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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초상
이갑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이 책은 이미 12년전에 출판되었다가 올해 다시 재판된 소설인데, 기대만큼 실망을 주지는 않았던 추리소설이었다. 게다가, 작가는 이 소설의 탄생을 위해 2년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출판된 이후 작고하셨다는 점 또한 읽기전에 아쉬움과 함께 설레임을 갖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정신분열증에 걸린 범인의 연쇄살인사건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범인은 처음부터 사람들 몰래 조각가 행세를 하고 있었고, 여자들을 하나씩 납치해서 죽이는데, 신체의 일부분을 석고로 뜨기도 하고 시체를 통째로 석고로 발라서 전시하는 등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엽기적인 잔혹한 살인마이다. 그런 두 얼굴을 가진 범인의 행적이 정말 스릴있고,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였다.
간만에 읽은 추리소설이라서 그럴까.
처음부터 나오는 여러 등장인물들 놓칠세라 꼼꼼이 기억하고 천천히 음미했는데,
보통의 추리소설의 형식과는 조금 달랐던 묘한 매력이 있었다.
첫번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중간에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점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추리의 재미가 떨어지리라는 예상을 깨고 오히려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하고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이 돋보여서 그런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또 하나의 매력은 다른 소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의학, 음악, 오디오, 미술, 종교 등 여러분야의 전문지식들이 버무려져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점인데, 아무래도 전문분야다보니 쉽게 다가오지 않은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독특하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작가 자신이 어렸을때 정신질환의 병력이 있고, 시인이자 오디오 전문가였고 첼로cd 전문점도 운영했던 전문가적인 기질이나 본인의 경험들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나 내용에 많은 영향을 준 듯했다. 또한, 이 책을 쓰기위해 한분야도 아니고 여러분야의 자료들이나 정보들을 모으고 두루 섭렵해서 그것을 다시 하나의 창작품으로 탄생시키기 위한 피땀어린 노력이 보이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읽은 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작가의 요절에 대해 안타까움과 애석한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일까.
읽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못한다.
이제는 꼭 들어보고 싶다.
존 수르만의 Portrait Of A Romantic이라는 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