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사회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인문고전 스터디가 많은 사회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의 철학자들은 탁월한 통찰이 담긴 글을 남겼지만, 거기에 지금 우리들의 문제와 해답이 전부 담겨 있을 순 없다. 플라톤도 공자도 인터넷이 뭔지 몰랐다.
내가 상상하는 책 중심 사회는 책이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가 되는 사회다. 많은 저자들이 ‘지금, 여기‘의 문제에 대해 책을 쓰고, 사람들이 그걸 읽고, 그 책의 의견을 보완하거나 거기에 반박하기 위해 다시 책을 쓰는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포털뉴스 댓글창, 국민청원 게시판, 트위터, 나무위키가 아니라 책을 통해 의견을 나눈다. 이 사회는 생각이 퍼지는 속도보다는 생각의 깊이와 질을 따진다. - P14

다시 말해 ‘작가‘가 아니라 ‘저자‘를 목표로 삼으라는 게 내 조언이다. 저자를 목표로 삼으면 무엇을 연습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작업에 대해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한 문장을 쓰고 다음 문장을 쓰고 또 다음 문장을 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오해한다. 그것은 다른 훈련 없이 슈팅 연습만 계속했더니 축구선수가 됐다거나, 부품을 하나하나 이어 붙였더니 어느새 비행기가 조립돼 있더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작가의 일에는 주변을 둘러보고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것이 포함된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실용서든 마찬가지다. 이런 기획력 역시 훈련해서 길러야 한다. 반응하는 글(때로 배설하는 글과 기획하는 글은 다르다. 그차이를 느껴봐야 한다. 에세이 열아홉 편의 글감은 있는데 추가로 써야 하는 한 편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않아 속을 썩이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 P23

자신이 쓴 글을 시간이 지나 다시 살피면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점검하는 것, 그러다 때로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 가끔은 ‘나 글 진짜 못 쓰는구나‘라고 자학하는 것도 작가의 일이다. 수치심을 무릅쓰고자기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뒤 피드백을 받아봐야한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칭찬 외에 다른 말을 한 마디만 하면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이다. 그 단계도 넘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문장을 쓰고 다음 문장을쓰는 작업과 긴밀히 엮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 P25

눈을 돌리면 다른 분야에서 데뷔하는 일 역시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퇴근하고 틈틈이 하루 한두시간씩 바이올린을 연습해서 전문 연주자가 됐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취미로 바둑을 두다가 어느 날 한국기원에 가서 입단 대회를 치르고 프로기사가 됐다는사람은? 주민센터에서 방송 댄스를 배우다가 연예기획사의 눈에 띄어 발탁될 가능성은 있나? 아주 어릴 때부터 하루 종일 10년 가까이 피나게 노력해야 겨우 프로로 데뷔할 수 있는 분야들이 있다.
그런데 작가는 그렇지 않다. 별다른 교육훈련 없이도 밤에 한두 시간씩 혼자 쓰다가 작가가 되는 사람이있다. 많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지금 베스트셀러인책들의 저자들 중에도 그런 작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거다. 그런 걸 보면 오히려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있다. 바이올린, 바둑, 방송 댄스야말로 아무나 하면 안 된다. 각오가 된 사람만 해야 한다.
미래의 판매량을 미리 고민하지 말고 먼저 쓰자. 편집자와 독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쓰자. 그들의 반응은 - P49

따라잡기 어렵다. 나 자신을 위해, 의미를 만들어내는기쁨을 위해 쓰자. 글자와 문장,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생각에 집중하자. 그렇게 쓸 때 더 좋은 글이나온다. 그리고 더 즐겁기도 하다. - P50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당신이 하늘의 축복을받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작품을 몇 편 발표하기 전에는당신 자신을 포함해서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욕망을 마주하고 풀어내면 분명히 통쾌할 거다. 가끔은고생스럽기도 하겠지만 그 고생에는 의미가 있다. 책을쓰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자. 의미를,
실존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중심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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