타인을 사랑했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그리고 만나는사람들에게 사람이 얼마큼 따뜻할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우매한 우리에게 그사실을 알려주려고 서둘러 떠난 것 같다. 만약 그럭저럭 살아있다면 지금처럼뼛속까지 느끼지는 못할테니까.
재희를 보내고 온양에서 올라올 때는 ‘선한끝은분명히 있다‘는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이 말이 이처럼 와 닿을 수 없다. 자신이조금 더 사는 대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남긴 재희가 그립다.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재희가 무엇인가를 크게 이룬 사람은 아니다. 마치 이름 없이 피었다 지는 들꽃처럼 작은 생을 살았고,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중한 가족이 아니어도 사람을 얼마나잔잔히 사랑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오늘밤그녀가 참 많이보고 싶다. - P29

출문여견대빈(명심보감)준례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밖을 나서는 순간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큰손님 섬기듯이 하라‘라는 뜻이라 한 - P38

다. 이 마음만 지니고 있다면 내가 나도 모르게 저지른 결례들을 또다시 저지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큰손님을 대할 때는 그저 무턱대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사전에 정보도 미리 입수하고, 더 훌륭하게 대접하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도할테니 말이다. 그런데 누가큰손님일까. 높은 자리에 있는사람? 나를 도와줄사람? 이미 도움을 준 사람? 맞다. 그들은 의심할 바 없이 큰손님이다. 그런데지금 보잘것없는자리에 있는사람, 내게 큰 도움을 줄 것 같지 않은사람, 지금까지 나를 도와준 적 없는 사람은 어떤가? 당장은 작아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오늘을 살면서 내일 무엇이필요한지 감히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모두를 챙길 수는 없다며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주머니 속에서 귀찮게 땡그랑거리던100원짜리 동전들을 어딘가에 팽개쳐두었다가는 지폐를 깨야하는 순간에 후회할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모두가 귀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한다. 오늘 미래의 귀인과 어떻게 스쳐지나갔는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