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 행복을 일구는 사람들 이야기 박원순의 희망 찾기 1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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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 재단 이사. 희망제작소 이사...

박원순을 따라다니는 명함은 참 많다.

그가 이번엔 희망찾기 프로젝트로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라는 따끄따끈한 책을 펴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사는게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경제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며,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고 할 때

그는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과연 이 시대에 '희망'은 없는건지, 이제 더이상 '희망'을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지를 직접 걸으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한마디로 '희망'을 찾아나선다.

 

특히 나처럼 지역에서 상근활동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을에서 만나는 '희망'은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을  사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서문에서 '지역과 농촌이야말로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블루오션'임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 1부에서는  '사람이 모여드니 자연스레 돈이 돌더라'는 얘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요즘 너도나도 유기농에 생태를 부르짖을 정도로 언제부터인가 대세가 된 '생태혁명'이

식탁뿐만 아니라, 땅에도 삶에도 유효한 것임을 2부에서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특히나 '희망'이 없는 시대에 자칫잘못하면 배부른 소리로 들릴법한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바로 마을문화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켜버린 사람들과 마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우리가 왜 '마을' '지역'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마을' '지역'은 바로 생로병사가 있는 곳이고,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사실 내가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집어들었을때는 조금더 거창한 것을 기대했었다.

 

5-60이 된 나이에 귀향을 해서 마을 이장도 하고, 때로는 마을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묵묵히 견뎌내면서

 






관광특구, 살기좋은 마을로 지정되는 그런 마을 이야기라던가, 이제 더이상은 농촌에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고 이야기할 때

유기농법으로 농업을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민적 관심사로 불러일으키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은 아니었다.

 

정치라고 하면 중앙정치, 정치인들을 떠올리기가 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선거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삶은 점점더 어려워지고, 그런 시대에 어떻게 마을 사람들이 정치에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그것은 무엇으로 가능한 것인지

소위 거대담론들에 대한 이야기와 변화, 혁신, 진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주도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물론 이 책은 내 기대에는 부합되지 못할정도로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행복한 마을을 꿈꾼다면 그 변화의 시작이자 끝인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추상적인 구호나 감상적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그들을 주인으로, 주체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헌법제1조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문제나

민주, 통일 같은 거대 담론 뿐만 아니라 환경, 생태, 문화, 예술과 같은 가치들이 바로 이 거대담론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동안 사실 '희망'은 없는게 아니라, 큰 것들, 거대담론속에서만 '희망'을 말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한다.

 

바로 지금, 내가 발딛고 서 있는 곳에서부터, 일상에서부터,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와 혁신을 가져온다면

그래서 지금 나부터 변화의 씨앗이 된다면 우리는 '희망'을 찾아나설 것이 아니라

그 '희망'이 바로 내 안에 살아 숨쉬고 나와 공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인권변호사.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 재단 이사. 희망제작소 이사...

박원순을 따라다니는 명함은 참 많다.

그가 이번엔 희망찾기 프로젝트로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라는 따끄따끈한 책을 펴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사는게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경제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며,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고 할 때

그는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과연 이 시대에 '희망'은 없는건지, 이제 더이상 '희망'을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지를 직접 걸으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한마디로 '희망'을 찾아나선다.

 

특히 나처럼 지역에서 상근활동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을에서 만나는 '희망'은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을  사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서문에서 '지역과 농촌이야말로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블루오션'임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 1부에서는  '사람이 모여드니 자연스레 돈이 돌더라'는 얘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요즘 너도나도 유기농에 생태를 부르짖을 정도로 언제부터인가 대세가 된 '생태혁명'이

식탁뿐만 아니라, 땅에도 삶에도 유효한 것임을 2부에서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특히나 '희망'이 없는 시대에 자칫잘못하면 배부른 소리로 들릴법한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바로 마을문화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켜버린 사람들과 마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우리가 왜 '마을' '지역'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마을' '지역'은 바로 생로병사가 있는 곳이고,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사실 내가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집어들었을때는 조금더 거창한 것을 기대했었다.

