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놀이

(이해인)

오늘은
일을 쉬고
책 속의 글자들과 놉니다

글자들은 내게 와서
위로의 꽃으로
향기를 풀어내고
슬픔의 풀로 흐느껴 울면서
사랑을 원합니다
내 가슴에 고요히
안기고 싶어합니다

책 속의 글자들도
때론 외롭고
그래서 사랑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너무 바쁘지 않게
너무 숨차지 않게
먼 길을 가려면
나와 친해지세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글자들에게
나는 웃으며 새옷을 입혀줍니다
사랑한다고 반갑다고
정감 어린 목소리로 말해주다가
어느새 나도
글꽃이 되는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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