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자기계발 비법
이명호 지음 / 위닝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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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기 계발이 필요한 분야라 하면 굳이 군 생활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 범위는 정해져 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20대도 아니고 군에 소집될 일도 없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군인 아저씨들, 오래 전에 위문 편지 쓰던 시절에 그렇게 불러왔던 호칭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만, 요즘 눈에 띄는 군인 장병들은 세대도 달라지고 많이 앳되 보이는, 거의 군인 아기들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몇 년 안 있으면 군인 장병 대열에 서게 될 조카와 조카뻘 청년들이 있기 때문에 남의 집 행사로만 쉽게 스쳐 가는 일도 아니게 되었다. 그들에게 나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윗사람으로서 조금이라도 도움 될 조언을 굳이 해 줘야 할 필요성은 있지 싶은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남는 책이 나왔다. 20대 저자가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 놓았다. 이름하여 비법이다.

 

옛날 같으면 때가 되어 자연스럽게 입영 열차를 타고 말겠지만 요즘은 군 생활도 제대로 똑부러지게 활용하자 주의로 바뀌고 있는 생각에 열심히 박수 쳐 주고 싶다. 역시, 저자는 독서를 강조한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강조하는 큰 틀은 말할 것도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한다. 단순히 자격증 따고 어학 공부로 끝나는 실행이 아니라 인생 네비게이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체력 단련의 필요성과 자세한 방법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내게도 운동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선천, 후천적으로 몸도 약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 습관으로 굳어 온 내 몸을 단련시켜야 하는 이유가 설득적이었다. 체력 관리는 배려, 운동은 습관, 자연스레 이루어 가는 성형 등 일상 속에서 자주 지치고 짜증나고 분노와 우울을 이기지 못하는 것 모두가 몸이 강하지 못해서 생겨나는 감정이라는 것에 동감이 갔다. 그가 말하는 운동법 중에서 스쿼트 라는 것을 찾아 보기까지 했다. 먹고 싶은 것 다 먹어가며 굳이 식이요법 하지 않고, 짧게, 굵게 체력을 다져가는 방법에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가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해 봤다는 사치스런 행동까지는 엄두를 못 내겠지만 그 정도까지 할 정도로 저자의 실천력에 긍정을 해 본다.

 

" 나는 장교로 있는 동안 과감히 월급을 모으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앞으로 훨씬 큰 돈을 벌 것인데 현재의 돈을 아끼기 위해 소중한 자기계발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한 달에  약 30 만원 이상의 책을 구입했으며 120만원 짜리 책을 사기도 했다. 1000만원 이상의 강의를 듣기도 했다. 강의를 듣기 위해 빚까지 낼 정도였다. 나는 꿈을 위해 과감히 미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삶을 모험적으로 살기로 했다.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44쪽)

 

 

대단한 마음가짐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마음을 다잡고 인생에 맞서고 있는 것이리라.

 

자신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는데에 있어서 장소가 문제일까, 시간이 정해져 있을까, 저자는 군에서의 자기계발은 좋은 기회로 삼으라는 이야기를 한다. 군대 생활을 인생 성공 사관 학교로 생각하면서 알차게 보내라고 한다. 뭔가라도 해야 하겠다는 생각 만으로 남들하는 것 처럼 자격증을 따고 무작정 공부하기 보다는 꿈과 목표를 정하고 하고 싶은 바를 위해 살라고 한다. 군대에서 실천해 나가기 딱 좋다, 라고 하면서.

 

그런데, 일반인도 듣고 따라 한다고 해서 절대 나쁠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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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함께
존 아이언멍거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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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깊은 명작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일 가운데에서 사람들이 선택하고 행동하는 범위는 워낙 럭비 공과도 같아서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갈 지 감히 앞을 내다 볼 수 없고 계획도 세울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했다. 주인공 격인 조 학의 등장에서는 이런 이야기의 서두라니, 이것은 전설의 시작일까, 짐작하게 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조 학이 보여주던, 마지막 작별의 인사도 없이 사라지듯 떠나가는 모습이 너무 멋져서 인사없이 사라지는 것이 예의없는 일 만이 아니라 어떤 면에선 멋일수도 있는 모습이다는 생각도 하게 했다.