 

5-60이 된 나이에 귀향을 해서 마을 이장도 하고, 때로는 마을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묵묵히 견뎌내면서

 





관광특구, 살기좋은 마을로 지정되는 그런 마을 이야기라던가, 이제 더이상은 농촌에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고 이야기할 때

유기농법으로 농업을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민적 관심사로 불러일으키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은 아니었다.

 

정치라고 하면 중앙정치, 정치인들을 떠올리기가 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선거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삶은 점점더 어려워지고, 그런 시대에 어떻게 마을 사람들이 정치에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그것은 무엇으로 가능한 것인지

소위 거대담론들에 대한 이야기와 변화, 혁신, 진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주도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물론 이 책은 내 기대에는 부합되지 못할정도로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행복한 마을을 꿈꾼다면 그 변화의 시작이자 끝인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추상적인 구호나 감상적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그들을 주인으로, 주체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헌법제1조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문제나

민주, 통일 같은 거대 담론 뿐만 아니라 환경, 생태, 문화, 예술과 같은 가치들이 바로 이 거대담론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동안 사실 '희망'은 없는게 아니라, 큰 것들, 거대담론속에서만 '희망'을 말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한다.

 

바로 지금, 내가 발딛고 서 있는 곳에서부터, 일상에서부터,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와 혁신을 가져온다면

그래서 지금 나부터 변화의 씨앗이 된다면 우리는 '희망'을 찾아나설 것이 아니라

그 '희망'이 바로 내 안에 살아 숨쉬고 나와 공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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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봄나무 밝은눈 1
강수돌 지음, 최영순 그림 / 봄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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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들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 내 소원은 바로 '유치원'을 다니는 것...

엄마를 몇날 몇일 아니 아마도 몇달을 졸라보기도 하고, 울고불고 그 어린나이때부터 단식투쟁(?)을 해보기도 했지만

당시 집안형편상 물론 내 소원은 무참히 좌절되었지만, 그렇게도 유치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바로 강수돌 교수의 이 책을 보면서 '아, 이게 바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그 모든것'이 여기에 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97년 IMF 이전에는  너도나도 중산층이라 말했는데, 바로 IMF 이후 중산층은 사라지고, 어느순간부터

빈익빈 부익부, 20대 80의 사회가 지금은 10대 90으로 변할 만큼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어릴 때 내가 그렇게도 궁금하고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 같았던 문제는 바로

'우리 엄마아빠는 1년에 설날, 추석 명절 날 딱 2번만 쉬는데 우리집은 왜 이렇게 가난한 걸까?'

'왜 공부잘하는 친구들은 집도 부자일까?'  뭐 이런 것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시작된 사회에 대한 풀리지 않는 어떤 의문이 중, 고등학교 때에는 '불만'으로 되어갔고,

어느새 나는 '사회불만세력' 또는 '불순세력'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의문은 대학에 들어간 이후 무참히, 처참히 깨어져나갔다...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은 저학년을 대상으로 쓰여진 경제 이야기, 아니 살림살이 이야기이다.

 

왠지 '경제' 라고 하면 딱딱하고, 전문적일 것 같고, 통계나 수치 또는 어려운 전문용어나 지식이 필요할 것 같은 거부감이 먼저 드는데

이 책은 정말 저학년을 대상으로 쓰여져서 인지 눈높이 교육의 본보기 같다.

 

경제문제를 단순히 '돈벌이'로만 보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고, 또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살림살이로 해석해 놓는다.

 

요즘한창 '일제고사'니 '방과후 수업'이니 교육현실을 둘러싸고 서열화, 경쟁등이 문제시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어른들은 왜 자꾸 아이들에게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하는지, 공부를 잘하면 돈을 많이 벌고, 또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 정말 행복한건지를 시작으로

왜 집값은 오르기만 하는지, 왜 시골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밖에 없는지, 왜 쌀을 수입하면 안되는지

마지막으로 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는지를 생생하게 밝혀놓고 있다.

