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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 그 창조적인 역사
피터 투이 지음, 이은경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공인된 기본감정은 화(anger), 기쁨(joy), 슬픔(sadness), 혐오감(disgust), 공포(fear)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권태(boredom)도 기본감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는 권태의 의미, 권태가 드러나있는 예술 작품들, 오랜 역사속에서 권태의 다양한 모습들이 방대하게 담겨있다. 그런 예시들을 보면서 권태가 얼마나 우리 일상속에 함께 있어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도 권태를 참 자주 느끼며 살아온것 같다.
"사람들은 권태와 외로움을 자주 혼동한다. 둘 모두 외부의 자극이 부족하다. 외로움의 경우에는 사람들 또는 특정한 사람이 부재한다" p139
이 책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나는 권태라는 감정을 외로움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을 더 찾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어리고 눈을 뜨면 늘 할 일이 있었던 날들이 지나고 요즘은 그래도 자유 시간이 많이 생긴 편이다. 휴일 아침 눈을 떴을때, 아이들이 학원에 가고 저녁에 혼자 집에 있을때 시간이 있고 연락하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너무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금쪽같은 시간들을 흘려보낼때 나는 이런 나의 상태가 무엇인지 당황스러웠다.
어느날 신문을 보고있는데 '권태'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권태'라는 제목의 책을 검색하여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의 상태가 무엇이었는지 좀 알것 같다.
삶에는 도파민을 올려줄수 있는 즐거운 자극들이 필요하다. 반복적이고 틀에박힌 생활에서는 도파민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사는게 심심하고 지루하고 재미없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권태를 실용적인 감정으로 인식하라고 제안한다.
또 한가지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은 권태를 지루하고 심심하며 속박당한 상황에서, 동물이든 인간이든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느낄 수 있는 단순한 권태와 지적이고 철학적이며 학문적인 사람들이 느낄수 있는 실존적 권태를 구분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일시적인 권태와 만성적인 권태를 구분하여 예를 들고 있는데 만성적인 권태는 일시적 권태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길어질때 나타나는, 사람들의 기이하거나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단순한 권태는 슬픔이나 화 처럼 오래동안 방치하면 만성적 권태로 이어질수 있는 중요한 감정이다. 슬픔이나 화를 잘 대처해야 하는 것처럼 단순한 권태도 잘 대처해야만 정신이 건강해 질 수 있는 것이다.