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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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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감성적인 책 표지에 비해 무척 도발적인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나 자신이래도 친구까진 될 수 있어도 결혼은 못 할 것 같다. 사소한 일에 이랬다, 저랬다 일희일비하고 무엇하나 끈기 있게 해내지도 못하는 데다 무척 예민하기까지 한 나와의 결혼이라니, 상대가 글러 먹어도 너무 글러 먹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에겐 자신만의 장단점이 있는 것처럼 나는 무엇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체계적이고 확실하다. 예민한 성격만큼 신중해서 타인에게 함부로 상처 주지 않으려고 늘 조심하기에 나와 친구가 되어 여행을 다니거나 놀러 다닐 때는 편하고 즐겁게 다니리라 장담한다. 조곤조곤 사소한 이야깃거리를 나누다가 서로의 삶이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새삼스레 깨닫고 놀라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겠지.
이처럼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는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을 준다. 친구의 얼굴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살포시 미소 짓게 되는 것처럼 무언가 대단한 지식을 전달하지도, 굴곡이 선명한 대서사시를 보여주지도 않지만 웃게 된다. 그렇다고 유머집이냐고 묻는다면 또 아닌 게 이 책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네 개의 속삭임(챕터)으로 나누어진 이야기들은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모여있다. ‘사랑’, ‘나 자신’, ‘외로움’ 그리고 ‘진심’에 대해서. 그리고 이 네 가지의 요소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너를 사랑하고, 내게 사랑을 주는 네게 진심으로 감사해하기. 작가는 사람과 삶에 치인 현대인들이 쉽게 지나치고 잊어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속삭인다.
“이 세상은 당신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있다”고,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시도하는 편이 훨씬 나으니까, 열정적으로 세상을 사랑해보자’고.
특히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작가가 스페인 톨레도의 한 식당에서 겪었던 일이다. 고요하고 침울한 공기가 감도는 식당 안, 카운터에는 술주정뱅이가 앉아있고 젊은 남녀는 서로를 외면한 채 접시를 깨작거리고 있으며 한 여인은 목 놓아 울고 있다. 식당에서 노래하는 밴드조차 느리고 무기력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한 소녀가 꽃을 든 채 나타난다. 방긋거리는 미소가 손에 든 꽃과 같은 아이는 사람들에게 꽃을 팔고 그걸 받은 사람들이 다시 활기를 찾고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는 일화이다. 주정뱅이는 노래에 맞춰 장단을 맞추고 젊은 남녀는 다시 화해하고, 울고 있던 여인은 울음 대신 휘파람을 분다.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는 식당 밖으로 퍼져 손님들을 불러 모으기까지 했다는데, 각박한 현대사회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당장 길거리에서 도움을 구하는 손길을 선뜻 잡아주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나는 이 일화를 읽으며 사랑을 전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을 전하는 일이 거창한 것일까. 스스럼없이 꽃을 건네던 소녀(물론 돈을 받고 판 것이긴 하지만)를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나는 얼마 전에 우유를 사러 집 근처 마트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계산해주시는 점원분이 유독 피곤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정도 없고 무신경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걸 보고 나도 무미건조하게 인사를 받으면 되었지만 어쩐지 조금 더 친절해지고 싶었다. 매번 지독하게 들었을 ‘안녕히 계세요’ 보다 좀 더 산뜻한 걸로. 그러자 점원분은 살그머니 웃으며 작게 ‘잘 가요’라고 해주셨다. 근소한 차이만으로 살가워지는 점원분을 보니 이게 별 건 아니었는데,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나 후회가 들 정도였다.
내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아마도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점원에게 보낸 인사말과 같지 않을까 싶다.
나와 같이 힘들게 살아왔을 사람들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며 꽃 한송이와 같은 사랑을 전할 ‘용기’를 가지자는 것.

2022년 8월 3일,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는 중국 작가 후이의 책이다.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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