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란 바로 생각과 태도의 ‘전환‘이겠습니다. 반성해보니 나는 습관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하는 습관이 신체에 박힌 듯합니다. 나의 이런 태도로 이웃들이 더러 힘들었을 것입니다. 수행자라는 이름과 행색 또한 어찌보면 특별한 권위이고 권력이니 차마 말을 못 했을 것입니다. 세월을 먹다 보니, 많이 알고 똑똑한 거,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여 이제부터는 ‘하심과 공경‘으로 태도를 전환할 것을 다짐합니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법구경>의 한 구절이 가슴에 닿습니다. 우리는 내 능력과 노력으로 사는 것 같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이웃의 은혜와 도움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니 사람과 산천초목에 대한 은혜가 실로 크고도 깊습니다. 그 고마움을 헤아려보니 절로 겸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P105
하심과 공경을삶의 주요 덕목으로 삼을 때, 나는 <노자>의 다음 말을 노년의 마음씀으로 삼습니다.
가장 곧은 것은 마치 굽은 듯하고,
가장 뛰어난 기교는 마치 서툰 듯하고,
가장 잘 하는 말은 마치 더듬는 듯하다."
정녕 지혜로운 이는 하심과 공경의 마음으로 살고, 하심과 공경은 이같이 서툰 듯 자연스러운 태도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어 《노자》의 정승조靜勝躒, 고요함이 조급함을 이긴다는 가르침도 다시 새겨봅니다.
불볕더위가 기운을 내뿜고 있는 오늘도 실상사 노스님은 도량 삭발 수행을 하고 계십니다. 고요한 몸짓으로 보는이에게 무언으로 말하고 계십니다. 사람이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거듭 하심과 공경으로 나를 가다듬습니다. - P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