 

어떤 이론서적이나, 학술 논문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인 반면, 너무도 친절하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그 어린시절에 이런책이 있었다면,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가슴속에 '의문'을 품지 않았을텐데,

그리고 지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일제고사'니 '입시경쟁'이니 하는 과도한 교육열을 부추기고 경쟁으로 내모는 대신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또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이 책은

오히려 어린 학생들보다는 그들을 올바르게 지도해야 하는 우리 어른들이 부모들이, 그리고 선생님들이 먼저 읽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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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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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인터넷 서점을 돌아보다가 요즘 베스트셀러 1위라는 이 책을 보고 주문을 했다.

그뒤로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정신없이 책의 3분의 1가량을 읽었을 때, 영화 개봉 첫날 아침에 좋아하는 언니와 이 영화를 봤다...

 

무슨 책이건 영화로 개봉되면 책의 느낌을 반감시키는 것 같아 솔직히 반갑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물론 이 영화도 책의 느낌이 반감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사실 영화를 다보고나서는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었다.

멍하기도 하고, 도대체 이 느낌, 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를만큼 기분이 참 오묘했다.

함께 영화를 본 언니는  '되게 야한 영화인줄 알았는데, 참 아름답게 그렸다'라는 느낌을 전했는데

솔직히 나는 아름답다는 느낌보다는 어쨌건 머리도, 가슴도 복잡하고 무언가 불편한 기운이 내 온몸을 뒤덮는 것 같았다.

 

이 책(영화)은 1950년대 독일의 어느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책에서는 간염으로 나오지만, 영화에는 성홍열에 걸린

15세의 주인공 미하엘 베르크가 하교길에 구토를 하게되고, 우연이 그것을 본 한 서른 여섯의 여인 '한나'가 그에게 도움을 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미하엘은 얼마뒤 한나를 다시 찾아가게 되고, 그날 부터 둘은 열다섯과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 차이는 무시한채 연인이 된다.

첫 만남에서부터 관계를 갖게 되는 둘의 모습은 책에서는 참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또 한창 성욕이 왕성한 나이인 열다섯의 주인공이 서른여섯의 성숙한 여인과의 성관계의

의미를 굳이 물을 필요도 없이 둘은 마치 운명처럼 서로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또다른 주인공 '한나'가 마치 어린 소년을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듯한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미하엘은 그 뒤로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나의 집으로 달려가고, 둘은 곧바로 사랑을 나누게 된다.

 

어느날 우연히 미하엘의 책을 보게된 한나는 미하엘에게 '책을 읽어줄것'을 요구하게 되고, 그때부터 둘의 사랑방식은 변화하는데

미하엘이 한나의 집에 오면 우선은 한나를 위한 미하엘의 '책읽기' 가 시작되고, 그뒤로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



둘이 마치 폭풍우와도 같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면서, 어느날은 미하엘의 방학을 맞아 둘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미하엘은 아끼던 엽서를 팔지만 미하엘에게 한나를 위한 것이라면 엽서따위는 이미 중요치 않다.

그렇게 마련한 경비를 가지고 한나와 함께 한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에서 둘은 연인이라기 보다는 주변에서 볼때는 '모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뒤로 한나는 다니던 전차회사에서 그녀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사무직'으로의 승진제안을 받지만 그녀는 그 순간

미하엘에게 단 한마디도 남기지 않은채 혼자 떠나게 된다...

 

그 뒤로 미하엘은 마치 미친사람처럼 그녀를 찾아 헤메지만, 어느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마치 아무일 없듯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그러다 둘은 미하엘의 나이 스물 두살 때 나치 전범 재판을 위한 법정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미하엘은 법학도의 신분으로, 또 한나는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을 지낸 '피고'의 신분으로...