 

제목을 왜 고래와 함께 라고 했을까, 의아했다. 고래 보호를 위한 자연 보호 차원 이야기일까, 고 하릴없는 추측을 하게도 했다. 재난 이야기를 예상하면서 읽어갔던 것은 아니었다. 고래만 연상했고 고래에 초점을 두며 읽어 갔다. 바닷가 작은 마을, 세인트피란으로 떠 밀려 온 고래와 한 남자, 이들이 의미하는 바가 전개에서도, 중심부에서도, 거의 이야기가 다 맺을 부분까지 가서도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이 사나이와 고래는 세인트피란 입장에서 보면 이방인인 것이고 어느 날 갑자기 이 마을에, 그것도 정상적으로 관광객이나 여행을 온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 바다에서 솟아 올라 해안가로 밀려 온, 평범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작은 마을이 늘 그러하듯 온 동네 사람들이 개개인의 특성을 시시콜콜하게 모두 알고 살아오는 이 마을에서 조 학의 등장부터 그가 떠나기까지는 영웅의 이야기처럼  전해지면서 이 마을에 계속 살아 있었다. 그것은 한 마을이 겪어 낸 재난 극복 이야기 였고 마을 사람들이 조를 구해낸 것 처럼 조가 마을 사람들을 위기에서 건져 낸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어제와 오늘의 삶이 똑같고 현재의 삶을 기준으로 미래를 예측해 본다면 아무 변화가 없는 미래 예측만이 이루어 질 것이다. 그러나 고래와 함께 떠 밀려온 조 학의 머리 속에서는 예측 시나리오가 떠 오를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수학자이고 투자 은행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주식동향을 예측할 수 있는 '캐시' 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었다. 이 기계가 전 세계의 동향을 읽고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해 내는데 사람들의 이기심 이라는 변수까지 읽어 낼 수는 없었다. 역병, 전쟁, 기근과 같은 이유로써 사람들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죽음을 향해 갈 수 밖에 없는 결과일 뿐이다. 조 학은 평생 벌어 모은 돈으로 식료품을 구입해서 쌓아둔다. 이 부분을 읽을 때에는 언뜻 노아의 방주 준비 시기가 겹쳐졌다. 큰 일이 닥치기 전에 하나 씩 쌓아두고 쟁여두는 작업, 당연히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그는 묵묵히 식료품을 구입한다. 평온한 하루하루가 흘러가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감기의 공격, 비상사태가 발생하게 되고 조의 준비는 빛을 발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신만 먹고 살기 바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일 같아 보이지만,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이기심이고 미래 예측에서 가장 많은 변동이 생기게 하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 타인을 위한 봉사, 헌신이 보여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예측된 미래 시나리오는 이런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과 헌신 사이에서 그 끝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짐을 보여준다. 스스로 자기 것을 내어 놓고 서로 돕는 것은 어떤 화폐 가치로 지불을 할 것인지, 교환의 기준은 무엇인지 계산할 수가 없게 된다. 크리스마스 저녁 만찬 위에 준비된 고래 고기도 이웃 마을 주민까지 초대할 만큼 양이 많았다. 조가 머릿 속으로 떠 올리는 원인과 결과의 선 잇기 처럼 따로 떨어져서 아무런 상관없이 살아가는 듯 보여도 한 덩어리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인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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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간을 걷다 - 한 권으로 떠나는 인문예술여행
최경철 지음 / 웨일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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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네스크부터 모더니즘까지 다채로운 사진으로 입체적인 유럽을 만난다."

