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아직 문학에 대한 내공이나 지식이 얕아서 오정희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한국 최초로 해외문학상 수상을 하신 분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수상작인 <새>와 오정희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돼지꿈>은 훈훈하고 따뜻한 우리시대의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즉, 우리 주위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일상을 스케치한 내용들이 여러 단편의 글로 소개되고 있다. 
이 책 띠지에 보면 '한송이 꽃이길 바랐으나 속절없이 드세져버린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바치는 인생우화'라고 씌여있는데, 남자인 내가 읽어도 많이 공감하고, 그래서 어떤 대목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하며,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추리나 미스테리 소설 등에 나오는 극한 반전이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결말이 글의 후미부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 독특하고 신선했다)의 글들도 읽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재미있었다. 
그냥 우화소설이라고 해서 단순히 밋밋하고 평이한 글의 느낌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마음속에 와닿는 잔잔한 감흥과 재미가 쏠쏠했다고나 할까.

또한,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문장들을 잘 연결시켜주는 아름답고 맛깔스러운 언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그런 언어들로 인해 풍경이나 배경들이 금방 상상되어 이쁜 그림이나 사진이 떠올려져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은 나만 받은 느낌은 분명 아니리라.
예를 들면, '아내가 추위 타듯 오소소한 얼굴을 내게 돌리며 웃었다.' (p.73)라든지 '넓지 않은 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은행나무에서는 누릿누릿 물든 나뭇잎이 후르룩 떨어져 내리고 하늘은 날로 푸르게 높아갔다. '(p.148)의 글귀들인데, 정말 바로 옆에서 보는 것 같은 멋드러진 표현들 아닌가.

우리 시대의 남성과 여성은 분명히 각자의 역할이 따로 있고, 또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보통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가정의 부부로서 남성과 여성으로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즉, 꿈 많던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꿈꾸기도 하고, 사랑도 일도 남들보다 잘 하고 남들보다 멋진 삶을 살아보겠다는 막연한 희망과 패기가 있었다면, 결혼을 한 후의 현실이라든지, 또는 나이를 계속 먹을수록 그런 꿈과 희망이 삶에서 아련히 멀어져가는 느낌과 지금 먹고 살기도 바쁜 현실이 매일 반복되고,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달려가는가 등의 삶에 대한 회의와 고민들이 생기는 것이 아마도 그런 공통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 사는거 뭐 있어? 다들 거기서 거기지.' 라는 말도 많이들 하나보다.

나도 앞으로 결혼하고, 아이 기르면서 분명 남들과 비슷하게 살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솔로 생활과는 분명 다르겠지만, 결혼해서 사는 평범한 남들과는 비슷한 삶을 살 것이란 것은 결혼을 안 한 지금도 예상이 된다. 하지만, 직접 겪어봐야 제대로 알고 느끼듯이, 아직은 그 현실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모르기도 하다.
아무튼, 내 스스로 분명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책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중년의 여성들과는 다를 수도 있는데, 삶과 현실에 치여서 살기보다는 현실은 인정하되 나만의 돼지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꿈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지 현실이라는 벽 때문에 꿈을 접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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