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사략 2 - 춘추시대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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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엔 춘추시대(春秋時代)편!!
1권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기대를 안고 내 머릿속에선 중국의 역사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역시나 변함없는 재미때문에인지 술술 읽히는 것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라고 중얼거리면서 자연스레 날 웃게 만든다.

주(周)왕조를 중심으로 하고, 다른 여러 제후들의 나라가 난립하는 시대가 바로 춘추시대인데, 그런 어지러운 시대에 눈에 띄는 영웅이 두 명 있으니, 그들은 바로 제(齊)나라 환공(桓公)과 진(晉)나라 문공(文公)이다. 

우선, 제나라를 살펴보면 13대 임금 희공의 자식은 강제아, 규, 문강, 소백 이렇게 3남 1녀였다. 그 중 가장 총명하고 큰 그릇은 막내 소백(小白)이고, 그의 가정교사가 지금도 회자되는 포숙아(鮑叔牙)였으며, 포숙아의 절친한 친구는 다름아닌 천재 관중(管仲)이었다. 그 유명한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은 이 두 사람의 우정과 의리에서 나온 말이고, 관중은 규를, 포숙아는 소백을 모셨는데, 둘 사이에 아주 대단한 일화가 있다. 

강제아(齊 襄公)의 사촌형인 무지(無知)가 모반을 일으켜 양공(襄公)을 죽이고 정권을 장악했으나 양공보다 더 폭정을 일삼자 관중은 규와 노나라에, 포숙아는 소백을 데리고 일단 거나라로 피신해 있다가 다들 때를 기다렸다. 그런데, 무지가 살해되어 왕위를 놓고 관중과 포숙아가 제(齊)나라 수도 임치를 향해 달려가는데, 관중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소백에게 독화살을 쏘게 된다. 관중은 소백이 죽은 줄로만 알고 규를 모시고 여유있게 제나라로 가나, 공교롭게도 화살은 소백의 허리띠의 쇠붙이에 박혀서 죽지않고 수도 임치에 먼저 도착, 결국엔 제나라의 임금(齊 桓公)이 되었다. 이를 분하게 여겨 관중은 노나라의 힘을 빌려 싸웠으나 결과는 참패하게 되어 참수형으로 처벌될 위기에 처했지만, 포숙아의 천거로 오히려 제나라 재상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으니 훗날 관중은 죽으며 이렇게 말한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요,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이다."

한편, 여색을 밝히는 진(晋)나라 헌공(獻公)은 아버지의 애첩을 가로채 아이를 낳으니 그 이름이 신생(申生)이고, 적(狄)족 자매를 첩으로 가졌는데, 언니는 중이(重耳), 동생은 이오(夷吾)를 낳으며 또, 융(戎)을 정복하고 얻은 여인 여희로부터 해제(奚齊)를 낳는다. 그런데, 여희는 조국을 망하게 한 진(晋)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하려고 부자지간을 이간계로 파멸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첫째 신생을 자결하게끔 하고, 세째 이오와는 아버지와 전쟁을 하게 만들었으며, 둘째 중이 역시 자결하도록 유도했지만 도망쳐나와 중이는 그를 따르는 가신들과 함께 근 20년동안 이곳저곳 타국으로 떠돌이 거지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중이를 알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좋은 기회가 와서 결국 진(晋)나라의 패자(覇者)가 된다. 그가 바로 진 문공(晋 文公)인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에 오자서(伍子胥)라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그는 초(楚)나라 평왕(平王)이 아버지와 형을 살해하자 여러나라를 떠돌다가 양자강 하류의 오(吳)나라에 정착하는데, 합려가 오왕으로 즉위하는 것을 도와 그의 신임을 받고 손무(孫武)와 함께 오나라의 국력신장에 크게 기여했다. 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초나라를 정복하고, 오자서는 이미 죽어 장사까지 지낸 초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채찍으로 3백여 차례나 때리고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았다고 사기(史記)와 십팔사략 원전에는 전해지고 있다. 정말 무서운 복수극을 보는 것 같아서 아주 인상 깊었다.

또한, 오(吳)와 월(越) 간의 전쟁이야기가 춘추시대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데, 오왕 부차(夫差)가 가시 위에서 잠을 잔 것이나 월왕 구천(勾踐)이 쓸개를 핥은 것은 모두 뒷날의 복수를 다짐하며 자신에게 채찍을 가한 행위인데, 이를 가리켜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고 한다.

