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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살아있다 - 어머니가 남긴 상처의 흔적을 찾아서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18년 1월
평점 :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므로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존재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사람의 일인지라, 그것도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었던 유명한 작가, 철학자, 사상가, 과학자등 직업도 천차만별이었고 처했던 상황도 가지각색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때로는
방향 지시등이 되어 준 것 같은 긍정적인 면도 있었을 것이나, 모든 가정에 깃드는 불행 조각들처럼 이들 가정에도 저마다의 속사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부모님이 곁에 있어 주었나, 하는 문제와 연결지어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가정의 안락함과 보호없이 세상 밖으로 나아간
아기들은 무엇이 될까. 어머니 아버지라는 울타리는 단 한 번 뿐인 기회이자 안정망인데 자라기도 전에 울타리를 잃어버린 이들 유명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나, 이들에게 특히 어머니의 존재는 무엇이었나를 살펴 보면서, 어머니를 일찍 여윈 이들에게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읽어가다 보면 그
이면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예사롭지 않다.
사랑과 보살핌의 손길이 절실한 때에 어머니의
부재가 가져왔던 영향은, 정의로울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인생길로, 구도의 길로 나아가게 하거나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게 했거나, 또는 동성애로
진행되게 했던 삶 등 각각의 가정에서 어머니의 그림자는 이들의 인생에서 뗄 수가 없었다. 한 편, 이들이 일찍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더라면 자신들만의 사상과 철학을 정립하는데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과학 교과서에서 익숙했던 이름 케플러의
경우, 어머니가 마녀로 몰리면서 종교 재판까지 받았었다 하니 그 가정의 분위기를 상상해 보면 케플러의 성격이 소심하고 참 혼란스러웠겠다 싶기도
하다. 케플러가 공연히 하늘을 쳐다 봤을 리 없겠다 싶고, 이리하여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었을 것 같다.
삶의 안내자인 어머니, 앤 불린이 죽고 난
뒤에 홀로 남은 엘리자베스, 그녀가 겪어야 했을 우여곡절,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여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은 채 살아 온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이렇듯 가정의 커다란 존재인 어머니가 끼친
영향을 살펴보는 이 책은 목차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애정에 굶주린 사람들 부터 미지의 세계를 찾아나선 사람들, 예술적 승화로 이끌어 낸 사람들,
그리고 세상에 대한 복수를 표현했던 사람들까지 인생 이면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담겨있다.
어렸을 적 나의 롤 모델이었던 마리 퀴리
부인, 그녀가 남편과 나란히 노벨상을 같이 받았었던 것은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그 후에 딸과 사위까지 나란히 노벨상을 받은, 노벨상
가족이었다는 사실은 뒤늦게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그 밖에 많은 인물들 가운데에서도 예술 작품과 학문적 결과에 이르기까지 유명인들의 생애를
통하여 독자에게는 몰랐었던 이면을 발견하게 하는 계기도 마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