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편지 1

(김정한)

왜 잊고 싶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쓰리고 비린내 나는 사랑,
그만 하고 싶었죠

그래요. 그러면 되겠네요
카푸치노 마시다가 입가에 묻은 거품을
한 손으로 슬쩍 닦으면 없어지는 것처럼
당신과의 시간도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느 유흥가 뒷골목,
땅바닥에 주저앉아 흐느적거리며 눈길질하는 사내처럼
나도 괴로울 때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 잠든다면
그렇게 된다면 당신과의 기억들,
잠시는 잊겠지요

그런데, 어쩌지요
눈 뜨면 당신은 방긋 웃는 햇살처럼 내게 오라 손짓하고
해지면 어둠 길 가르며 몸보다 마음 먼저 뛰쳐나가는 나를
더 이상 어쩌랍니까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우려 하면 다시 replay되는 수동 카세트처럼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에게로 함부로 쓰러지는 이 간절한 그리움을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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