 

이 말 그대로 한 권에 유럽을 서술한다. 로코코, 바로코 양식, 그 특색 같은 내용은 옛날 옛적에,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지도 못하고 한 때 세계사 라는 과목으로 내게 슬쩍 스쳐 지나갔던 것들의 일부였었다.

 

유럽하면 유명한 관광지 우선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자들은 많다. 그 속에 녹아있는 습관과 전해 내려오는 정신적 유산들이 어떻게, 무엇을 일구어 냈는지 그 경로를 설명한다는 시도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자세하게 정리 해 놓은 책들은 그만큼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자 했던 내용 뿐만 아니라 순서대로 체계적으로 건축 양식, 미술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 가며 읽어 갈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이 책은 흔하디 흔한 유럽 안내 책자에서는 확실히 벗어난다. 개념을 잡아주고 시대별 구분이 가능한 눈을 만들어 준다. 유럽을 돌아 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과 미술 작품을 감상 할 때 아는 만큼 더 보일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시대별로 중요한 기점이 되는 사건들을 살펴보며 원인과 결과, 영향을 자세히 살펴본다. 중세를 차지하는 동로마, 서로마 제국 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차근하게 설명해 가는 과정은 꼭 필요한 구성이다. 그런데 중간중간 짧은 소설 형식으로 그 시대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 기회는 적지않게 좋은 인상과 흥미까지 준다. 이런 에피소드 하나 없이 그대로 연속해서 문화와 예술 사조까지 설명으로 일관하며 이끌어 갔다면 자칫 지루해질 지도 모를 구조가 될 뻔 했겠다. 마치 작은 연극을 보여 주면서 이미지화 해 가는 구성법으로 전개해 가는 것이 크게 돋보였다. 덕분에 복잡하게 느껴졌던 건축 양식과 문화 예술 사조들이, 개인적으로는 시대별로 외우기에만 급급했던,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 것들이 다큐멘터리 속에서 연기자들이 잠시 출연했다가 벗어나는 것 처럼 환기 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야만인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아기, 클라우스는 로마네스크 시대를 이끈 수사가 되었고 그 뒤 쉬제 수도원장과 고고학자 줄리오의 등장은 고딕 시대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이야기의 주인공 이었다. 마녀 사냥을 목격한 프란치스코 주교, 영국의 동인도 회사 직원으로 바닷길을 오갔던 워렌, 새로운 시대를 강의하는 러셀 교수까지 이들이 등장해서 보여주는 그 시대적 상황은 극적인 재미와 더불어 이해력을 한층 올려주기까지 한다.

 

문명의 충돌 이라는 이미지로 남아있던 십자군 원정의 시작과 그 분위기도 느낌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종교와 연관지어 종교의 파워가 사회를 이끌어 갔고 그 때 만들어진 건축물도 특유의 양식으로 만들어 질 수 밖에 없었던 것과 사회 분위기도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  특히, 흑사병이 발병했을 때에는 죽을 날이 오늘이 될 지 내일이 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자는 뜻으로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말이라 했다는 카르페 디엠은 이미 익히 알고 있던,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즐기자는 뜻과는 그 의미가 조금 더 비장함 마저 담겨 있었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은 파리 초대 주교가 순교한 언덕이라는 뜻이 있음도, 또 르네상스 시대에 종교의 부패에 맞서 개혁이 일어났고 신, 구교로 갈라지는 등 다채로운 사건들이 많았던 시대였음도 새로이 알게 된 부분이다. 그런 경향들이 어떻게 그 다음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지, 근대, 18,19 세기로 넘어가고 있는지 흐름 파악에 무척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곳곳에 퍼져있는 옛 로마 시대 예술품과 건축물이, 또 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건축 회화들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런 내용들은 유럽 여행 전에 반드시 일독하고 떠난다면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 떠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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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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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우선,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박수를 치고 싶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로써 눈 앞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 속에서도 손 하나 쓸 수 없는 채 세월을 따라 흘러가고 있는 휴전선이 언젠가는, 일상 속 그 어느 날엔가는 반드시 변화하고야 말 것인데 그 변화를 미리 짐작해 보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진로를 생각해 보는 시간은 어떤 계기이든지 해 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의 뇌 체계를 가지고서는 그 과정과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겠다. 수 십년 간 오래 묵혀 둔 숙제 앞에서 그 봉인이 풀려 지는 때에 어떤 혼란이 올 것인지를 작가 장강명의 뇌 속에서는 한 바퀴 소용돌이처럼 휩쓸고 지나간 듯 하다. 좋은 점 보다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더욱 탑을 쌓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작가의 상상을 따라 가다 보면 현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예기치 못했던 사태들로 넘쳐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씨 왕조라 칭해 보는 북한 정권이 무너졌을 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흩어지는 북한 인민을 비롯해서 인민군들의 그 다음 행동이 가져 올 결과는 천차만별 가지각색 일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가히 짐작조차 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는 가상의 현실을 당겨서 풀어 내 보고 있다.

