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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평점 :
마음 속에서 무슨 변화가 생겨나서 인지 알 수 없으나 어디서건 그림이 눈에 띄면 찬찬히 들여다
보며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그림의 제목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름, 화가가 속해 있던 시대와 사조
같은 것은 그림을 보면서 가까스로 이루게 된 마음의 평안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이제는 시험을 치르는 것도 아닌데 머리 속에
오래도록 남겨 두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 지는 망각 속으로 그 화가들의 이름이 사라져 갈 때에 작은 스트레스가
생겨난다. 이 책은 그렇게 생겨났던 작은 파문을 조금 잔잔하게 가라앉혀 줄 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워낙 유명하고 자주 보아왔던 그림들은
물론 화가의 배경 이야기까지 보아가며 읽어가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연관검색어처럼 두 사람씩 묶어서
그들의 공통점과 다른 점을 라이벌처럼 구성하여 썼다. 두 사람씩 8개의 파트로 나누어 비교하였으니 모두 16명의 예술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중에서 로뎅과 카미유는 화가가 아닌 조각가로서 이 구성 속에 들어가 있다. 화가들의 일대기 소개가 끝이 나면 사이사이에 예술사도 한 모퉁이에
두고 있어서 인물로서만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폭 넓게 볼 수 있도록 해 두었다.
한 때 마네, 모네 두 사람에 대해서 무척
뒤섞여 있었던 때가 있었던가 하면 그들의 일대기와 그림들을 비교해 가면서 자세히 읽고 난 후 머리 속에 완전히 두 사람으로서 개별적으로 정립이
되어 졌듯이 여기, 이 책에서도 한 번 더 마네와 모네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초현실주의 속 인물들인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 부분에서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내었던 그들의 감정과 생각들은 요즘 흔히 요구되어지는 창의력과
신선한 아이디어 같은 것들을 그렇게 앞선 시대에 그려내고 나타내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되어 더욱 관심이 생겨났다. 중절모를 쓰고 서류 가방을
옆에 낀 남자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던 그 그림, 이제는 밑도 끝도 없이 다가오지 않는다. 상품을 포장할 수 있는 상업 예술품으로써도 멋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그림이라는 것과도 이어진다.
또한, 빛이라는 공통점을 추구해 왔던 두
사람, 렘브란트와 베르메르 부분에서, 렘브란트는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의 베르메르는 이번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렘브란트의 작품,
<눈이 멀게 된 삼손>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야간순찰>이라는 작품에 얽힌 우여곡절은 읽을 이야기가
짧지 않았음에 그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그 밖에 천재들, 르네상스의 거장들과
입체파, 그리고 화가들 속에서 빠질 수 없는 고갱과 고흐, 벨라스케스와 고야까지, 짝을 맞춰 독자에게 우뚝 다가설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