 

이 책의 2부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왜 그녀는 아무말없이 미하엘을 떠났다가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으로 피고의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는지,

미하엘을 떠난 6년간의 삶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갔는지, 왜 그녀는 '피고'로 서있을 수 밖에 없는지, 왜 그녀는 미하엘을 떠났는지가

영화에서는 아주 짧게 설명되어 진다...



한나는 문맹이다.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인 것이다.

그런 그녀는 미하엘에게 자신이 문맹임을 숨긴채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또 전차 승무원에서 사무직으로 이직을 하게 될 경우

그녀의 문맹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미하엘을 떠나게 된 것...

 

나치 수용소 '감시원'으로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모든 죄를 그녀가 뒤집어 쓸 수 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오로지 자신이 '문맹'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작성하지도 않은, 아니 작성할 수 도 없는 보고서를 그녀가 작성했다고 거짓진술을 하며

20년 형을 선고 받는다...

 

그녀가 문맹임을 너무나 늦게 알아차린 미하엘. 하지만 그는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그녀와 똑같이 숨기며,

그녀가 수감생활을 시작한지 8년째 되던 해부터 그녀에게 편지나 책을 보내는 대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녀에게 카세트 테이프에 그녀에게 책을 녹음해서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사면을 받는 하루를 남겨두고 둘은 재회하게 되나, 바로 그날 새벽 한나는 목을 메고 자살을 한다...

 

열다섯과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에 만난 두 사람.

한나가 그를 떠난 후 미하엘의 삶은 단 한순간도 한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어느누구도 마음속에 품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한나를 그리워하거나, 한나에 대한 사랑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그를 버리고 떠난 그녀에 대한 원망과, 자신이 그녀를 떠나게 했다는 죄책감이 한데 어우려저 그는 평생을 혼돈과 혼란속에서 보낸다.

 

한나는 어떠한가?

자신이 문맹이라는 약점을 숨기기 위해 사랑하는 미하엘을 떠나지만,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은 책에서는

사실 한나는 '미하엘'을 영원히 떠나지 못한다.

평생 미하엘을 가슴에 품고 살며, 또 평생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만, 미하엘이 10년간 보내준 테잎을 통해

그녀는 글을 배우게 되고, 마침내 글자를 쓰게 된다.

 

'문맹'이라는 그녀의 약점이 그렇게 사랑하는 연인을 떠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전차 승무원이라는 직업보다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이라는 직업을

택할 정도로, 자유로운 밖에서의 삶보다는 20년  감옥에서의 수감생활을 택할 정도로 그녀를 좌우하는 것일까?

 

나의 답답함과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인간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한나가 느꼈을 수치심과, 미하엘의 분노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다섯과 서른 여섯의 나이에 시작된 둘의 사랑이  미하엘에게는 평생을 분노, 죄의식,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나에게는 평생을 가슴에 담아둘 수 밖에 없는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

그런 것을 과연 사랑이라 할 수 있는지...

 

이런 복잡한 심경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이 영화가 가볍지 않은 것은 바로

인간의 상처와 수치심, 분노,  그리고 그속에서의 책임과 사랑, 연민 바로 이런 것들이  내 안에도 존재하기 때문이고,

내가 미하일이었더라면, 또는 내가 한나였더라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내 안에도 어떠한 '해답'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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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 2009-03-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건 아닌데요..한나는 20년형을 받지 않고 무기징역을 받았지요. (어제 영화를 본터라..) 근데 20년을 복역하고 가석방 되어서 나가는 설정이었어요.

영화 보고 저도 기분이 오묘했어요.^^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모티브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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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단 한번이라도 들어보았을 '행복한 페미니즘'의 저자 벨 훅스.

그녀가 이번에는 '계급'에 대해 말했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라는 제목으로 이 책에는 '계급'이라는 단어가 도대체 몇번이나 나올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구구절절 지금 이 시기에 왜 '계급'에 대해 말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흔히들 '여성'하면 이중 삼중의 억압과 고통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계급 억압이 있고, 인종 억압이 있으며, 장애와 비 장애 사이의 무수한 억압이 있다하더라도,

거기에 '여성'이 붙으면 그 자체로 이중 삼중의 고통이 더해지는 것이다.