 

장리철과 은명화, 두 사람이 주요 무대를 이끌어 가는 등장 인물이라면 이들이 이끌어 가게 만드는 사건 제작자 역할을 하는 인물은 마약 밀매 집단의 최태룡 일당이다. 이들이 일으킨 그 흔적을 따라 가는 것이 평화 유지군의 강민준과 미쉘 롱이다.

 

한반도에서 평화 유지군의 등장은 낯설다. 세계 어느 한 모퉁이에서나 있을 법한 그들, 그것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골치 아픈 지역에 응당 있어야 만 할 것 같은 그들이 북한에 출몰하다니, 이것은 곧 북한이 평화 유지군 존재가 필요할 만큼 어수선하고 불안한 지역이라는 의미도 되겠다.

 

지금까지 이어 온 김씨 체제에서 살아가던 삶이 그 보다 더 절대 나아진 것 없는 변화, 사람 못 살 세상과 다를 바 없는 사회로의 이행이다.  이야기 속의 북한 사회는 고정된 체제 안에 길들여져 온 사람들이 자본주의 라는 새로운 체제를 만났을 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네트워크는 범죄 조직으로부터의 핍박을 피하기 위해,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으로 비추고 있고, 돈은 성공과 동일한 단어로 보여진다. 마약 밀매를 통해 거대한 성공을 이루고자 하는 패거리들이 일으키는 사건 사고들, 이른 바 눈호랑이 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 사실은 거대한 시스템 하의 작고 힘없는 인간을 느끼게 한다. 대혼란이 조용하게, 야금야금 갉아 먹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일상으로 파고드는 모습이기도 했다.

 

황해도 신천군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 사건을 계기로 붙여진 북한의 특수 공작 부대, 신천 복수대는 체제의 변화 때문에 그 존립이 불가능함을 받아 들여야 했고 그 대원들의 운명 또한 한 곳에 집중할 수 없이 떠돌아 다녀야 했다는 점에서 시대의 불운아들로 느껴졌다. 고도의 특수 훈련을 받은 자들이 조선 해방군과 마약 밀매업자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리고 결국 자기네들끼리 물고 물어 뜯기는 상황들이 이 나라에 태어난 죄갚음인 양, 인간의 삶에서 당연히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를 박탈 당한 느낌도 들었다. 남조선에 다가 오지 못하는 북조선 사람들, 외국인 취급 당하는 그들을 보면서 어디 나라에서 태어났어야 기본적으로 잘 살아 갈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인가와 같은, 국적, 정치 상황, 사회 문제등 복합적으로 생각하게 했다.

