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사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진실로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천사가껴안으면 바스러질 뿐인 우리 불완전한 인간들은 내가 사랑하는사람이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그를 살며시 어루만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사랑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누구도 상대방에게 신이 될 수 없다. 그저 신의 빈자리가 될 수 있을 뿐. - P90

시인이 저 이야기를 집착에 대한 것으로 해석할 때 그것은 그 이야기를 사랑에 대한 것으로 읽을 가능성을 포기하거나 배척하면서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굳이 말할 필요가없다고 느꼈으리라. 시인은 이것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이므로, 이제 그가 알아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한 것은 그 사랑을 부드럽게 내려놓는 일이었을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저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에서, 그 사랑의배후와 근저에 있는 강렬한 ‘움켜쥐‘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것으로부터 성숙한 거리를 두는 일의 깊이를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시인으로부터 배운 것을 나에게 가르쳐둔다. 가르쳐도 아직은 그깊이를 모르는 지금의 나에게. - P106

개미는 위태로운 등반 끝에 드디어 꽃에 도착한다. 그다음은?
더는 할일이 없어 그만 쪼그리고 앉아버렸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아들이 그러고 있었듯이. 그때 무슨 깨달음처럼 베란다 전체가 환해진다. "추억이란 애써 올라가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꼿꼿해진생각이 아닐까."추억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착이 빚은 일종의정지 상태라는 것. 그 추억에서 이제는 내려와야 할 때가 되었다.
개미가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는 아버지를 비로소 떠나보냈고, 외로움은 환해져 홀로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짐작해보는 것이지만 나는 아직도 홀로움을 다 알지 못한다. 아마도 그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리라. - P140

"조금 아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깊이 마시지 않을 거라면 피에리아의 샘물을 맛보지 말라." 알렉산더 포프의 장시 「비평론AnEssay on Critisism」의 215~216행이다. 조금 아는 사람이 위험한 것은 그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이아는 사람은 자신이 알아야 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음을 안다.
이어지는 대목이 이렇다. "얕은 한 모금은 뇌를 취하게 만들지만,
많이 마시면 다시 명철해지리라." 그러니까 이런 말이다. 이젠 좀알겠다 싶으면 당신은 아직 모르는 것이고, 어쩐지 점점 더 모르겠다 싶으면 당신은 좀 알게 된 것이다. - P172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라는 어정쩡한 표현에는 아직 인생을 제대로 살아본 적도 없다는 겸손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는 시를 쉽게 쓴 것이 아니라 인생을 어렵게 살았다. 자신을 넘어서려는 노력, 결국 ‘최후의 나‘에 도달하려는 노력, 그것이그를 죽게 했고 영원히 살게 했다. 이제 나는 그의 문장을 반대로뒤집어 나에게 읽어준다. 시는 쓰기 어렵다는데 인생이 이렇게쉽게 살아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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