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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몽요결
이율곡 지음, 이민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격몽요결을 읽기 시작하면서 드는 생각은, 율곡 이이에 대해 적당하게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 부터 였다.
쌍벽을 이룬 이황과 이이, 내가 어렸을 적에는 두 사람을 서로 헛갈려 하기도 했었던 기억도 나고 그들이 집대성한 이론도 주리, 주기, 이름도 많이 닮아서 혼동을 더욱 부채질했었다. 격몽요결을 펴자마자 해설을 한 역자의 말이, 이이는 워낙 유명해서 다시 소개할 필요가 없다 라고 시작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부터 나 자신이 이이에 관해 무엇을 알고 있나, 부터 짚어봤다.
신사임당의 아들, 과거를 마치 놀이하듯이 여러 차례나 보고 장원 급제를 했던 인물, 16세기의 학자, 요즘 통용되는 화폐의 5천원 권 모델, 웃기게도 그의 어머니까지 5만원 권의 모델, 우리가 그렇게 쫓아가며 갈구하는 화폐의 모델이, 많고 많은 위인들과 인물 중에서 꼭 16세기, 그것도 명종에서 선조 시대의 모자지간을 선택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 이런 생각을 해 가며 책을 펴 들었다.
외국의 고전도 제법 읽었는데 이이의 책 하나 읽지 않았었던, 그래서 이 책이 첫 책이구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격몽요결의 뜻은, 몽매한 자들을 교육하는 중요한 비결, 이라는 뜻이다.
" 나 역시도 오랫동안 우물쭈물하던 병을 스스로 경계하고 반성하고자 한다." , 라고 서문에서 율곡 선생은 그러셨다. 그 분도 결정장애가 있으셨던 평범한 사람중 하나 였구나, 라고 생각도 들었다.
<성리학을 바탕으로 한 사림파가 정권을 잡고 국정 전반에 본격적으로 나서던 시기에 학문을 통해 사림파의 이념을 사회 저변에 확산하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의 일환>
국가 정책과정과 실행에 있어서 장애를 막기 위한 국민의 정신 개조, 주입식 교육의 모습을 난 떨칠 수가 없다. 물론 인간으로서의 모습과 도리를 지키게 한 기본 교육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공이 있다고 하겠다. 모두 38권짜리 율곡전서 중 27권에 있는 책이라 하고, 입지, 혁구습, 지신, 독서, 사친, 상제, 제례, 거가, 접인, 처세, 이렇게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당시 유학인으로서는 필수 과목인 것이다.
"처음 학문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맨 먼저 뜻부터 세워야 한다. 자기도 성인이 되리라고 마음 먹어야 한다."
목표 설정의 중요성부터 강조하고 있다. 뜻을 세우고 걸어가는 길, 목표가 주는 힘이 다시금 율곡 선생의 임을 통해 전달된다.
처세장에서, " 제 아무리 하늘에 통하는 학문이 있고 남에게 없는 행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를 거치지 않고서는 출세하는 길에 나아갈 수가 없다. (...) 오로지 이 과거 이외에는 다른 아무런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선비들이 구차히 이 습관을 찾는 것은 실로 이 까닭이다. 지금 선비 노릇하는 자는 모두 부모의 희망에 따르고 또 집안을 열어줄 계획으로 이 과거 보는 공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율곡 시대, 16세기의 모습과 400년이 지난 현 시점, 무엇이 달라졌는가, 생각해 봤다.
그저 옷차림만 바꾼 것 뿐 사람의 모습은 매 한가지 인 것 같다. 노량진 고시촌이 존재하고 있고 시간이 100년 200년 흘러도 이렇게 변화하지 않는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개척과 시대를 앞서 사람이 먼저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은 서양에서만 국한되는 것일까? 땅을 차지하고 일구던 생활에서 첨단 반도체 산업으로 넘어가는 창조적인 움직임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케케묵은 사고가 켜켜이 쌓여 있는 느낌이 다가왔다.
16세기, 그 시대를 살았던 율곡 선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책, 오늘의 이 시간과 비교해서 생각을 해 보게 되긴 했지만
기본적인 예법을 차근히 읽어 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