 

한 번 태어나서 제대로 된 삶을 누려 보지도 못하는 그들의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인생들이 통일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마에 찍혀있는 낙인 같았다. 정리철의 날렵하고 철저한 전투 능력과 나쁜 일당 속의 계영묵의 잔혹성, 한국군 평화 유지군의 강민준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가게 한다. 정말 통일이 되는 그 날, 이런 소설같은 이야기가 있지 않으리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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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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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모습이다. 제목에서 보여주는 단어 때문보다도, 차라리 제목에서는 심오한 추적이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하지만 전반적으로 흘러가는 흐름은 그것만이 아니다. 단순히 송 자, 라는 청년이 겪는 황당하고 불공평한 이야기가 전반부를 차지하면서  마냥 인생 극복기나 종국에는 마침내 우뚝 서서 성공하는 모습으로 비치기 보다는 참 고난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한다.그렇게 이 청년이 걸어 온 길로 부터 시작한다.  

 

살인사건이 났고 살인범을 찾는 과정에서 시신이 보여주는 마지막 모습을 읽으며 유추해 가는 구성이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 차근차근히 쌓아 올려질줄이야, 그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면서 끝에 만나지게 되는 그 구조가 이 소설을 돋보이게 했다.

 

첩첩산중 쌓여가는 괴로움은 청년의 가족 구조에서도 이미 드러나 있다. 완고한 아버지, 혼자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생각으로 분노에 차 있는 형, 약 값이 많이 들어가며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는 여동생.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무조건 윗사람, 나이별, 지위별로 높은 사람의 말에 따라야 했던 사회 분위기와 가난하고 불결한 주변 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인다. 아버지와 형의 말이라면 머리 숙여 따르는 자, 학구열이 대단하고 영민한 그는 도시에 나가 하던 공부를 계속하고 싶지만 집 안 형편상 형의 논에서 일 할 수 밖에 없다.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그대로 농사 지으며 동네 처녀와 결혼하고 평범하게 살아갔을 것이지만 자에게는 그런 인생이 허락치 않는다.

 

송 자의 삶이 참 답답하고 암울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미래까지 막는 가족이라니, 인생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면 그런 장애물도 없어 보인다. 계속되어지는 불행과 결국 도망자 신세로 쫓겨 다니는 송 자의 인생 행로는 대체 어떤 결과가 있으려고 이토록 불운하기만 할까 싶었다. 도움을 주는 쪽이 있다 싶으면 배신이 기다리고, 이런 삶을 견뎌내야 할 만한 이유는 무엇일까 싶기도 했다.

 

송나라 시대 법의학자 송 자의 삶을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꾸며서 인지 마치 송 자의 전기문 같은 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잔인하다. 몸이 약한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은 돌보지도 않았던 그 모습, 특히 약값을 벌기 위해서 자신의 몸까지 칼로 찌르는 내기를 걸어야 했던 장면은 끔찍하고 눈물겨울 정도였다. 훌륭한 판관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 쳐 온 한 소년의 기구한 운명, 까닭도 모르며 가족을 잃고 힘든 삶을 살았던 그의 궤적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아버지 같았던 펭판관이 그의 인생 시작점과 최대 고비점의 정점에 놓여 있던 인물이었고, 가혹한 고생을 하는 송 자가 얼른 펭판관을 찾았으면 하던, 의지했고 기대했던 내 마음조차  함께 당혹스러웠다.

 

천신만고 끝에 시체 판독가로 공부를 하게 되지만 송 자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한 가지 역할만 끝내고 사라지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황궁 살인 사건을 조사하게 된 것도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결국 함정 같은 모습으로 송 자에게로 달겨든다. 그나마 통증을 못 느끼는 질병이 있다는 소설 설정이 있어서 그 수많은 고난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송나라 시대에 앞섰던 문물, 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재판을 거쳐서 벌을 내리려는 모습, 화약과 폭탄 제조에 얽힌 살인의 동기, 이런 것들이 모두 소설의 좋은 소재였기도 하다. 전편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모두 하나로 귀결되고 등장 인물들의 예기치 못한 행동들로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반전 투성이로 가득 찬 이야기이다. 독자로서는 흥미로웠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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