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적이지만 정 많은 그녀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죽는게 뭐라고‘ 그렇게 호들갑이냐며 독설을 날리는 (아직 안 읽은)책들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가끔 내가 월급을 모아 샀던 프라다 가방을 쳐다본다. 어쩌자고, 저 천가방을 70만 원이나 주고산 걸까. 아, 그러고 보니 백화점에서 60만 원이나 주고 가죽 지갑도 산 것 같다! 자신의 신발장에서 프라다 신발을 발견하고 놀라는 요코가 오버랩된다. 젊을 땐 그럴 수도 있다고 위로해준다. 남아 있는 채소와 꽁꽁 얼린 재료들로 만든 ‘정체불명의 국‘일지도 모를 우리 인생도 계속 매일 만들다 보면 기가막히게 맛있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리고 ‘살아 있으면언젠가 죽는다. 그러니, 가장 맛있고 유쾌하고 박력 있게 오늘을 살자. - P47
Q 글쓰기에 시동을 걸도록 도와주는 것이 있나요?
A (수전 손택)독서죠. 제가 쓰고 있는 글이나쓰고 싶은 글과는 상관없는 독서죠. 예술사, 건축사. 음악학, 그리고 수많은 주제를 다룬 학술 서적을 읽는답니다. 물론 시도 읽지요. 시동을 걸어주는 건 부분적으로는 시간벌기, 그러니까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시간벌기죠. 책과 음악은 기운을 북돋아주기도 하지만 불안하게도 해요. 글을 쓰고 있지 않다는 죄책감이 느껴지거든요. - P49
행복의 비결
"행복의 비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는 일을 좋아하는 데 있다." 제임스 M. 배리
하는 일이 좋아서, 눈이 저절로 떠지는 날이 있다.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그 기분을 유지하기위해 나는 정말 열심히 그 일을 한다. 결과가 안좋더라도 하는 동안 행복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부담도 덜어진다. ‘먼데이 블루‘를 없애기위해 월요일 오전엔 내 능력을 발휘해서 한 시간내에 끝낼 수 있는 일부터 한다. 가장 자신 있는한두 가지 일을 처리하고 나면, 한 달째 풀리지않던 ‘지옥의 제목안‘도 술술 써지는 기적이 발휘되기도 한다. - P52
"아름다운 서랍장을 만드는 목수는 서랍장 뒤쪽이 벽을 향한다고,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한다고싸구려 합판을 사용하지 않아요. 목수 자신은 알기 때문에 뒤쪽에도 아름다운 나무를 써야 하지요. 밤에 잠을 제대로 자려면 아름다움과 품위를끝까지 추구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
그가 남긴 수많은 명언 중 내가 가장 아끼는 말은 "자신이 쓰고 싶은 물건을 만든다는 것, 그것이 최고의 동기부여라 할 수있지요"이다. 항상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든다는 것이 내가일하는 최고의 동기부여였다. 편집자와 디자이너만 알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점‘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수없이 검토했다. 적어도 한 사람은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지고 책을 고를것이라고 믿었다. 그 한 사람과 내가 읽고 싶은 책, 내가 알고있는 방식으로 ‘아직 적히지 않은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것만이 그와 내가 교감하는 유일한 길이다. - P63
《태도에 관하여》의 저자는 "인간관계를 가급적이면 ‘관리‘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관리할관계가 한정적이다 보니 약속을 잡고 연락을 주고받는 시간이줄고, 나 혼자 집중해서 책을 읽고 생각할 시간이 두 배로 생겼고 그 결과 책도 두 권이나 출간할 수 있었다.
나른하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항간에서는 예찬하지만, 그것이 가치 있으려면어디까지나 자기 규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겸손한 주제 파악이 인간의 미덕일 순 있지만 삶을팽팽하게 지탱시켜주진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내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내가 나에게 지고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생생히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일.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 P85
그래서 수많은 저자들이 세상에 책을 내놓으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더 많이 읽고, 버리고, 남기고, 더해서 ‘나라면 어땠을까‘,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을까‘, ‘당신이라면 어떨 것 같냐‘, ‘이런 문장을 읽으면 읽고 싶지 않나요‘ 등의 입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내가 평생 할 업이다. 책을 제대로 읽을 때야 비로소, 얼굴에 생기가 돋는 게 나라는 걸 매일 거울을 볼 때마다 느낀다. 그러나 언제나 고비는 있는 법. 그럴 때마다 정민 교수의 글을 읽으며 정신을 무장할 것 같다. 그가 강조하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 마음은 ‘오직 독서뿐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질이다. 책 한 권을 읽고 사람이 변하는 것도 기적이지만, 매일 읽는 책을 통해 앎에 대한열정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큼 위대한 승리도 없을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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