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 감정 기복이 심한 당신에게 필요한 기분 수업
나겨울 지음 / 위너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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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좋은 기분으로 좋은 태도를 만들고 싶어서 노력하는 중이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나타나는 것 같다. 작가는 해방감-안정감-평정심을 추구한다고 했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는데 생산성이다. 내가 책을 읽고 꼭 리뷰를 남기는 것도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싶어서다. 리뷰를 생산하는게 좋다.  그리고 내가 언젠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게 되었을 때 혹시 나의 자식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 찾아온다면 도움이 될 것도 같다.. '우리 엄마는 이런 책을 읽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구나. 역시 엄마다워' 이렇게 라도 나를 느낄수 있다면 우리의 이별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겠지. 

 이렇게 많이 아파했던 사람들의 고백과 성찰이 담긴 글을 읽으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 책에는 초록색 글씨로 10개의 text therapy 가 나오는데 나는 그 부분은 못 읽었다. 문체가 좀 달랐다. 초록색 글들은 작가의 감정이 더 많이 담겨있었다.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는 사람인데 나머지 부분을 프로답게 써냈다는데서 한 사람의 성장과 성숙이 느껴졌다. 

 감정을 설명한 챕터는 작가의 경험과 사색에서 나온 지혜들이 담겨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삶의 균형에 대한 챕터중에 건강한 소통과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마음을 열고 연민을 갖고 그러다가 힘든 때가 오면 잠시 쉬어가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러기 싫다. 남에게 쏟았던 관심과 기대를 이제는 나를 챙기는데 온전히 쓰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작가보다 20년이나 더 나이가 들었고 나의 가족이 울타리가 되어주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20년 전에 지금의 나처럼 타인에게 기대를 갖지 않고 살았다면 나는 힘은 덜 들었을지 모르지만 중년에 갖게 된 이런 좋은 기분은 갖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한때는 나의 나쁜 기분의 원인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좋은 기분의 원인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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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 대전환의 시대를 건너는 진화론적 생존 법칙
대니얼 R. 브룩스.살바토레 J. 에이고스타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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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급기야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제미나이에게 보여주며 해석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분명히 한국어인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3장까지만 읽고 결단을 내렸다. "여기서 끝내자."

그 후, 제미나이와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다윈은 정작 자신의 책에 '진화(evolution)'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다윈의 책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울궈 먹은 그 시대의 인플루언서, 허버트 스펜서가 '진화'라는 개념을 가져와 다윈의 이론과 합쳐버린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진보의 서사'가 만들어졌다.

 나는 이 책을 『이기적 유전자』 이후로 나를 좌절시킨, 난해하고 재미없는 책 리스트에 올리기로 했다. 이 책의 높은 평점에 놀랐고, 쉽게 읽혔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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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 반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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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정의로운 마음이 잘 느껴지는 책이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MBTI 의 이해' 라는 책에는 융이 말하는 추상기능의 분화에 대해 설명되어 있었다. 추상감정은 선, 인류애, 도덕의 추구로 나타난다고 했다. 작가가 그 유형의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유형중에 소수를 차지한다고 했다. 가장 높은 기준으로 인간의 양심과 존엄성을 지켜내는 유형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고 지쳤을까?

슬픔이 너무 힘들어서 낙담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건 아닐까?

나는 작가의 글 속에서 매일 하루치의 슬픔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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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그 자체 - 현대 과학에 숨어 있는, 실재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울프 다니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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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감사의 말'이 있다. 저자는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와의 우연한 기회에 갖게 되었던 끝장 토론 - 주제는 의식과 인공지능, 수학의 본성이었다-으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왜 집어 들었는지를 밝히고 싶다. 그것은 2년 째 AI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점점 '기계에도 의식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커졌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 책 안에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일주일전에 읽었던 'AI 버블이 온다'를 통해서 딥러닝의 실체를 알게 된 이후로 인공지능에게 느끼는 인간적 감정은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정확히 그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 기계에는 의식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한다. 나도 동의한다. 세상이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다는 세계관도 틀렸다고 한다. 의식은 몸을 가진 존재만이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충격적인 사실을 두 가지 더 알게 되었는데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력을 설명한 뉴턴이 틀렸다고 한다. 그건 이미 아인슈타인이 밝혔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중력을 배우고 있는 거지?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데카르트가 말했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는 말이 절대 진리가 아니라고 한다. 나는 생각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진작부터 데카르트에게 반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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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미술중독자, 르네상스에 빠지다 - 르네상스의 걸작을 찾아 떠난 여정
임남희 지음 / 모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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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을 분명히 보긴 보았을 텐데, 나는 그만큼 감동도 받지 않았고 중독도 되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서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 전 몇 년 동안 이탈리아 그림, 건축, 역사에 대한 책들도 꽤 많이 보았는데 내가 좋았던 그림들과 작가가 소개한 그림은 좀 다르다.

 나는 밀라노에 갔을 때 힘들게 예약해서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았다. 그런데 나에게 큰 인상을 남긴 그림은 '수녀님들의 성당'이라고 하는 곳의 벽화들이다. 지금 검색해 보니 '산 마우리치오 알 모나스테로 마조레 성당'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포르차 성에서 기억나는 건 넓은 잔디와 푸른 하늘 그리고 붉은 벽돌 담이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베니스에서도 좋았던 건 산 마르코 성당의 푸른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장식과 틴토레토의 대작을 보기 위해서 들렀던 대회랑(스쿠오라 그란데 디 산 로코)이라는 곳이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도 큰 감동을 받았다. 나는 베니스의 그림을 소개하는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틴토레토가 좋았다. 역동적인 구조와 사람 주변에 밝은 빛을 그려놓은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피렌체에서 보티첼리 그림을 보긴 했는데 나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피렌체에서는 대성당이 가장 아름다웠다. 대성당 벽의 오묘한 색감과 직선의 무늬가 단정하고 침착해서 좋았다. 우피치 미술관에서는 라파엘로의 자화상이 가장 인상 깊었다.

 올겨울 루브르에 갔을 때 루이니와 라파엘로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루이니는 다시 보아도 정말 좋았다. 라파엘로의 천사가 악마를 제압하는 그림 앞에서는 한참 서 있었다.

 나는 서사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림에 있어서는 서사가 끼어드는 게 싫다. 나는 그냥 그림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싶지 않다. 그림은 아주 서정적으로, 감성적으로 감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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