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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평점 :
[서평] 마음의 연대/수잔 글래스펠/차영지 옮김/내로라 출판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때로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진실보다 더 중요한 그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존의 문제 아닐까? 작가인 수잔 글래스펠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그런 과정에서 살해된 여성의 사건을 보도했다. <마음의 연대>는 그 실제 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딕슨 카운티라는 작은 마을에서 한 남자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런데 피해자의 아내는 남편의 옆에 잠들었으면서도 남편이 살해되는 동안 어떤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진술하면서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아내는 점점 더 범인으로 몰려가간다.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소설은 짧은 글 속에 사건의 중심에 휘말린 미니포스터를 향해 형성되는 여성들의 공감을 읽는 재미가 뛰어나다. 시대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바닥이던 시기, 인권뿐 아니라 여성이 주로 맡아오던 일들이 아주 하찮게 여겨졌다. 소설 속 남성들이 뱉어내는 이야기들 속에는 하나같이 여성비하의 의미들이 더러 있다. 소설 속 여자들은 미니 포스터의 물건들을 치우다가 몇 가지 특이한 점을 찾게 된다. 서서히 살인자가 누구인지 보다 미니 포스터의 삶과 처지에 공감하고 아파하면서 암묵적인 연대를 끌어낸다.
"가까이 살든 멀리 살든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어요. 다들 똑같니까. 다들 겉에선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엔 똑같은 삶을 살아가니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당신과 내가 어떻게, 그 삶을 이해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어떻게 지금 이 순간, 그 삶을 짐작할 수 있겠어요."126p.
미니포스터의 삶을 잘 몰랐던 이웃 부인들은 미니 포스터가 떠난 자리에서 사건 당일 그녀의 심리상태를 예상할 수 있는 몇몇 물건을 발견하고 여자들만의 마음의 연대를 만들어간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분노와 외로움을 공감하며.
"어떤 공감은 구원이 됩니다. 공감은 연대를, 연대는 용기를, 용기는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은 같은 마음으로 견디고 있을지 모릅니다." 147p
매우 짧은 이야기가 한숨에 읽힌다. 여자로서 느끼는 외로움, 아끼는 노란 카나리아가 죽었을 때 그녀의 마음 어떠했을지 같이 분노한다. 그리고 나도 작품 속 다른 여인들처럼 연대의 행진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