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으로 기우이겠지만 한마디 더 보탠다. 사람들은 말한다. 백조는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물밑에서 피땀 흘리는 노력을 감내하고 있다고. 그렇다. 법인 스님의 글도 무심코 읽으면 백조의 우아함처럼 읽힐 것이다.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벌어졌던 피눈물의 몸부림이 있음을 놓칠 위험이 있다. 그렇게 읽는다면 그 독서는 약이 아니라독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하시길. 그리하여 부디 날마다 좋은 날 되길 손 모은다.

오늘도 청산은 의연히 푸르고 강물은 유유히 흐른다.

지리산 실상사 뜨락에서도법 - P9

가볍게 말했지만, 그 속뜻은 의미가 깊다 하겠다. 석가모니는 각자 자신을 등불로 삼으라고 했다. 중국의 임제 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죽이라고 했다. 철저한 ‘주체‘와 ‘자유‘의 정신이다. - P23

이 지면을 빌어 신자들에게 부탁한다. 종교인들에게선물을 줄 때 세 가지 정도는 깊이 숙고하기 바란다. 첫째,
선물(공양)을 주는 나의 의도는 순수한가? 둘째, 내가 선물을 드릴 상대는 선물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 셋째, 주고받는 이의 마음에 청정하고 소박한 기쁨을 만들어주는 선물인가? 소위 ‘개념 없는‘ 선물은 종교인을 망칠 수 있다. 적정하지 않은 선물로 낮고, 소박하고, 겸허하고, 평등하고, 세심하게 살피고, 최소한의 소유로 내면의 큰 기쁨을 누리며,
단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종교인의 내면을 방해해서는안 될 것이다. - P38

번지가 인仁에 관하여 질문했다. 공자가 대답하기를, "인이란 애인이다. 이어서 지체에 대해 질문했다. 공자가대답하기를, "지란 지인이다"."

사랑의 대상도 앎의 대상도 바로 ‘사람‘이다. 사람과 사물을 향해 관심과 애정을 가질 때, 나를 내세우지않고 편견을 두지 않으면서 바라보고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친구와사물에 관해 잘 알 수 있다고 생각을 나누었다. 나아가 첫수업 때 철학의 본뜻이 사랑과 지혜라고 말했음을 상기했다. 그러므로 사랑 없는 삶은 그저 정보에 지나지 않음을, - P49

참다운 삶은 침착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함께하는 것임을 논했다.  - P50

흰 구름 쌓인 곳에 초가집이 세 칸인데
앉고 눕고 쏘다녀도 저절로 한가롭네
시냇물은 졸졸졸 반야를 속삭이고
맑은 바람 달빛에 온몸이 서늘하다"

산길을 걷다가 문득 고려 후기 나옹선사의 선시를 읊조린다. 마음이 절로 한가하다. 그런데 그 누구든 산중에서살기만 한다면 매일 이런 심정으로 살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대로 마음이 그 무엇에 매이고 휘둘 - P55

린다면 비록 몸이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있을지라도 흰 구름과 시냇물 소리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세 칸 초가집이 초라하고 마음은 시끄럽고 무료하다. 결국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뜻이다. 그러니 평온과 기쁨을 어떤 환경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또 어떤 일의 문제로만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다. - P56

오늘도 나는 걷고 또 걸으리라.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걸으리라. 《화엄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염염보리심念念普提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이라고, 매 순간 청정하고 깨어 있는 마음을 간직하면 바로 그 자리가 안락한 극락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걷는 걸음걸음마다 성찰하면바로 그곳이 참회도량이다. 걸음걸음에 무언가를 사유하고 의심하면 바로 그곳이 참선도량이다. 걸음걸음에 어제읽은 글의 내용을 깊이 헤아리면 그곳이 바로 인문학 교실이다. 걸음걸음에 무심과 평온을 간직하면 그곳이 극락이다. 그런 그가 부처다.
오늘도 내일도 보보자애심자애로걸음마다운 마음을 일으키면, 보보연화생步步蓮花生,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오르리니.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