이렇듯, 춘추시대는 수없이 난립하는 여러나라의 정신없는 싸움과 왕위찬탈을 위한 죽이고 또 죽이는 혈전이 난무한 시대였다. 아무튼, 다음엔 전국시대로 가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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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1 - 삼황오제에서 서주까지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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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다.
읽는 내내 혼자 낄낄거리며 웃느라고 페이지가 넘어가는 줄도 몰랐으니.
게다가 중국의 역사와 한자공부까지 곁들여하게 되어 그 재미는 배가 된 듯하다.
어렸을때부터 신문이나 잡지에서 고우영님의 만화를 볼때의 재미를 제대로 알기에 <십팔사략 >1권을 펴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거릴정도로 약간 흥분이 되었다.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오히려 1권을 다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드는 생각이 얼른얼른 2권, 3권 보고싶다는 생각만 나니 사람을 빨아들이는 이 책의 흡입력을 가히 알 수 있지 않은가.

일단, 십팔사략(十八史略)이 무엇인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바로 중국의 건국신화부터 당송(唐宋)시대까지의 4천년간의 중국역사를 집대성한 책으로 증선지란 사람이 만들었다고 한다. 각 왕조마다 정사로 꼽히는 역사서가 있는데, 그 중에서 18가지의 역사서를 축약시켜 십팔사략 안에 담은 형식이다.

그 18가지의 역사서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사마천의 사기 (史記) 2. 반고의 전한서 (前漢書) 3. 범엽의 후한서 (後漢書)
4. 진수의 삼국지 (三國志) 5. 방현령의 진서 (晉書) 6. 심약의 송서 (宋書)
7. 소자현의 남제서 (南齊書) 8. 요사렴의 진서 (陳書) 9. 요사렴의 양서 (書)
10. 위수의 위서 (魏書) 11. 이백약의 북제서 (北齊書 ) 12. 영호, 덕분 등의 주서 (周書)
13. 위징 등의 수서 (隋書) 14. 이연수의 남사 (南史) 15. 이연수의 북사 (北史)
16. 구양수의 구당서(舊唐書)와 신당서(新唐書)
17. 설거정의 구오대사(舊五代史)와 구양수의 신오대사 (新五代史)
18. 탁극탁의 송사(宋史)

자!! 이젠 어마어마한 중국 영토처럼 방대한 중국의 역사속으로 빠져보자.

1권에서는 태초에 반고(盤古)가 천지개벽을 시킨후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시대부터 시작하는데, 삼황(三皇)이란 여와, 복희씨, 신농씨를 말하는 것이고, 오제(五帝)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 태평성대의 대명사인 '요순(堯舜)시대' 를 포함하는데, 즉, 황제, 전욱, 제곡, 제요, 제순 이렇게 5명의 임금을 일컫는다.
그 이후 치수(治水)를 잘하는 우왕을 지나 드디어 중국 최초의 왕조이고 자식이 왕위를 물려받는 세습제가 처음 시작된 하(夏)왕조가 생겼다. 4백여년간 지속되다가 걸왕의 독재폭정으로 망하게 된다. 하왕조 다음은 은(殷)나라(또는 商이라고도 한다)가 바톤을 이어받는데, 은나라에서는 그 유명한 폭군 은 주왕(紂王)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은 주왕은 백성의 것들을 다 빼앗고, 죽이기도 하는 아주 포악한 정치를 하는데 맞서 이웃 주(周)나라의 문왕의 총명한 셋째 아들 단(旦)의 은 주왕 파멸계획이 이 책에선 정말 치밀하게 그려졌다.
여색을 밝히는 주왕을 꾀일 그녀의 이름은 '달기'.
어렸을때부터 은 주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아내어 달기에게 가르쳐주고 아예 몸에 배게 해서 어떻게 보면 여전사로 키우고 만들어내는 '단'.
또한, 주나라는 그 유명한 강태공(姜太公)을 얻고, 단의 아버지인 서백 창(昌)의 온화한 인덕과 강태공의 탁월한 정치 수완이 합쳐저 점차 부강해지고, 결국엔 주 무왕때 천하의 세를 업고 은나라를 멸망시키는데, 폭군 은 주왕은 쫓기다가 끝까지 정신 못차리고 온갖 보물을 가지고 앉아 술을 먹으면서 스스로 불을 태워 죽는다.
그런데, 은 주왕을 현혹해서 파멸하게 한 일등공신인 달기마저 단이 처단하게 하는 장면은 상당히 아이러니컬한 느낌이었다.