 

초기 여성주의가 '여성'의 특수성을 강조하느라 '계급'에 대해 경시했다면, 유래없는 자본의 탄압속에서는

또다시 '계급'이 강조되면서 '여성'의 특수성은 가려지고, 바로 이러한 오류를 반복하면서 여성주의는  자기반성과 변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과도기라 할 수 있지만, 여성주의가 진정 '여성해방'과 '인간해방'을 목표로 한다면

'여성'이기 때문에 갖는 보편성외에도 같은 '여성'이라 할 지라도 '계급적 차이'에 따라 , 또 인종에 따라, 장애와 비장애에 따른 

억압의 형태와 문화의 차이들이 조명되지 않고서는  '여성해방'은  이를 주장하고 외치는 또 다른 권력있는 여성들만을 위한 구호로 끝나거나,

이를 위해 또 다른 여성의 억압이 전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벨 훅스의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는 바로 신자유주의 시대 여성운동이 나아갈 길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서 벨 훅스는  99%의 부를 위해 1%가 어떻게 억압당하고, 착취당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 '계급'이라는 말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은폐되어 오고, 그로 인해 이익을 얻는자는 누구인지

특히 미국사회에서 '자본권력'을 중심으로 어떻게 권력구조가 재편되고 있는지를 '흑인 노동계급'에서 신분상승한 본인의 경험을 통해 설명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한때는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나오면 그길이 곧바로 신분상승의 길로 직결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너도나도 오로지 일류대 명문대를 부르짖었고, 소위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노동계급의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피나는 노력여하에 따라 '계급이동'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각종 언론과 매체는, 그래서 마치 누구라도 노력만한다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면서 소비를 부추겨왔다.

 

또 한편으로는 경제성장으로 노동계급도 일정정도의 부(?)를 누릴 수 있게 되자, 마치 우리 사회에도 더이상은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듯

너도나도 '중산층'이라는 말을 쓰곤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오늘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물론 지금도 끊임없이 신분상승을 꿈꾸며, 일류대, 일류직장, 유학파, 박사학위 등을 어떤 신분상승의 코스처럼 인식하고

이를 위해 이제는 초등학교때부터 아니 그보다 더 일찍 '경쟁'사회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해야 한다.

과연 99%의 부를 늘리기 위해 1%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사회에서 과연 '계급' 이동이 현실적인 것인지?

설사 운좋게도 99%중에 소수가 그 1%에 속한다 할지라도, 과연 그 소수가 자신의 '계급적 처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이제는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전세계적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기에

내가 서있는 위치는 어디인지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소수 몇몇의 신분상승이나 계급이동이 아닌

99%의 계급적 지위와 1%의 계급적 지위를 역전시키지 않고서는 희망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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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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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호는 연암

그의 사상은 실학. 실학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 이용후생,  대표저서  열하일기...

이정도가 중학교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아마도 국사시간에 연암 박지원에  대해 배운 전부인 것 같다.

여기에 좀더 자세히 덧붙인다면 실학이 어떤 것인지, 박지원 하면 꼭 따라다니는 박제가 등등...

 

얼마전 위 책의 저자인 고미숙작가가 쓴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를 흥분의 도가니속에서 읽고나서

바로 다음날 고미숙이 쓴 책을 질러버리면서 산 책...

물론 '사랑과 연애의 달인..'에 나온 고전 이야기들을 읽으며, 갑자기 '고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책 제목만 보고도 진짜 웃음이 나왔다. 웃음과 역설에 유쾌까지... 오호~ 땡기는걸...

 

마지막 조선후기의 양 수평선에 있었던 두 천재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에 대한 보론과

저자의 중국기행 에필로그, 거기다 친절하게 '열하일기'의 원목차, 열하 여정도, 등자인물 캐리커처, 주요용어 해설까지...

참 친절하게도 덧붙여 놓는 바람에 책은 450여 페이지에 달한다...

