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경전에는 근면을 강조한 부처님의 말씀이 많다.
열반 직전에도 부처님은 "세상은 무상하다, 부지런히 정진하라"라고 당부한다. 요즘 새삼 이 말씀이 절실하다. 분주함과 부지런함은 같지 않다. 분주함은 차분하고 침착하게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허둥지둥 중구난방하는볼썽사나운 모습이다. 반면 부지런함이란 하지 않아도 될일은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규칙적이고, 차분하고, 진심으로, 꾸준히 하는 모습을 말한다. 이게 바로품격 있는 수행자의 모습이다. 이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규칙과 반복‘을 염두에 두고 일상에서 실행해야 할 때다. 매일 규칙적으로 사는 일은 내 기본을 다지는 수행일것이다. 중심을 잡고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이 수행이다. - P154

그렇다. 수행이란 이렇게 자신에게 정직하고 경건한삶을 가꾸는 몸짓이다. 그동안 나는 사유와 논리만이 수행이고 깨달음인 줄 알았다. 붓다는 ‘게으름‘을 경책하고 ‘부지런함‘을 독려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하지 않으면 내 정신에 녹이 생긴다. 쇠가 단단함과날카로움을 잃고 소멸하는 것은 내부에서 발생하는 녹 때문이다. 게으름은 녹이다. 녹슬지 않으려면 늘 갈고 닦아야하는 길밖에 없다. 상식이 비법이고 신통력이다.
천일기도를 인연으로 초발심을 회복하고자 한다. 기본을 다시 잡아야겠다. - P156

객처럼 일하면 배추와 무를 뽑고 씻고 하는 일들이 지겹고지루하지만, 주인의 마음으로 일하면 즐거움이 된단다. 그렇다. 누구나 이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공감할 수는없다. 선종에는 사구와 활구라는 말이 있다. 이론과관념에 젖은, 죽은 말이 사구다. 반면 김장을 하면서 얻은생생한 자기 말은 활구가 된다. 기꺼이, 즐겁게, 김장을 하니 노동과 수행과 놀이의 경계가 저절로 허물어진다. 그러고 보니 모두들 자기 분야에서 경험과 관찰과 사유를 통해서 온몸으로 ‘한소식 (깨달음)‘을 얻은 고수들이다. - P173

《도덕경》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발췌한다.

최고의 완성은 마치 미완성인 듯하다.
최고의 곧음은 마치 굽은 듯하다.
최고의 기교는 마치 졸렬한 듯하다.
최고의 언변은 마치 어눌한 듯하다."

언어가 곧 존재의 집이라면, 우리 시대는 자존감이라는 고통에 묶여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 
《반야심경>의 구절을 덧붙인다.

뒤바뀐 헛된 생각에서 떠나라.
그 무엇을 구하지 말라.
그리하면 어떤 두려움과 불안이 깃들지 못할 것이다. - P184

든든이는 소감문 첫 줄에 "평소라면 읽을 수 없는 책을읽게 되었다"라고 썼군요. 그래요.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는 많은 사람이 읽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생각하며 사는 사람, 나는 다르게 살겠다는 사람, 주어진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겠다는 - P192

사람, 나만 잘 사는 삶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살겠다는 사람들만이 이 책을 읽습니다. 실로 이 책은 현대의 고전입니다. 간달프도 벌써 일곱 번째 이 책을 읽었군요.
든든이는 이 책에서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선생님들의 말씀이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고도 말했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어려웠지만 재미있다‘라는 바로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쉬우니 재미있다, 혹은 내가잘하는 것이어서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재미있다‘는 것도 존재합니다. 우리 모두 이 점을 깊이 생각해봅시다. 든든이도 려강과 같이 "사랑과 이해는 같이 간다"는 구절이 마음에 남았군요. - P193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논어》의 구절을 순아는 외우고 있군요. 이 구절이 첫수업의 숙제인지라 긴장하고 성실하게 외웠던 모양입니다. 이 구절을 다시 상기해봅시다.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을쌓더라도 그 지식과 책의 내용을 이리저리 깊이 사유하지않는다면 별로 소득이 없다는 뜻이지요. 또 반대로 체계적으로 학문을 하지 않은 채 이리저리 사색만 하고 논리를 세우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주장과 생각은 매우 편협하고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식과 사색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 P194

이제 평을 모두 마칩니다.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며 간달프도 많이 배웠습니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한 가지,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모두들 글을 쓰는 실력을 키웠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깊고 참신합니다. 그런데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부족한 것 같습니다. 생각, 말, 글은 하나입니다. 글쓰기를통해서 생각을 가다듬고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비법은 없습니다. 그저 많이 읽고, 관찰하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써야 합니다.
그럼, 남은 방학 시간 성실하고 재미있게 보내십시오.

실상사 선우당에서
간달프 법인 - P2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