중간에 언급을 안 했으나, 현재까지도 이름이 알려진 의롭고 대단한 우애를 보여준 '백이숙제' 형제 이야기도 나오고, 그 뒤 주나라 말 유왕시절에 '포사'라는 묘령의 미인도 등장하는데, 그 '포사'라는 여인으로 인하여 서북쪽 오랑캐 견융이 쳐들어오고 그래서 호경에서 낙양으로 도읍을 옮기게 되는데 그 때가 B.C 771년이다. 

그것은 곧 서주(西周)시대가 막을 내리고, 동주(東周)시대가 열리는 것을 말한다.
이제는 십팔사략 그 2번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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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독서 -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의 하루 15분 책읽기
김선욱 지음 / 북포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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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구구절절 독서예찬을 하는 저자의 책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열정은 책 곳곳에서 숨쉬고 있었고, 내게는 큰 공감대의 파도가 밀려왔다.

그런데, 저자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아닌가 생각해봤더니 인터넷 블러그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알게 된 분이었던 것이다. 물론,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 나만 알지만...
아무튼, 10월달인가 저자의 블러그를 방문했었는데,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일반 독서가들의 서평과는 다른 아주 특징적인 - 일단, 책 처음 읽고 다 읽은 시각(초 단위까지 표시)과 장소 기록이 눈에 띄였다 - 장편의 서평뿐만 아니라, 그 분의 일상생활을 담은 여러가지 사진들, 헌책방 책 사진들, 책 목록 리스트 정리 등등 책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들을 꼼꼼하게 정리해놓은 블러그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리하려면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릴뿐만 아니라 제대로 마음먹고 하려고 해도 분명 쉽지 않은 작업들이었을텐데, 그 당시의 느낌은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 하고 입이 쫙 벌려질 정도였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책 습관이 들지않은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고, 책에 대한 많은 것을 느낄것이다. 특히, 책 제목 그대로 틈틈이 짬짬이 책을 읽는 '틈새 독서의 기술'들도 3장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어 그런 부분은 실질적으로 책에 습관붙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코 많은 시간도 아니다. 하루 15분씩만이라도 책을 들고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는데, 그 시간이 주로 지하철 출퇴근길이라든지 점심먹고 난 시간들, 집에 와서 자기전까지의 시간들 등등 마음만 먹으면 그런 자투리 시간들이 하루에는 엄청나다고 역설하고 있다.
즉, 이 틈새독서를 하는 버릇이 길러진다면 그것은 곧 시간을 아끼는 것이고, 시간을 아끼면 남들보다 몇 배로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이며, 그러다보면 결국엔 자신의 꿈을 이룰수 있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삶의 행복이라는 선물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책속의 책' 이 있어서 참 좋았다.
책 속에서는 어떤 명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그 이야기에 관련된 책이 있으면 또 다른 양서들을 소개해주고 있어 책을 읽으면서도 빠짐없이 그 책 목록들을 따로 메모해두게 되더라. 안 읽은 책들이면 나중에라도 그 관련도서들을 꼭 읽고 싶은 마음은 단지 책에 대한 소유욕의 발로는 아니니까 말이다.

어쨋든, 개인적으로도 틈새독서에 대해 많이 공감하고, 하루하루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한 4년전부터 그나마 다행이 독서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은 밖에 나갈때 책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전철을 탈 때는 무조건 읽고, 누굴 기다릴때도, 하물며 걸어다닐때도 책을 들고 읽는 습관이 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책을 거의 안읽던 내가 지금은 이런 습관을 가지게 되니 때론 나조차도 놀라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그런 습관이 하루아침에 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읽기 어려운 책이나 전문서적을 보기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관심분야의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편한 책부터 읽어버릇하면 분명 어느새 하루라도 책이 없으면 먼가 허전하고 불안하기까지 한 금단현상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책, 나에게도 평생 함께 할 진실된 벗이자 내 삶의 힘이며 행복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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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흡혈귀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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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맛보는 추리소설.
요새 내 현실이 많이 힘들어 주로 자기계발서를 많이 봤는데, 자기계발서의 다소 지루함과 식상함을 덜 수 있는 계기였다.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술술 읽혀서 그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노란 흡혈귀>는 일본유명작가 9명의 단편 추리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확실히 일본 추리소설은 우리나라 것과 분명 다른 맛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 추리소설 - 개인적으로는 김성종씨를 좋아한다 - 도 재미있고, 구성도 잘 짜여있지만, 일본의 추리소설은 거기다가 먼가 더 국물에 딱 알맞은 양념이 첨가되어있는듯한 느낌이 항상 있다.
그래서, 추리소설 분야로는 우리보다 일본이 더 체계화되어 있고,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그 분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 
처음부터 추리와 스릴러의 세계로 흠뻑 빠지게 했던 <살의의 축제>를 비롯해서, 이야기 중간의 묘하게 깔리는 복선과 마지막 짜릿한 반전을 제대로 느끼게 했던 <피고는 무죄>, <피습> 의 단편은 너무나 흥미롭게 읽어서 다시 읽고 추리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싶을 정도였다.
또한, 똑같은 형태의 살인사건이 3번이나 일어났는데도, 범인은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설정의 <곳에따라 비>도 수작이었고, <소년을 본 남자>, <단위의 정열> 역시 읽으면서 추리해가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던 작품이었다. 

