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에 대해 미친듯이 후회가 몰려오는 날엔, 냉정하게 그날을 되돌아볼 일이다. 실수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손을 뿌리칠 수밖에 없었던 순간, 울면서 호소하는 그를 보면서도 마음은 왠지 점점 차가워지기만 하던 그 밤, 나의 선택은 무엇이었는지그것은 행복해지기위해 내린 결론이었고, 그 순간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니 린코가 그랬던것처럼 이렇게 외칠 수밖에 "미안해. 후회망상에 빠져있을 미래의 나!!" 그리고 또 새롭게 지금을 살아간다. - P144

<지랄발광 17세>라는 영화 속,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표정을 짓고 있는 열일곱살의 주인공에게 엄마는 조언한다. "난 기분이 안 좋을 땐 이렇게 해. 아주 조용히 앉아서 나에게 말하지. 이 세상 사람도 다 나처럼 비참하고공허해. 안 그런 척할 뿐이지. 너도 해봐. 도움이 될지 모르니까." - P168

그래서 가끔씩 남편이나 아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해준다. "친구야. ‘내가 왜 결혼을
‘해서 이 고생이지‘라는 생각이 들 땐, 텅 빈집에서 청소기를 밀며 ‘아, 어깨허리가 쑤시네‘ 혼잣말이나 하고 있는나의 쓸쓸한 모습을 떠올리렴."
그래서 너의 마음이 조금 나아진다면 오케이. 단, 내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진 말고. - P169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는 일에 대한 철학을 설파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란 책에서 일의 의미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의 표현이 되어야 한다고 썼다. 내가 노동을 통해 이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은중요하다.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고, 생계만 해결되면 이놈의 회사 당장에 때려치우고 말겠다고 버릇처럼 이야기하지만, 결국 오늘도 출근을 위해 화장대 앞에 앉는 데는 분명 다른 이유도 있겠지 믿어보는 것이다. - P186

감동의 포인트는 이치코의 변화하는 눈빛이다. 복싱을시작한 이치코가 밤낮없이 줄넘기를 하고, 박스를 들고계단을 뛰어오르며, 매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섀도복싱을할 때 보는 이의 마음도 덩달아 뜨거워진다. 내 것으로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삶에 처음으로 애착을 갖게 된 순간, 열정을 쏟아부어 노력하고 싶은 대상을 발견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반짝이는 눈빛이다. 남들에겐 100엔짜리로 보이는 인생이라 해도, 나에겐 이것밖에없으니 최선을 다해 싸워보겠다, 이런 결심의 순간은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까.

이상적인 이야기인 줄 안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시하기쉬운 어떤 일을 하고 있다 해도, 남들에게 당당하게 내세울 만한 멋들어진 일은 아니라 해도, 그 일에서 나만의의미와 즐거움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따뜻한 목욕탕에서 늘 유쾌하게 나의 몸을 밀어주 - P188

시는 세신사 아주머니처럼 내일 아침 엄청 춥다는데 회사 가기 싫다고 생각중인 12월의 일요일 밤, 그래도 또하루치의 노동을 부끄럽지 않게 해내기 위해 꾸역꾸역잠을 청한다. - P189

외모에 대한 끝없는 집착은 결국 이성의 호감을 얻고싶다는 마음과 이어져 있다. 남자들에게 예쁜 여자로 보이고 싶고, 인기를 얻고 싶다는 욕심. 놀랍게도 나이가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연애의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두가지 집착은 함께 흐려져간다.
이십대에 외모에 민감한 나를 보면서 열 살쯤 많은 한언니가 말했었다. "나이가 들면 확실히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덜 쓰게 돼. 내가 보기에 깔끔하고 편한 게 최고야." - P202

비슷한 의미에서 혼자인 나를 받아들이는 일도 나이가 들면 꽤 괜찮아진다. 나는 왜 연애를 못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조바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누군가를 만나고싶은 순간도 있지만, 그만큼 혼자인 내가 편한 시간도 많다. 다른 이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상상보다 훨씬 큰 마음의 평화를 안겨주고 있다.
이런 얘길 해도 후배들은 믿지 않겠지. 비참해, 결국 인기를 포기했다는 얘기잖아. 맞다. 나름 치열한 연애 경쟁에서 약간의 자의에 의해 한 걸음 물러서게 된 순간, 엄청난 자유가 찾아왔다. 못 믿겠어, 라는 당신도 언젠간알게 될 것이로다.(악담이냐.) - P203

모두들 인정받고 싶어 안달하는 세상, 누군가 알아줄필요 따윈 없다고 말하는 존재 자체로 충만했던 어떤 삶에 대해 생각한다. 별난 구석이 있고 비밀스러웠던, 하지만 ‘나만의 것‘을 단단히 지킬 줄 알았던 하나의 인생이거기에 있다. - P214

무라카미 하루키는 몇 년에 한번씩 팬사이트에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한때 그걸 즐겨 읽었다. 한 이십대 독자는 "내일모레가 서른인데, 어른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는 "어른이라고 하는 건 그릇 같은 것이다. 무엇을 담을지는 당신의 책임"이라고 말해준다. "연애 한번 못 해보고 인생이 끝날까 두렵다"는 모태솔로 삼십대에겐 "보통의 인생‘이란 건 없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성취"라고 보듬는다.
특별할 것 없는 질문과 답인데도 읽다보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누군가의 고민을 귀담아듣고, 자신의 경험에서 - P221

나온 진솔한 답변을 들려주는 행위 자체가 주는 어떤 감동이다.

우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통 속에서살아가지만, 따뜻한 눈으로 응시하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순한 진통제가 되어줄 수 있다. 내한 몸 챙기기도 버거운 세상, 이런 사소한 응원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 P222

영화의 엔딩곡 가사는 이렇다. "걷다보면 혼자는 심심해/우리 둘이 천천히/가고 싶은 그곳이 어디라도/너와함께 걸어갈 거야." 나도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싶다고생각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같이 길을 나서는 언니가되어야겠다고,

다짐에 힘입어, 이번에는 나답지 않게 단호한 대답을 던져보고 싶어진다.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응. 그럴수 있을 거야. 그리고 여러분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음... 그렇게 믿읍시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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