 

처음엔 책 두께에 놀라고,

그 다음엔 연암의 범상치 않은 말과 행보, 특히 도저히 상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의 자유로운 사고에 놀라게 된다.

 

미루어짐작컨데 연암은 아마도 에니어그램 7유형에 속할 듯 하다.

 

'수십 보 떨어진 담장 밖에까지 들릴 정도로 크고 우렁찬 목소리' '말술을 마시고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으며 일단 논쟁이 붙으면 사흘 밤낮을 쉬지 않았다는 다혈질적 기질' 등등... 한마디로 넘치는 활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인물인 점도 감안한다면, 아마도 8번 날개를 쓰는 7번 유형이 아닐까 싶다.... 유머에 살고, 호기심에 열광하고 '자유롭다'에 쓰러지는 전형적인 7번유형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여진다...



그는 고독함조차도 밝고 경쾌하게 변화시킨다.

 

'사흘간이나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긴 봄날 우두커니 앉아 혼자 쌍륙놀이(일종의 보드게임)를 하고 있사외다. 오른손은 갑이 되고 왼손은 을이 되어 '다섯이야!'  '여섯이야!' 하고 소리치는 중에도 나와 너가 있어 이기고 짐에 마음을 쓰게 되니 문득 상대편이 적으로 느껴지외다.....'

 

 

위의 글에서 보여주는 철학적 의미는 일단 둘째 치고라도, 허걱~ 이게 정녕 우리가 익히 듣고, 외웠던

실학의 대가 연암 박지원의 모습이란 말인가???

 

연암 박지원은 1737년 영조13년 명문거족 반남 박씨가의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는데 집안이 대대로 청렴함을 자랑했기 때문에 명망에 걸맞는 부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언제든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는 계보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선후기 때도 주류 가문의 촉망받는 천재가 밟아야 할 코스란게 눈에 훤할터,

연암 또한 처음에는 '입신양명'의 길을 그대로 밟아 나가나,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는데 바로 우을증이 몸을 덮친 것이다.

 

현대사회 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도 우을증이 있었다는게 참 사람사는건 예나지금이나 매한가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오늘날 보통 우을증을 치료하는 것과 달리, 연암은 아주 독특한, 그만의 방법으로 우을증을 치료하는데, 바로 연암이 선택한 치료방법이란 바로 이런거다.

 

 

'지난 계유. 갑술년 사이에 내 나이는 열에 일고여덟 살이었다. 병에 오랫동안 시달리어 음악, 서화 혹은 칼, 거문고, 골동 등 모든 잡물을 제법 좋아했을 뿐더러 더욱이 지나는 손님을 모아놓고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옛이야기로써 마음을 여러 모로 위안시켰으나, 그 깊숙이 스며든 울적한 증세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저잣거리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채집하여 글로 옮기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를 치료의 방편으로 삼은 것도 경이로울 뿐더러, 글의 소재들이 주로 시정의 풍문, 그것도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야담들이라건 정말 희한하기 짝이없다. 성인들의 말씀이나 현자의 지혜를 찾아다니는게 아니라 시정에 떠도는 '개그'를 통해 마음을 수양하다니, 이런 발상이 대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연암은 질병이  찾아 올때는 바로 '다른 삶을 살라'는,  '문턱을 넘으라는' 몸의 신호요, 메시지임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그리고 70여 평생을 권력의 바깥에서,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의 생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며, 수많은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고여있지않고 끊임없이 이질적인 것들과 접속하는 삶을 산다.

 

벗을 부르는 타고난 능력으로 '벗이란 제2의 나다'라고 하는  우정론을 펼치며, 신분과 나이조차도 뛰어넘는 유연함 아니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지닌 연암.

 

머무름과 떠남에 집착과 주저함이 없고, 자신마져도 '타자화'시켜서 바라보며, 차이의 정치, 사이의 정치를 할 줄 알았던 인물... 그의 자유로운 사고와 자유로운 언행, 자유로운 행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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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51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