반면에, 책 제목과 같은 <노란 흡혈귀>나 <막다른 골목의 여자>, <추락> 이 3편은 보통 추리소설에서 느낄수 없는 조금은 독특한 내용이었고, 심리적인 묘사보단 상황과 주변환경 묘사가 많아서 그런지 내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미스테리 소설의 또다른 감칠맛을 온몸으로 느껴보았다.

어렸을때부터 코난도일의 <셜록홈즈>시리즈를 즐겨 읽어서 추리소설을 꽤나 좋아했는데, 코난도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뿐 아니라, 이제는 일본과 우리나라 추리소설도 많이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노란 흡혈귀>는 단편 모음집이라서 부담이 없어 머리 식히는데 정말 유용한 책인 것 같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추천하고 싶다.
아무튼, 그들과 함께 추리하며 범인을 찾는 재미로 정말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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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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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문학에 대한 내공이나 지식이 얕아서 오정희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한국 최초로 해외문학상 수상을 하신 분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수상작인 <새>와 오정희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돼지꿈>은 훈훈하고 따뜻한 우리시대의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즉, 우리 주위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일상을 스케치한 내용들이 여러 단편의 글로 소개되고 있다. 
이 책 띠지에 보면 '한송이 꽃이길 바랐으나 속절없이 드세져버린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바치는 인생우화'라고 씌여있는데, 남자인 내가 읽어도 많이 공감하고, 그래서 어떤 대목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하며,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추리나 미스테리 소설 등에 나오는 극한 반전이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결말이 글의 후미부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 독특하고 신선했다)의 글들도 읽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재미있었다. 
그냥 우화소설이라고 해서 단순히 밋밋하고 평이한 글의 느낌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마음속에 와닿는 잔잔한 감흥과 재미가 쏠쏠했다고나 할까.

또한,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문장들을 잘 연결시켜주는 아름답고 맛깔스러운 언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그런 언어들로 인해 풍경이나 배경들이 금방 상상되어 이쁜 그림이나 사진이 떠올려져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은 나만 받은 느낌은 분명 아니리라.
예를 들면, '아내가 추위 타듯 오소소한 얼굴을 내게 돌리며 웃었다.' (p.73)라든지 '넓지 않은 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은행나무에서는 누릿누릿 물든 나뭇잎이 후르룩 떨어져 내리고 하늘은 날로 푸르게 높아갔다. '(p.148)의 글귀들인데, 정말 바로 옆에서 보는 것 같은 멋드러진 표현들 아닌가.

우리 시대의 남성과 여성은 분명히 각자의 역할이 따로 있고, 또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보통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가정의 부부로서 남성과 여성으로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즉, 꿈 많던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꿈꾸기도 하고, 사랑도 일도 남들보다 잘 하고 남들보다 멋진 삶을 살아보겠다는 막연한 희망과 패기가 있었다면, 결혼을 한 후의 현실이라든지, 또는 나이를 계속 먹을수록 그런 꿈과 희망이 삶에서 아련히 멀어져가는 느낌과 지금 먹고 살기도 바쁜 현실이 매일 반복되고,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달려가는가 등의 삶에 대한 회의와 고민들이 생기는 것이 아마도 그런 공통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 사는거 뭐 있어? 다들 거기서 거기지.' 라는 말도 많이들 하나보다.

나도 앞으로 결혼하고, 아이 기르면서 분명 남들과 비슷하게 살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솔로 생활과는 분명 다르겠지만, 결혼해서 사는 평범한 남들과는 비슷한 삶을 살 것이란 것은 결혼을 안 한 지금도 예상이 된다. 하지만, 직접 겪어봐야 제대로 알고 느끼듯이, 아직은 그 현실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모르기도 하다.
아무튼, 내 스스로 분명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책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중년의 여성들과는 다를 수도 있는데, 삶과 현실에 치여서 살기보다는 현실은 인정하되 나만의 돼지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꿈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지 현실이라는 벽 때문에 꿈을 접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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