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지난 지 백만 년이 흘렀지만, 요즘도 자주 재능의 한계에 절망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순간은 더욱 잦다. 똑똑하고 일도 아주 잘하는 후배들이 자꾸 등장하고, 그들에게 "너 기사 너무 좋더라" 칭찬을 하면서도 속으론 울고 싶을 때가 있다. 한심한 선배라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럴 때 그 순간‘을 생각한다. 무언가 신이 나서 나도 모르게 몰두했고, 그것으로 인정을 받았던 그 순간. 어쩌면 이 일이 나의 천직 아닐까라고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던 그 순간 최고는 되지 못했지만 그 순간이 가르쳐준 짜릿함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순간을 위해서라면 ‘진심‘ 도 ‘필사‘도 ‘열심히도 꼴사납지 않다는 것! 하루하루 나 - P91
에게 실망하면서도 계속해나가는 것은 그런 순간을 한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서라고. 그리하여 나는 이제 노력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자,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하다 멈칫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하루종일 애니만 복습하는이 자세에서부터 벗어나야 할 텐데 말이지… 이런, 벌써<하이큐>를 네번째 돌려보는 주말이다. - P92
그리하여 오늘도 자기계발서 매대 앞을 서성인다는 이야기. 내 인생을라임에 맞춰풀어내거나 영화에서 발레리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아직은 한계를 알지 못하기에 도전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남아 있을지 모른다. 이런 사실을 물론 주변엔 알리지 않는다. 가장 최근 - P101
에 샀다는 책 『조용히 이기는 사람들』에서 이런 구절을읽었기 때문이다. "떠벌리지 말라. 주목받지 못한 인물이 성공하면 효과는 더욱더 크다. 같은 성공이라도 주변의 기대를 한껏 받고 겨우겨우 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일이 실패할 경우에도 그저 조용히 마무리하면 그뿐이다." 보라. 자기계발서에 쓸모 있는 생각들이 참으로 많다. - P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